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응급약국, 취지 좋지만 현실과 괴리"
[긴급현장취재] 찾는 손님 없고 취약한 보안도 문제
입력 2010.07.27 06:10 수정 2010.08.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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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본격적인 시범운영에 들어간 심야응급약국. 대부분의 약국에서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약국 보안에 대한 염려가 상당했으며, 약사 홀로 근무하는 약국의 경우 피로도가 누적돼 이대로는 12월말까지 시범운영기간 동안 계속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운영 일주일 무렵인 지난 주말, 심야응급약국 운영 상황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보안문제 걱정 많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백화점약국'. 새벽 1시 무렵 방문한 약국에는 근무약사 1명 등 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보안 등의 문제로 혼자 근무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것이 약국 C약사의 설명이다.

C약사는 "생각보다 방문자가 적어 이렇게 언제까지 운영이 가능할지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처음에는 심야시간 운영에 대해 지원이 있을 것처럼 얘기됐지만 현재 지원은 전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택시를 이용해 약국을 찾아 왔다는 한 방문자는 "아기가 열이 있어 해열제가 필요했다"면서 "안내전화를 통해 문을 연 약국을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휴가 이후 햇볕 화상 후유증을 호소하면서 치료제를 찾는 이도 있었다.

가끔 '약국 위치가 어디냐' 전화로 묻고 방문하는 사람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게시한 심야응급약국 표지를 보고 '정말 24시간 운영하느냐'는 방문자의 질문이 있어 긍정적인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C약사는 전했다.

하지만 참여약국에 대한 지원과 보안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취재를 위한 방문한 시각에도 한 취객이 드링크와 상처치료용 연고를 사가면서 장시간 약국에 머물렀고, 약국앞 길에는 만취자들이 많았다.

때문에 약국 안쪽으로 가는 통로를 진열장과 제품박스로 차단하고 근무하고 있었다.

이 약국은 "앞으로 손님이 거의 없는 새벽 2시 이후에는 뒷편 휴게실에서 근무하면서 CCTV와 인터폰을 따로 설치해 활용하는 것으로 근무방식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자리에 앉아서 졸고 있는 것 보다는 약국 안전 등을 고려해 오히려 이 방식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 약사의 말이다.

"필요성 인정하지만 실효성은 의문"

자정을 넘어 찾은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수약국'에는 약사 2명이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원시약사회가 약사회 차원의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하고 있어 매일 밤 10시 30분부터 2인 1조로 교대를 하고 있다.

자정이 되기 전부터 약국에는 이미 여러명의 손님이 찾아왔지만 주말에다 유흥가 주변에 위치한 탓에 정말 급해서 찾아온 손님보다는 드링크류 등을 찾는 손님이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5일간의 의약품 판매목록을 살펴봐도 근무시간 동안 하루평균 10명 안팎이 약국을 찾았고 이중 응급환자는 1~2명 정도에 그쳤다.

이날도 새벽 3시까지 생리통약과 잇몸약을 찾는 환자가 2명 있었을 뿐 약국은 한산했다.

다만 일부 고객이 전화로 문의를 해오기도 하고 약국을 찾아와 '24시간을 운영하나요', '몇 시까지 운영하세요' 등의 질문을 하며 관심을 갖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근무중이던 Y약사는 "심야에 응급약국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효성을 안 따질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약국을 열어 놓는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현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Y약사는 "일단 시작한 시범사업인 만큼 열심히 동참하겠지만 현재처럼 당번제로 돌아가는 방식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잠자는 시간 고작 3시간"

'용무가 있으신 분은 문을 두드려 주십시요.'

새벽 3시가 가까운 시각, 서울 은평구 제이팜약국 출입문에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약사 혼자서 근무하면서 며칠간 운영해 본 결과 보안도 문제가 될 것 같아 어제부터 불은 켜두고 출입문을 잠근 상태에서 근무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J약사는 "방문자가 적다는 것을 보면 홍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일주일 가까이 운영해 봤지만 그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다"라고 전했다.

중심가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주택가 왕복 2차선도로에 접한 입지 때문인지 2시 이후에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J약사의 설명이다.

고양시에서 약국을 찾은 방문객은 "애가 열이 있어 해열제를 구하러 왔다"라면서 "집 주변(고양시)에는 문을 연 약국이 없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1339 응급전화를 통해 약국을 안내받았지만 새벽시간에 약국을 찾아 30km 가량을 왔고, 약국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심야응급약국에 대해 J약사는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니냐"면서 "대한약사회 집행부가 먼저 발표하고 서둘러 운영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지원책과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J약사는 심야 운영이 끝나는 6시에 약국 문을 닫고 곧바로 사우나로 향한다.

그런 다음 주변 의원이 문을 여는 9시 넘어 다시 약국으로 나온다. 실제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3시간이 채 안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혼자 운영하게 되면 (약사가) 곧 쓰러질 것"이라면서 "인건비 지원이 있고, 약사 2명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운영상황을 고려할 때 약사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J약사는 전했다.

"비약사 근무자 어찌하나?"

심야응급약국인 지방의 L약국. 자정이 다 된 시각 방문한 L약국에는 비약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번 심야응급약국 시범운영 이전부터 약국을 24시간으로 운영해 온 L약국은 1일 2교대 근무로 약사는 낮에 근무하고 있다고 근무자는 설명했다.

심야 운영에 나선 것은 좋지만 엄연히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비약사가 소화제나 파스 등을 취급하고 있었다.

해당 약국과 약사회에서는 심야 운영을 위해 근무약사를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서둘러 운영하게 된 만큼 비약사 운영이라는 맹점을 노출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주변 다른 지역 심야응급약국 역시 약사 1인이 근무하는 약국이라 운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전히 근무약사를 구하고 있지만 약사 홀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의약품취급소 돌연 '철수'

심야응급약국 시범운영에 돌입하면서 등장한 심야의약품취급소. 그 가운데 서울 지역 한 치안센터에 설치된 취급소는 운영 하루만에 철수했다.

경찰청 등에서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보류'를 결정한 것이다.

한 약사회 관계자는 "사전에 공문을 통해 경찰서 등에 협조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구 단위로 치안센터나 경찰서와 협의해 설치한 취급소가 '협의 부족'으로 철수하게 된 것은 너무 운영을 서두른 것 때문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대한약사회는 시행 초기 심야응급약국 운영 리스트가 수시로 변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리스트 제공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운영이 계속되면서 약국 명단이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적이고 확실한 지원책 마련이 늦어지면서 지난 22일 서울시약사회 구약사회장단 회의에서는 자리를 함께 한 김구 회장과 약사회 관계자에게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인책으로 제시할만한 지원방법이 사실상 많지 않기 때문에 심야응급약국이 제대로 정착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비약사 문제로 ‘부메랑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운영에 따른 경비나 운영자의 피로도 등이 진행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동반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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