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미궁 속 약국에 던지는 희망의 화두, 리더십
본지는 이번 창간 54주년을 맞아 약사·약국을 위한 특집을 기획하며 ‘약사와 리더십’이라는 다소 엉뚱한 화두를 붙잡았습니다. 저희가 리더십이라는 낯선 개념을 들먹이게 된 데는 말도 안 되는 문제점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법 없는 문제들은 잠시 접어두고 보다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두 사람의 친구 약사를 주인공으로 한 가상시나리오 한편으로 프롤로그를 대신할까 합니다.
2000년 봄, 분업 시행이라는 직능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코앞에 두고 약대를 졸업하게 된 두 사람의 절친한 약대생 A와 B. 국시를 치러 면허를 따서 약국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 외에는 뚜렷이 진로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찾지 못했던 이들에게 분업이라는 제도의 시행은 무척 혼란스러운 변수였고 결국 주어지는 여건에 따라 A는 병원 약제부로, B는 제약사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됐습니다.
3년 동안 병원약사로서 전문성을 쌓아가던 A는 일선 개국가에서 환자중심의 약료서비스 전문가로 활동하겠다는 꿈을 안고 약사들로 구성된 교육 단체에서 진행하는 1년 과정의 인턴쉽을 통해 약국관리의 ABC부터 환자 중심의 상담기법, 복약지도 등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년 뒤... A는 인턴십 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껴 선배 약사의 추천을 통해 분업 이전부터 뛰어난 전문성과 고객관리 및 상담능력으로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약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원로 선배의 약국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도 임상약학대학원을 다니는 것은 물론 경영학, 고객 서비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스킬, 코칭 등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는 등 자기개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제약사를 그만두게 된 B는 일찌감치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아버지 친구분에게 새로 들어서는 메디컬빌딩 자리 물색을 부탁해 두고, 한 유명 대형병원 앞에 있는 조제전문 약국의 조제실에서 근무하며 틈틈이 의약품 사입이나 EDI 청구와 같은 약국 실무를 배웠습니다.
1년의 약국 근무를 끝으로 메디컬빌딩 1층 자리를 확보해 약국을 오픈,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조제에 매달렸습니다. 환자 상담이나 실력 배양은 커녕 문화생활이나 자녀들에게 할애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수입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약국에서 10m도 안되는 곳에 보기에도 좋은 드럭스토어가 들어서고, 2층에는 법적 규제를 교묘히 피해 개설한 층약국이 생기면서 처방전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온전히 처방전에 의존하다보니 갑작스레 다른 수익원을 찾을 길도 없어 한탄만 하다 끝내 약국문을 닫은 어느 날...
B는 한동안 잊고 지내던 A의 소식이 궁금해 졌습니다. 다행히 A의 연락처는 금새 수소문할 수 있었습니다. A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동네약국을 운영하고 있었고 B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연락을 취했고 두 사람은 A의 약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B는 A와 대학을 졸업한 후 서로의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A의 약국에서 거의 하루를 보내며 B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A는 자신처럼 하루 종일 카운터와 조제실을 분주히 오가며 정신없이 보내지도 않았고, 약국을 찾는 손님들은 마치 대학시절 절친했던 은사라도 만나는 듯 반가운 얼굴로 들어와 공손한 태도로 A를 대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번 들어온 손님은 자신의 증상부터 가족의 건강상태, 심지어는 소소한 가정사까지 오랜 시간 A와 상담을 나누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약국 환자들은 비싸다며 핀잔만 주던 건강기능식품이나 비타민, 한방제제 등을 곧잘 사가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A는 무척 행복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아니 A. 자네는 도대체 어떻게 환자들과 이런 관계를 만들고 또 그렇게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가?”
“음... 글쎄. 뭐 특별한 비밀 같은 건 없네. 굳이 이야기하자면 병원약사로 근무하며 우연히 접하게 된 한 리더십 교육을 통해 나름대로 인생의 방향을 세우게 된 것이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혹 자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때 이후 여러 분들로부터 배우고 주변에서 발견하게 된 몇 가지 사례들을 이야기해 주겠네.”
이렇게 시작된 A의 이야기는 B에게 어렴풋하게나마 새로운 희망과 꿈을 찾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부터 A가 B에게 들려준 리더십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지호
2008.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