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적지 않은 시간동안 병원약사로서 '올인'해 온 김향숙 서울대병원 약제부장이 이달말 퇴직한다.
오로지 병원에서, 병원약사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해 온 김향숙 부장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약제부장실에서 만나 퇴직을 앞둔 소회를 들었다.
"우리 약제부의 가장 큰 자산은 '맨 파워'이다. 사소한 것부터 훈련돼 있는 약사들은 무엇보다 좋은 자산이다."
김향숙 부장은 최근 1년여 동안 자신과 함께 해 온 부서원들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증평가와 교육 등 적지 않은 업무를 그들과 함께 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근무해온 서울대병원 약제부 파트장들은 다른 곳이라면 부서장을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면 치켜 세웠다. 능동적으로, 제대로 시스템을 배우고 습관화돼 있다는 점에서 우수 인력이라는 말이다. '맨 파워'라는 표현이 다시 나왔다.
김향숙 부장이 처음 병원에 입사한 것은 지난 1982년이다.
처음에는 제약업체에 입사했다가 생각보다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1년이 조금 넘는 15개월여만에 그만두고 이곳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선배들은 엄격했다. 후배 약사들이 끊임없이 학습하기를 바랐고, 약을 대하는 태도를 바르게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이겨내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근무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의료 환경 자체가 상당이 변했고, 점차 많은 업무가 환자 서비스 영역으로 전환됐다. 주사조제도 거의 없던 부분인데 최근 늘었고, 의사 등 다른 직군과 협력팀을 구성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30년 넘는 세월동안 김향숙 부장은 까다롭지만 작은 것부터 습관을 들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부터 100% 잘할 수는 없지만 교육을 차츰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버릇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부장의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약제부에서 근무중인 다른 누구라도 해당 업무를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고, 사소한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2,000여개의 약물을 취급하다 보면 이름이 비슷하거나 모양이 유사한 것이 많다.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투약받는 환자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많은 약물을 다루고, 그 과정에서 오류를 줄이기 위해 서울대병원 약제부는 매월 내부에 위원회를 따로 두고 문제 발생 배경에서부터 보완 작업을 진행한다.
최근 약값이 적게는 수만원부터 100만원이 넘는 고가 의약품이 많이 등장했다. 그만큼 약품관리에도 상당한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방만하게 관리하다 보면 엄청난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병원약사의 업무도 점차 확대됐다.
업무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적절한 처우가 필요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수가 부분에 반영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안전을 위한 업무가 추가된만큼 이 부분에 대한 합당한 지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갖춘, 양질의 인력 수급을 위해서는 수가 부분이 따라와야 한다고 김 부장은 강조했다. 최근 항암조제 등 비교적 까다로운 업무가 많이 있는 만큼 일반에서도 병원약사들이 하는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수가에 적절한 반영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퇴직 이후는 어떤 일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김향숙 부장은 병원약사라는 첫 직업과는 사뭇 다른 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열심히 임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농담 삼아 1주일 정도는 계속 잠을 청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는 팽개쳐 온 집안일을 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소개했다.
2007년 이후부터는 병원 약제부 업무에 '올인'하면서 가족과 집안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도와준 가족에게는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수료만 한 사회약학 분야 논문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이후에 무엇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김향숙 부장은 "서울대병원 약제부장이라는 자리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자리는 아닐 것"이라면서 "올인해 온 그동안의 생활에 후회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