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우울증 "이웃사촌 관계"
가이 군터 주니어氏는 그 자신이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는 올해 81세가 됐지만, 아직도 1주일에 5일간을 일을 하고 있고, 자신의 비행기를 스스로 조종하고 있으며, 최근 새로 생긴 걸프렌드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의사는 그에게 "아무런 증상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경증의(silent) 뇌졸중에 걸렸으며, 중증 뇌졸중으로 진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가이 군터氏와 같은 상황이 다른 노인들에게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는 지적이다.
美 심장협회誌 최근호에 실린 한 뇌졸중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증 뇌졸중(silent strokes)과 우울증은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정신과 의사 마리아 톨로타 박사는 "一說에 따르면 뇌졸중이 발병할 경우 사람의 기분(mood)을 조절하는 뇌내 신경전달물질에 변화가 수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뇌졸중이 유발되면 뇌 속으로의 혈액공급이 억제되면서(interruption) 뇌세포의 일부가 괴사하게 된다"며 "이같은 경증 뇌졸중(smaller strokes)이 야기되면 기억력이나 집중력에 문제가 생기고, 심할 경우 걷기 조차 힘들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은 매우 둔감한(lethargic) 상태가 되거나, 일상생활에 흥미를 아예 잃어버리게 되며, 식욕도 사라지고, 희망이 없거나 아주 슬픈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윌리암 맥도날드 박사는 "경미한(small, little, silent) 수준의 뇌졸중이 일어나더라도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을 억제시켜 우울증이 유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우울증은 고령(old age)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미한 수준일 경우 미처 진단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은 것이 현실이어서 문제를 키울 위험성이 우려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결국 우울증에 걸렸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지적은 매우 주목되는 것이다. 경미한 수준에 불과했던 뇌졸중이 심각한 수준의 것으로 진전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이번 연구는 우울증과 뇌졸중의 연관성을 인식시켰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될만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인들에게서 우울증이 진단되면 뇌내에서 경미한 뇌졸중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심각한 수준의 뇌졸중 발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덕규
199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