“중국, 전통지식 적극 보호 움직임”
“중국은 2016년 중의약 백서 발간 후 2017년 7월부터 중의약법을 실시하는 등 유전자원 뿐만 아니라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한 중국은 나고야의정서를 비관세장벽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화장품협회(회장 서경배)와 한국바이오협회(회장 서정선)가 공동으로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화장품업계 나고야의정서 인식제고 세미나’에서 인천대 중국학술원 윤성혜 교수는 최근 중국의 생물유전자원 관련 법률과 최근 공개된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 관리 조례(초안)을 설명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중국은 2016년 6월 8일 나고야의정서를 정식 발효했고, 2013년부터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 관리 조례’ 입법을 추진해 지난 3월 초안을 공개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이용자는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용으로 발생하는 연 이익의 0.5~10%를 국가에 기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또 불법적 사용이나 반출시 블랙리스트에 기재할 뿐만 아니라 5만 위안 이상 20만 위안 이하의 벌금 등 민·형사상 불이익을 준다.
이와 관련 국내 업계는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용할 경우, 연 이익의 2.5%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윤 교수는 “중국은 유전자원 및 관련 전통지식의 국가소유권 주장하고 있는데, 생물유전자원의 ‘보호’라는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용에 대한 관리 감독을 지속적으로 엄격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나라 최대 생물유전자원 수입국인 중국의 정책과 법률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동물 3만5900종, 원생동물 1653종, 식물 4만1900여종 등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하다.
특허청 김정아 사무관은 생물유전자원 관련 지식재산권 이슈를 설명하며, “중국 등 유전자원 부국에 특허출원시 유전자원 출처 공개에 대해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특허청은 바이오심사과에서 최근 발간한 <유전자원 출처공개, 해외출원시 유의하세요> 팜플렛을 이번에 처음으로 세미나 참석자에게 배포했다.
이 팜플렛에는 유전자원 이용발명의 해외출원 체크리스트, 유전자원 출처공개에 대한 Q&A, 주요 국가별 출처공개 요건 등이 소개되어 있다.
앞서 또르르 윤길영 대표는 “업계에서는 사용 중인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이 나고야의정서에 적용되는지의 판단과 계약(MAT)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차원의 국제동향 정보 제공과 원료의 국산화를 위한 R&D 지원 등이 필요하고 산업계 차원에서는 협의체 등을 통한 적극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무법인 바른 정경호 변호사는 “1차적으로는 유전자원 취득에 관한 제공국의 법률준수가 철저하게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제의무준수인증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화장품업계는 중개상을 통해 유전자원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 중개상이 체결한 계약서를 잘 살펴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원제공국의 법률보다 한국법이 더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가능하다면 제공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민사 분쟁은 회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허인 팀장은 유럽의 나고야의정서 이행법제에 대해 설명하며, “유럽 화장품업계에서는 나고야의정서 이행에 따라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중이다. 국내 업계도 예시 계약서, 모범 관행 마련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각국이 가진 유전자원에 대한 권리가 강화되어 특허 취득이 까다로워지거나 이미 획득한 특허도 취소될 가능성이 증가했다. 관련 서류를 준비하면서, 전사적으로 ABS 관련 절차 및 정책을 개발하고 상황별 TF팀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경부 배정한 사무관은 유전자원법의 주요내용과 국내외 생물자원 확보 및 이용 지원 정책을 소개한 후 “나고야의정서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기업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법제도의 이해에서부터 이용하는 생물 유전자원의 선정 및 관리까지 기업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라 △2018년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www.abs.go.kr)’를 정식 개소 운영 △상담, 컨설팅, 포럼, 세미나, 지역순회 설명회 지속 개최 △중국 등 해외 주요 제공국별 안내서 제작, 배포 △대응인력 양성 지원 △모범 이익 공유 모델 개발 및 보급 등을 관련 업계에 지원할 예정이다.
또 2020년까지 자생생물 6만종 목록화 등 생물자원 확보, 생물소재 체계적 확보 및 품질관리, 수요 조사 등을 통한 유용성 검증과 같은 생물자원 이용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나고야의정서 담당자가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국가별 정보 파악이 쉽지 않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해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제공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다양한 전문가 풀을 구성해 상담창구를 활성화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국내외 규제환경이 변할 때 가장 먼저 업종별 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는 경향이 있어 정부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정보들이 산업계 단체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도록 연계, 홍보되면 산업계에 대한 인식 확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 시작에 앞서 개회사를 맡은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그동안 국립생물자원관과한국바이오협회가 2014년부터 지속적인 나고야의정서 인식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화장품 업계가 대응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유관 산업계에 매우 의미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며 “앞으로도 한국바이오협회는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산업계에서 요구되는 실제적인 대응 노력을 더욱 보강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축사를 맡은 대한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은 “우리나라 바이오와 화장품 양 산업은 원료자원의 약 70%를 수입해 의존하고 있어, 우리가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업계가 자칫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생물자원 제공국의 과도한 로열티 요구로 원료가격이 상승 할 수 있고, 생물자원 수입이 지연되거나, 생물자원 주권 분쟁이 일어나거나, 이익분배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업계가 해외 생물자원의 5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관련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화장품 원료와 관련된 우리나라 고유의 생물자원에 대한 유전자정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현명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우리의 생물주권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김동구 부장은 “나고야의정서 국내이행 법률에 근거해 국립생물자원관에 설치·운영되는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를 통해 적극적인 정보 제공 및 홍보를 추진함과 더불어, 업계의 목소리를 관심있게 듣고 업계 차원의 나고야의정서 대응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화장품업계를 중심으로 350여명의 산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했고,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코스맥스의 후원으로 열렸다. 특히, 2014년 10월 국제협약으로 나고야의정서가 최초 발효되고, 지난 8월 17일 우리나라가 98번째 당사국이 됨으로써, 해외식물 종을 원료로 쓰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 요구에 따라 이번 세미나가 마련됐다.
한편, 이 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화장품분야 완제, OEM·ODM, 원료 기업 16개사와 대한화장품협회, 한국바이오협회로 구성된 ‘화장품업계 나고야의정서 대응 TF팀’이 발족식을 가졌다.
TF팀 출범식에 이어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화장품업계의 주요 문의사항을 유형별로 살펴보고, 향후 TF팀을 중심으로 △화장품산업 특성에 맞는 ABS(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절차 △계약 사례 발굴 및 계약시 주의사항 △해외 화장품업계 동향 등을 파악해 2달에 한 차례씩 업계와 공유하는 모임을 갖기로 했다.
전용석 TF팀장(코스맥스 법무팀장)은 “국내 화장품 산업계의 최대 자원 제공국인 중국이 이르면 올 하반기 최대 10%까지의 원료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자국법 시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 국내 화장품 업계에 많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번에 결성된 TF팀을 중심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선제적으로 나고야의정서를 대응해 나감으로써, 국내 유관 산업계가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좋은 선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용찬
201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