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 시리즈] DI 시스템 ‘있다’고 끝?…“데이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연결해야”
“출력물 아닌 최초 생성 데이터·메타데이터까지 관리해야”
“전사 시스템 한 번에 구축할 필요 없어…저울 등 데이터 생성 장비부터 연결”
입력 2026.10.06 06:00 수정 2026.10.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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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아이앤씨피 대표이사는 약업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 완전성 대응 현주소와 현장에서 반복되는 취약점, 기업 규모에 따른 현실적인 개선 방안, 그리고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생산 현장의 DI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 DI)은 이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낯선 개념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은 물론 국내 GMP 환경에서도 계정관리와 전자기록, 감사추적(Audit Trail), 백업 등을 중심으로 데이터의 정확성과 원본성, 추적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추고 감사추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DI 대응이 완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비에서 전자 데이터가 만들어져도 최종 결과만 출력해 종이로 보관하거나, 장비와 다른 시스템 사이에서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이 남아 있다면 데이터가 최초로 생성되는 순간부터 최종 기록까지 연결되는 과정에는 여전히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DI의 초점은 최종 결과가 맞는지만 확인하는 데서 벗어나 해당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증명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누가 데이터를 만들었는지, 언제 생성됐는지, 최초 기록은 무엇이었는지, 중간에 어떤 변경이나 오류가 있었는지, 재측정이 이뤄졌다면 이전 데이터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약업닷컴은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CSV(Computerized System Validation)와 DI 컨설팅을 수행해 온 김정민 아이앤씨피 대표를 만나 국내 제약사의 데이터 완전성 대응 현주소와 현장에서 반복되는 취약점, 기업 규모에 따른 현실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김 대표가 강조한 DI의 출발점은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었다. 기업이 만드는 데이터가 정확하고 정직하며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가 먼저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DI에 포함되는 원칙들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정확성(Accurate)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며 “누가 기록했는지, 시간은 정확한지, 원본인지, 완전한지 등 여러 요소가 모두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가 정말 신뢰할 수 있고 내가 만드는 데이터가 정직하고 진실하다는 것은 기업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영역”이라며 “규제기관은 이제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절차와 문서를 통해 데이터 관리의 적절성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시스템 통제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 말로 설명했던 것을 문서로 강화했고, 문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까지 가야 DI를 잘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굉장히 긴 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스템보다 데이터 흐름 먼저…그려보면 위험구간 보인다”
김 대표는 제약사들이 DI를 이야기할 때 계정관리나 보안, 백업, 전자서명과 같이 최종적으로 눈에 보이는 기능부터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시스템 기능을 확인하기 전에 기업 내부의 데이터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데이터가 어떤 목적으로 생성되고, 어느 장비에서 처음 만들어지며, 누가 어느 단계에 개입하고, 어디에 저장되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보관되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그려보면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생성부터 마지막까지 누가 어느 단계에 개입되고 어디에 보관되고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위험요소들이 찾아진다”며 “그 위험요소를 줄이는 과정에서 가장 줄이기 어려운 것이 수기 작업, 즉 사람이 옮기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수기 작업의 비중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형 제약사 역시 완전한 자동화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제조 등에서는 공정 상태를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하거나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장비 하나하나의 자동화 수준은 높더라도 이를 전사적인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장비별로 고립된 데이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개별 시스템은 상당 부분 구축돼 있지만 이들 시스템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진단이다. 반면 중소형 제약사는 시스템을 관리할 인력과 투자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데이터가 장비 내부에 머물거나 수기 기록과 전자 데이터가 함께 존재하는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수기와 전자기록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전자장비가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음에도 최종 출력물만 제조·시험기록에 첨부하거나, 장비에서 확인한 값을 사람이 다시 입력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과거 수기 중심의 환경에서는 양식 배포와 수정 등을 절차적으로 통제하는 체계가 발전해 왔지만, 자동화와 전산화가 빠르게 들어오면서 오히려 전자 데이터의 원본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에도 이를 관리하지 않고 출력물만 원본으로 취급하면 재측정이나 데이터 누락, 선택적인 기록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장비에 Audit Trail이 존재한다고 해서 위험이 모두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개별 장비의 로컬 메모리에만 기록을 저장할 경우 저장공간이나 보존방식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장비가 상위 시스템과 연결돼 있더라도 작업자가 데이터를 확인한 뒤 직접 내보내는 방식이라면 사람의 개입 구간이 남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기능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데이터가 생성된 순간부터 검토·저장·보존까지 끊김 없이 추적될 수 있느냐다.

원본 데이터에 대한 현장의 인식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제조기록이나 시험성적서에 최종적으로 첨부된 출력물을 원본으로 관리해 온 기업이 적지 않지만, 실제 데이터는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이미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저울에서 무게를 측정할 경우 최초 측정값은 장비에서 전자 데이터로 생성된다. 이후 출력한 종이를 제조기록에 붙였더라도 해당 출력물이 정말 최초 측정 결과인지, 이전에 다른 측정이 있었는지를 출력물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 대표는 “규제기관이 기대하는 원본은 원래 생성됐던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처음 측정했던 값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DF나 이미지 파일도 같은 맥락이다.

최종 계산값이나 결과가 고정된 정적 데이터만 보관하면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존재했던 분석 조건이나 매개변수 변경, 오류, 재측정 등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결과뿐 아니라 해당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가 함께 관리돼야 한다. 최초 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해 재시험 또는 재측정을 했다면 처음 나온 데이터부터 이후 데이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리를 사람의 노력과 절차에만 의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사람 한 명이 절차적으로 풀어 데이터 완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데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며 “사람이 계속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아무리 절차를 최적화하더라도 모든 문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 제약사, 전사 시스템부터 갈 필요 없어…데이터 태어나는 장비부터”
DI 구축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고민에 부딪히는 곳은 중소형 제약사다.

대형 LIMS나 MES, ERP 등을 한 번에 구축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시스템을 운영·검증할 전문인력도 제한적이다.

김 대표는 이런 기업에 처음부터 대규모 전산화를 추진하기보다 데이터를 먼저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흐름도를 통해 사람이 개입하는 구간, 출력물이 이동하는 구간, 장비 안에만 데이터가 남는 구간 등을 찾아낸 뒤 위험도가 높은 부분부터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울이다.

측정이 끝난 뒤 티켓을 출력해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고 제조기록에 부착하는 방식이라면, 실제 측정 정확도 외에도 출력물이 방치되는 시간과 이동구간, 발행 매수, 분실 가능성, 재출력 가능성까지 데이터 관리의 일부로 봐야 한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는 실사 대응 관점에서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끝까지 추적해서 물어보면 티켓이 분실되거나 다시 발행해야 했던 일이 있었다는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모든 시스템을 한 번에 교체하기보다 저울과 pH미터, 적정기 등 데이터가 처음 만들어지는 기초 장비부터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메틀러 토레도의 LabX는 이러한 접근에 활용할 수 있는 실험실 소프트웨어 가운데 하나다. 저울, 적정기, pH미터 등 측정장비를 하나의 환경에서 연결해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개별 장비 안에 머물던 데이터를 한곳에서 관리하면 수기 전사 과정과 공용계정 사용 등 사람의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감사추적과 사용자별 데이터 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서 DI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실제 현장에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사실 자체를 DI 대응의 완료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경계했다.

그는 “시스템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관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솔루션”이라며 “그 솔루션을 활용해서 관리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워드나 엑셀, 스마트폰도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냥 쓰는 것과 활용하고 잘 쓰는 것은 다르다”며 “제약사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고 잘 써야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본래 목적에 맞게 활용하지 못하거나, 백업을 단순히 복사본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문제다.

원본과 백업이 같은 물리적 공간이나 동일한 네트워크 환경에 있다면 화재나 시스템 장애,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동시에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는 복수의 사본을 마련하고 보관 장소를 분리하며, 최소 하나는 네트워크와 독립된 환경에 보관하는 등 데이터 복구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조직의 역량이다.

김 대표는 QA가 품질규정을 이해하더라도 IT 시스템의 구조와 기술적 특성까지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반대로 IT 조직이 시스템은 이해하지만 GMP에서 해당 데이터가 갖는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T에서 QA를 하는 것이 아니고 QA에서 IT를 하는 것도 아니다”며 “IT와 QA가 잘 어우러져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공장 내 IT 조직이 상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부서 사이의 장벽은 아직 남아 있으며, 이를 줄여 목적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미 갖춘 시스템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Audit Trail Review 역시 형식화되면 본래 목적을 잃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감사추적 검토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시험자나 검토자가 서명하는 방식이 운영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데이터 검토가 아닌 체크 자체가 일상 업무로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과 실제로 데이터를 검토했다는 것은 다르며, 형식적인 확인만으로는 품질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DI 과제가 QC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료가 투입되고 의약품이 만들어지는 생산 현장에서도 수많은 전자 데이터가 발생하지만,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의 DI 대응은 상대적으로 시험실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김 대표는 앞으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칭량·공정·설비 데이터까지 얼마나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편에서는 ‘생산은 DI 관리 영역이 아니다’라는 기존 인식이 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지, 생산 현장에서 데이터의 생성과 변경 이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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