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기획>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문전약국'
지난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이후 호황을 누려 왔던 대형병원앞 문전약국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약국들간의 치열한 처방전 수용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도입된 금융비용 합법화, 그리고 의약품 관리료 삭감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전약국 일각에서는 '호시절'은 끝났다고 단언하는 약사들이 있는가 하면, 문전약국의 위기는 전체 약국가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전약국을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는지 약업닷컴(www.yakup.com)이 현미경을 들이대 봤다 <편집자 주>
- - - - - 글 싣는 순서 - - -----① 지금 문전약국은 '엄동설한'② 문전약국 경영난, 그 위기의 실체는③ 카드 수수료, 의약품 관리료 삭감 등으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져④문전약국 줄 폐업 위기 … 의약분업에도 영향 미치나
경기도 부천의 대학병원 앞에서 문전약국을 경영하는 A약국장은 최근 약국경영으로 고민이 많다. 의약분업 직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지금의 자리에 약국 문을 열고, 환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 투자와 정확하고 안전한 조제를 위한 인력 확보 등 지난 11년 동안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 오며 약국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당장 7월부터 대폭 삭감되는 의약품관리료에 막대한 수입손실이 예측되면서 A약국장은 앞으로 문전약국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인하된 기준으로 조제료를 지급받는 8월에는 손실액에 대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월1040만원 가량 손실 “궁여지책으로 약사 수 줄여야”
A문전약국의 하루 처방전 건수는 400건 정도. 처방건수로만 본다면 손익분기점이 70건 정도라는 동네약국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실상 순수익이 많은 것은 아니다.
소위 ‘덩치만 커진 격’. 어느 정도의 규모를 위해 초기투자도 컸지만 수익이 나면 경쟁력을 위해 재투자를 해야 했다. 환자들이 기다리지 않고 약을 받아갈 수 있도록 약사와 직원 수를 늘렸고, 자동조제시스템을 도입해 6000만원~1억원을 호가하는 조제자동화기기도 4대나 구비했다. 시설이나 인력적인 투자와 규모를 고려하면 처방전 400건은 결코 많은 수는 아니다. A문전약국의 약국장은 “사실 약국운영은 거의 조제료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조제의약품의 대부분이 원가이기 때문에 약국의 전체 매출 중 실제 수익은 조제료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약국장이 어림잡아 계산을 해본결과, 약국에서 7일 이상 조제되는 처방건수는 전체건수의 75%정도로 인하된 의약품관리료로 산정해 보면 조제수입이 13%정도 감소된다.
대략 월8000만원 정도의 조제수입이 발생했다면 약 1,040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1년으로 계산하면 1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지속적으로 이정도의 손실을 입게 된다면 약국장 본인의 수입은 고사하고 약국을 현상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현재 7명인 근무 약사 수를 5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조제료는 줄어들고 카드수수료 부담은 여전
게다가 삭감된 조제료가 전부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실액도 만만치 않다.약국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값을 카드로 계산하는데 2.5~2.8%의 카드수수료는 장기처방환자일수록 더 큰 부담이 된다.
환자 중에는 3개월치의 약을 받아들고 “약국에서 약을 이만큼이나 팔아줬으니 음료수라도 달라”고 말하는 환자도 있지만 실상은 조제료가 인하된 상황에서 카드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약국 마진은 거의 없다. 또, 장기처방 환자들의 수백포에 달하는 약 포장지 비용과 컬러프린트로 제공되는 복약지도서에 드는 2차 지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이러한 비용들이 조제료에서 만회가 됐기 때문에 환자편익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됐던 것들이지만 이제는 약국지출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편, 경기도약사회 김현태 회장은 경기도내 약국 147곳을 대상으로 카드수수료 실태를 조사한 논문을 발표한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약국당 1일 신용카드 결제 건수는 2009년 18건에서 2010년 47건으로 2.6% 증가했고, 약국당 1일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302,451원에서 387,755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0년 약국당 매출액 대비 신용카드 결제비율은 평균 38%이며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점점 소액화 추세로 건강 결제금액은 126,858원에서 8,429원으로 급격하게 소액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 신용카드 결제 평균수수료는 2.5%로 신용카드수수료는 총매출액의 0.41%에서 0.43%로 늘어났으며 총수입액 대비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비율도 1.49%에서 1,53%로 증가된 것으로 조사돼 수입액의 많은 부분을 수수료가 잠식하고 이 같은 수치는 앞으로 더욱 증가될 전망이라고 밝힌바 있다.
약사회 대응력 부족, “복잡한 조제에 대한 수가보상 건의해야”
서울에서 문전약국을 경영하는 한 약사는 “의약품관리료 인하 문제는 결코 문전약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조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체감하는 위기감이 더 클 뿐 조제료 감소로 인한 위기는 문전약국에서 동네약국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반약 약국외 판매’ 문제처럼 약사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문전약국 약사는 “대한약사회가 의약품관리료 인하를 두고 정부와 협상을 할 때 단순조제를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면 복잡한 조제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왜 제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약사회의 대응력 부족에 분통을 터트렸다.
소아나 고령환자들의 가루약이나 시럽제 처방은 약사들의 손이 많이 가고 시럽의 용량이나 포장제 등을 추가적으로 구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 문전약국의 약사들은 “건강보험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조제료 인하를 해야 한다면 근거에 의한 인하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데 무조건 감수하라는 식의 정책은 불합리하다”며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재경
201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