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법원이 'PM2000 적정결정취소' 손 들어준 이유는?
법원이 약학정보원(이하 약정원)의 ‘PM2000인증취소 적정결정취소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구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는 ’자동 전송 프로그램’ 설치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전송 프로그램과 청구프로그램을 따로 떨어뜨려 놓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 위법성을 확인하고 적정결정을 취소한 심평원의 행위가 적법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재판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제14부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약정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평원의 처분이 적정치 않다고 주장했다.
우선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1항 포괄위임금지 원칙 등을 들었는데, 심평원의 적정결정 취소 처분이 재산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함에도 그렇지 않아 위법하다고 말했다.
또 PM2000은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 소프트웨어, 연동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의 집합체인데, 심평원이 적정결정 검사 대상인 심사청구 소프트웨어 뿐임에도 빅데이터 통계처리를 위한 ‘자동 전송 프로그램’를 들어 적정 결정을 취소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약정원은 이 과정에서 환자 조제정보를 전송하는 기능을 축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형사처벌 등 제제를 받을지언정 적정결정의 검사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미 이뤄진 적정결정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두 가지 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에 기인한 것이면 그 자신이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고, 행정청이 이를 고려하지 않았더라도 재량권 남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사자는 처분에 의한 이익이 위법하게 취득됐음을 알아 취소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2011년 2월 25일 PM2000에 관해 심사청구 소프트웨어로서의 적정성에 관한 변경심사를 받을 때 PM2000의 청구관리 프로그램의 설치 및 이용이 ‘자동 전송 프로그램’의 설치 및 이용과 결합돼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이를 알지 못하는 심평원으로부터 적정결정을 받았음이 인정됐다.
상기 법률에 따라, 약정원은 위 적정결정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음은 물론 심평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적정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PM2000의 ‘자동 전송 프로그램’이 ‘청구 프로그램’과 별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자동 전송 프로그램’은 약정원이 환자 조제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개발해 PM2000사용자들이 이를 업데이트하도록 설치되도록 만들어졌다. 약정원은 PM2000 사용자가 이를 업데이트할 때 팝업 방식으로 약관을 고지하며 ‘자동전송 프로그램’이 설치된다는 취지를 포함했으나, 그 약관이 다른 내용까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어 그 고지 방식이나 프로그램 업데이트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행태에 비춰볼 때 사용자가 그 내용을 세심히 읽고 그 취지를 이해한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사용자는 약정원 직원에 따로 요청하지 않는 한 ‘자동 전송 프로그램’ 설치를 막으면서 PM2000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PM2000을 구성하는 프로그램을 단독으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PM_MAIN.EXE 파일(PM2000을 쉽게 구동할 수 있는 주요 실행파일)을 찾아야 하고 바탕화면에 이에 관한 아이콘을 만든 후에도 특정호출 값을 입력해야 하므로, PM2000의 청구관리 프로그램만을 단독으로 실행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PM2000 사용자들은 원고로부터 PM2000을 구성하는 프로그램들의 개별 실행 기능성이나 방법을 안내받지 못해 일반적으로 이를 알지 못한다.
PM2000 사용자가 청구관리 프로그램을 이용코자 PM_MAIN.EXE 파일을 실행시켜 PM2000을 구동시키면 ‘자동전송 프로그램’도 함께 구동된다.
재판부는 법질서가 불법을 용인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관계법령이 규정한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 소프트웨어의 적정성은 ‘데이터 송수신기능’ 등 검사 범위에 포함된 제반 기능의 적합한 수행 뿐 아니라 적법한 수행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PM2000의 청구관리 프로그램의 설치(업데이트) 및 실행이 ‘자동 전송 프로그램’의 설치 및 실행과 결합돼 있으므로, 사용자가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를 위해 청구관리 프로그램의 ‘데이터 송수신 기능’, ‘보완추가청구, 자료의 백업 기능’,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 소프트웨어 기능’ 등을 이용하고자 PM_MAIN.EXE 파일을 실행해 PM2000을 구동하면 ‘자동전송 프로그램’의 기능은 환자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원고가 관리하는 서버로 전송하는 것이므로, 약정원이 구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정보주체인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재판부는 “이처럼 PM2000의 청구관리프로그램 설치(업데이트) 및 실행이 ‘자율전송 프로그램’의 설치 및 실행과 결합돼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이뤄지도록 돼 있으므로, PM2000의 청구관리 프로그램의 전반이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 소프트웨어로서 적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심평원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적정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므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사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승덕
2017.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