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ㆍ흰빵에 통곡물이 들어 있다고? 아이고~
통곡물(whole grain)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이해도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통곡(痛哭)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고 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2%의 응답자들이 통곡물 섭취가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음에도 불구, 83%가 적절한 통곡물 섭취량을 알지 못한다고 털어놓은 데다 47%는 실제와 다르게 자신이 평소 통곡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정도.
이 같은 사실은 스위스의 글로벌 아침식사 대용 씨리얼 제조업체로 알려진 씨리얼 파트너스 월드와이드社(Cereal Partners Worldwide)가 시장조사기관 센서스와이드(Censuswide)에 의뢰해 11개국에서 총 1만6,173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밝혀진 것이다.
조사대상 11개국은 콜롬비아, 멕시코,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터키, 아랍 에미리트 및 영국 등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13~15일 열린 ‘2017년 국제 통곡물 정상회의’(Whole Grain Summit)을 앞두고 13일 공개됐다.
조사를 의뢰한 씨리얼 파트너스 월드와이드社는 네슬레社가 발매하고 있는 씨리얼 제품들을 생산‧공급해 오고 있는 업체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수 소비자들에게서 필요한 통곡물 섭취량과 통곡물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 등 여러모로 잘못된 인식과 혼동이 눈에 띄어 씁쓸함이 앞서게 했다. 한 예로 38%의 응답자들이 일반 소비자들은 통곡물이 어떤 식품들에 함유되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을 정도.
실제로 10%의 응답자들이 바나나가 통곡물을 함유하고 있다고 답한 가운데 18%는 흰빵에, 14%는 백미(白米)에 통곡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게다가 각종 씨앗류 또는 견과류에 통곡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비율도 각각 28% 및 21%에 달해 알고 보면 바나나, 흰빵, 백미, 씨앗류 및 견과류 어디에도 통곡물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무색케 했다.
통곡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식품들로는 아침식사 대용 씨리얼, 현미, 홀그레인 파스타(whole grain pasta), 통밀빵 및 오트밀 죽 등이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각종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과일, 채소류, 콩류 및 견과류 등과 함께 통곡물 섭취량을 늘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통곡물 섭취는 심장병, 비만, 2형 당뇨병 및 대장암 등을 감소시키는 데도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50%의 응답자들이 통곡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그 이유로 응답자들은 통곡물 섭취에 따른 유익한 효과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65%의 응답자들은 통곡물이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답했고, 64%는 소화에 좋다는 답을 내놓아 긍정적인 메시지가 읽혀지게 했다.
반면 48%는 통곡물이 심장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은 48%만이 잘 알고 있다고 밝혔고, 통곡물이 2형 당뇨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18%만이 “알고 있다”고 답해 통곡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이해도가 함량미달임을 시사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네덜란드 및 덴마크 등 3개국만이 권고치에 부합하는 수준의 통곡물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경우 1일 최소 48g을 섭취하고 있었으며, 덴마크는 성별에 따라 1일 64~75g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
이 중 덴마크는 정부 차원에서 통곡물 섭취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캠페인이 전개된 이후로 통곡물 섭취량이 7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1일 통곡물 섭취량이 권고치인 1일 최소 48g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에는 아침식사로 씨리얼, 점심식사로 100% 통곡물 빵, 저녁시사로 홀그레인 파스타 또는 현미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은 현실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됐다.
씨리얼 파트너스 월드와이드社의 다비드 호머 대표는 “많은 소비자들이 아직도 통곡물을 얼마나 섭취해야 하고, 통곡물을 섭취하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영국 뉴캐슬대학 식품영양학과의 크리스 씰 교수는 “섬유질을 비롯한 각종 필수영양소들의 보고(寶庫)인 데다 심장병, 당뇨병 및 비만 등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인 식품이 통곡물”이라며 “균형된 식생활을 도모하기 위해 통곡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덕규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