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매끄럽지 못한 담화문이 혼란 불렀다"
"중대한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를 다루면서 매끄럽지 못한 담화문 발표로 약사사회와 정치권, 보건의료단체, 시민사회에 혼란을 초래한 약사회 임원은 물러나야 한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지난 22일 대한약사회의 담화문 발표를 놓고 대한약사회 책임 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약사회가 복지부와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다면 약사사회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준모는 25일 '오늘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라며'라는 논평(기사하단 논평 전문)을 내고 의약품 약국외 판매문제와 관련해 복지부와 '전향적인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대한약사회의 담화문으로 각계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약사회가 입을 다물고 있지만 '전향적 협의'는 크게 공공진료센터나 의원·약국 당번제 정착이나 제한적 약국외 판매에 대한 협의 두가지 가능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약준모는 설명했다.
국민복지 강화 차원에서 취약시간대 의약서비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가에 의한 서비스를 담보로 복지부와 협의에 들어간다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제한적 약국외 판매를 협의하려는 것이라면 참담한 일이라는 것이 약준모의 주장이다.
만약 제한적 약국외 판매를 협의하려는 것이라면 그동안 약사회가 가져온 의약품 안전성 우선이라는 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고, 전문가에 의한 국민건강 보장이라는 약사사회의 자존심을 허울 뿐인 실리와 맞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지 약사들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복지부와 협의에 나선다면 약사사회가 오명을 뒤집어 쓰고, 회원의 자존감이 손상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약준모는 중대한 대외 정책을 추진하면서 매끄럽지 못한 회무로 약사사회 등에 혼란을 불러온 약사회 일부 임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또, 복지부와 전향적 협의에 나설 약사회가 그동안의 명분을 버리고 복지부와 모종의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다면 약사사회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약준모는 경고했다.
오늘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라며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에 대해 복지부와 전향적인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전향적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계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으나 정작 발언의 당사자인 대한약사회는 묵묵부답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발언의 당사자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니 그 속내를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현재로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약국외 판매의 대안으로 주장해 온 공공진료센터나 의원ㆍ약국 당번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복지부와 협의에 나서는 경우다.
그간 대한약사회는 취약시간대 국민 건강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아닌 공공진료센터나 의원ㆍ약국 당번제가 해답임을 누차 강조해 왔다. 때문에 그간의 연장선상에서 대한약사회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복지부와 협의에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실제 대한약사회가 취약시간 대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하고자 했던 심야약국의 경우 예상외의 미미한 수요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끝에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1339 이용자 분석이나 닐슨의 여론조사를 보아도 취약시간대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한 수요는 약국보다 병의원에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비록 일반적인 시장경제논리에는 거스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대한약사회가 국민복지 강화 차원에서 취약시간대 의약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가에 의한 서비스를 담보로 복지부와 협의에 들어가겠다면 이는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책임을 지닌 복지부에게도, 자가 치료라는 명목으로 비전문가의 손에 잠시나마 건강을 내 맡길 뻔했던 국민들에게도, 국민건강이라는 논의의 발전을 위해 약사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보건의료단체들이나 시민사회에도, 역시 국민건강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약사들에게도 지극히 환영받을 일인 것이다.
마침 서울특별시와 제주자치도에서 그간 대한약사회가 주장해 온 바대로 의약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들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대한약사회가 이와 연계하여 복지부와 협의에 나선다면 그간 주장해 온 정책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만약 대한약사회가 단지 약사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복지부와 의약품의 제한적 약국외 판매를 협의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황당하다 못해 참담한 일이다. 이는 그동안 대한약사회가 줄곧 지녀 온, 의약품은 편의성보다 안전성이 우선이라는 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자 온갖 역경 속에서도 전문가에 의한 국민건강 보장이라는 사회적 의무에 위로받아 온 약사사회의 자존심을 경제적 손실의 최소화라는, 허울뿐인 실리와 맞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단순히 약을 대형마트나 편의점 같은 유통업체에서 사고팔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취약시간 대 전문가에 의한 의약서비스 제공이라는 복지 영역으로 논의가 확장된 상황에서 대한약사회가 단지 약사들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복지부와 모종의 협의에 나선다면 그로 인해 전체 약사사회가 뒤집어 써야 할 오명과 손상 받을 회원들의 자존감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또한,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현 정부의 주장대로 단지 의약품 구입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약품의 안전성과 편의성, 의ㆍ약료 민영화와 공공 의ㆍ약체계의 강화, 중소자영업자와 거대유통자본, 신생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와 의약품 광고시장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종합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던 약사사회의 주장에 귀 기울여 준 정치권과 보건의료단체들, 시민사회에 당연히 뒤따를 배신감은 대체 누가 책임을 질 거란 말인가?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가 대두된 이래 약사사회가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있을 때 그나마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그들이다. 이제와 일시적으로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그들에게 황당함과 배신감을 안겨주어서야 될 일인가? 도리에도 어긋날뿐더러 의약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라는 면에서 앞으로도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임을 생각하면 미래의 약사사회에도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한약사회의 담화문에 대해 복지부는 “약사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는 화답에 그쳤다. 그간의 기조에서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명분은 그 배경도 의심스러울뿐더러 단지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에 불과하다. 더구나 ‘취약시간 대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에서 ‘아무 때고 마트나 편의점에서 의약품 구입 가능’으로 논점을 일탈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약사사회는 단지 취약시간 대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가 아니라 취약시간 대 전반적인 의약서비스의 제공을 통해야만 국민건강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는, 더 큰 명분을 지켜 왔다.
이러한, 의약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라는 약사사회의 명분은 국민복지의 향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견주어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약사회가 ‘전향적인 협의’라는 미명하에 복지부와 밀실야합을 시도한다면 이는 그간의 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부정일 뿐이다. 그로인해 명분을 잃고 나면 나중에 무엇을 들어 다시 명분으로 삼을 것이란 말인가?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대상들을 다 떨쳐낸 후라면 나중에 그 누가 우리의 목소리에 고개나 돌려보겠는가?
이에 우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이렇듯 중대한 대외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회무 추진으로 인해 약사사회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보건의료단체들, 시민사회에 크나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대한약사회의 일부 임원들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현 직책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이후 복지부와 전향적인 협의를 하겠다는 대한약사회가 부디 어리석은 선택을 않기 바라며 만일 우리의 기대와 달리 대한약사회가 그간의 명분을 버리고 복지부와 모종의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다면 전체 약사사회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더 이상 대한약사회로 인해 회원들의 울화통이 터지는 날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채규
201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