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은 특정 유전자를 끄는 분자 도구에서 출발했지만, 연구가 깊어질수록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감시하고 위험한 정보를 억제하며 일부 침묵 상태를 다음 세대까지 기억하는 정보 조절 시스템의 하나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연구에서는 RNAi와 관련 소형 RNA 침묵 경로가 트랜스포존 같은 이기적 유전 요소를 억제하고 생식세포의 유전체 안정성을 지키는 과정까지 연결됐다.
RNAi 연구로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크레이그 멜로(Craig Mello) 미국 매사추세츠대 찬 의과대학(UMass Chan Medical School) 교수는 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에스티팜 주관으로 열린 ‘RISC 2026(RNA Innovation Symposium Corea 2026)’에서 ‘정보의 화염 속 분자적 불꽃(RNAi: A Molecular Spark in an Information Inferno)’ 주제로 발표했다.
멜로 교수는 앤드루 파이어(Andrew Fire) 교수와 함께 예쁜꼬마선충에서 이중가닥 RNA(double-stranded RNA, dsRNA)가 동일하거나 상동성이 높은 서열을 가진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RNAi 현상을 규명했다. 두 연구자는 이 발견으로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날 멜로 교수가 강조한 것은 1998년 발견 자체보다 이후 RNAi 연구가 연 생명정보의 구조였다. RNAi와 이에 연결된 소형 RNA 침묵 연구는 특정 mRNA를 제거하는 현상에서 출발해 트랜스포존 감시,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 정보 구별, 생식세포 유전체 보호, 세대 간 후성유전적 기억으로 영역을 넓혔다.
작은 RNA 신호, 온몸 퍼져 다음 세대로
RNAi 발견 과정에서 가장 예상 밖의 현상 가운데 하나는 강력한 확산성과 지속성이었다. 초기 연구에서는 선충에 dsRNA를 주입했을 때 주입한 조직뿐 아니라 동물 전신에서 표적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됐다. 후속 연구에서는 dsRNA를 만드는 박테리아를 먹이는 것만으로도 RNAi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RNA 침묵 효과는 생식세포를 거쳐 후손에서도 이어졌다.
멜로 교수는 “극히 적은 양의 RNA 정보를 넣었는데도 그 정보가 동물 전체로 퍼지고, 세포들이 같은 서열을 찾아 유전자 발현을 억제했다”며 “더 놀라운 것은 그 정보가 생식세포를 통해 다음 세대까지 전달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RNAi에서는 작은 RNA가 일종의 ‘검색어’ 역할을 한다. 작은 RNA를 탑재한 아르고나우트(Argonaute) 단백질이 상보적인 표적 RNA를 찾아 결합하고, RNA 절단이나 다른 억제 기전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낮춘다. 현재 siRNA 치료제가 질환 관련 mRNA를 선택적으로 낮추는 것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그는 “RNAi의 핵심은 서열 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RNA 가운데 원하는 표적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세포는 이런 분자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어떤 정보가 들어왔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충에서 관찰된 전신성 RNAi와 세대 간 RNA 침묵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실제 RNAi 치료제 개발에서는 siRNA를 원하는 조직과 세포에 전달하고 세포질까지 도달시키는 전달기술, 약동학, 지속기간과 안전성이 별도의 핵심 과제다.
RNAi 망가지자 트랜스포존 움직였다
RNAi의 본래 생물학적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는 RNAi가 작동하지 않는 돌연변이 선충에서 나왔다.
히로아키 타바라(Hiroaki Tabara) 연구진은 1998~1999년 dsRNA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RNAi 결핍 돌연변이를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rde-1과 rde-4 등 RNAi에 필요한 유전자가 확인됐고, 일부 RNAi 결핍 계통에서는 평소 억제돼 있던 내인성 트랜스포존의 이동이 증가했다.
트랜스포존은 유전체 안에서 위치를 이동하거나 복제될 수 있는 이동성 유전 요소다. 통제가 무너지면 새로운 유전체 위치에 삽입돼 정상 유전자 기능과 유전체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멜로 교수는 “우리가 RNAi를 발견했을 때는 강력한 유전자 억제 도구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돌연변이를 연구하면서 질문이 달라졌다. ‘자연은 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스포존과 바이러스 같은 이기적 유전 요소는 자신의 정보를 계속 복제하려 한다”며 “생식세포는 다음 세대로 유전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인식하고 억제하는 정교한 감시체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piRNA가 찾고 RdRP가 증폭…유전정보 감시
생식세포의 RNA 침묵 시스템은 고전적인 dsRNA 유도 RNAi보다 복잡하다.
예쁜꼬마선충에서는 piRNA와 Piwi 계열 아르고나우트 PRG-1이 새로운 RNA 서열을 탐색한다. 표적이 침묵 대상으로 인식되면 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 RdRP)가 22G-RNA로 불리는 2차 소형 RNA 신호를 증폭하고, 선충 특이 아르고나우트(worm-specific Argonaute, WAGO)가 이를 이어받아 RNA 침묵을 유지한다.
일부 신호는 핵으로 전달돼 억제성 염색질 상태 형성과 연결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침묵 상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유지될 수 있다. 멜로 교수는 “세포는 무엇을 꺼야 하는지만 알아서는 안 된다”며 “자신에게 필요한 유전자와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 가운데 무엇을 허용할지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RNA 침묵 시스템은 일치하는 서열을 무조건 파괴하는 단순한 ‘가위’가 아니다. 예쁜꼬마선충 생식세포에서는 과거의 RNA 발현 경험과 여러 소형 RNA 경로가 결합해 정상적인 자기 유전정보와 잠재적으로 위험한 비자기 정보를 구별하는 분자적 기억을 만든다.
멜로 교수는 아르고나우트 기반 탐색 시스템이 초당 약 1억개의 상호작용을 샘플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자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엄청난 속도로 충돌하고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며 “아르고나우트는 이 과정에서 가이드 RNA가 가진 정보를 이용해 올바른 표적을 빠르게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모든 아르고나우트 단백질에 적용되는 고정된 반응속도라기보다 세포 안에서 이뤄지는 분자 탐색의 막대한 규모와 속도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적 수치다.
“정보는 DNA에만 있지 않다”…생명체를 정보망으로
멜로 교수는 발표 후반부에서 RNAi 연구를 더 큰 생명정보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확장했다.
그가 제시한 모델에서는 DNA와 염색질 조절 인자, 새롭게 생성되는 전사체, 가공된 RNA, 비암호화 RNA, 단백질과 단백질 복합체, 리보핵단백질(RNP), 대사산물과 지질 등이 여러 층을 구성한다. 각 층은 수많은 연결을 만들고, 연결의 강도가 달라지면서 최종적인 생물학적 출력이 변한다.
멜로 교수는 이를 인공지능(AI)의 다층 신경망과 비교했다. 그는 “생물학적 정보가 DNA 염기서열에만 저장돼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정보는 스스로 생성되는 숨은 층들과 그 층 사이의 가중된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화는 새로운 요소를 계속 네트워크에 추가한다”며 “트랜스포존이나 바이러스 같은 이기적 유전 요소도 진화의 시간에서는 새로운 노드와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생명체가 실제 AI 알고리즘과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의 유전자에서 하나의 표현형으로 이어지는 선형 모델보다 DNA·RNA·단백질·대사산물과 환경이 연결된 다층 네트워크로 생명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적 접근이다.
그는 이를 “생물학적 정보는 자기생성적 숨은 층에서 출현한다(Biological Information Emerges from Self-Generative Hidden Layers)”고 표현했다.
“교과서 밖 자연에 답 있다”…RNAi 이후의 질문
멜로 교수는 발표 말미에 제1형 당뇨병으로 인슐린 치료를 받는 딸 빅토리아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이 젊은 시절 재조합 DNA 기술을 이용해 인간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 분자생물학에 빠졌고, 훗날 자신의 가족이 그 과학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젊었을 때 인간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웠다”며 “지금 제 딸은 바로 그런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인슐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에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해답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며 “이미 교과서에 적혀 있는 것만 배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생물학이 바로 우리가 탐험해야 할 개척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RISC 2026’은 에스티팜이 주관하는 RNA 분야 전문 심포지엄으로, RNA 치료제의 기술 혁신과 개발·사업화 전략을 공유하는 행사다. 국내외 연구자와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RNA 신약의 전달기술, 임상개발, 상용화 경험과 향후 과제를 논의한다. 행사에는 에스티팜을 비롯해 SK바이오팜, 삼양바이오팜,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싸이티바 등 국내외 제약바이오 및 생명과학 기업이 참여해 RNA 치료제 개발 기술과 사업화 전략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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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은 특정 유전자를 끄는 분자 도구에서 출발했지만, 연구가 깊어질수록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감시하고 위험한 정보를 억제하며 일부 침묵 상태를 다음 세대까지 기억하는 정보 조절 시스템의 하나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연구에서는 RNAi와 관련 소형 RNA 침묵 경로가 트랜스포존 같은 이기적 유전 요소를 억제하고 생식세포의 유전체 안정성을 지키는 과정까지 연결됐다.
RNAi 연구로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크레이그 멜로(Craig Mello) 미국 매사추세츠대 찬 의과대학(UMass Chan Medical School) 교수는 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에스티팜 주관으로 열린 ‘RISC 2026(RNA Innovation Symposium Corea 2026)’에서 ‘정보의 화염 속 분자적 불꽃(RNAi: A Molecular Spark in an Information Inferno)’ 주제로 발표했다.
멜로 교수는 앤드루 파이어(Andrew Fire) 교수와 함께 예쁜꼬마선충에서 이중가닥 RNA(double-stranded RNA, dsRNA)가 동일하거나 상동성이 높은 서열을 가진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RNAi 현상을 규명했다. 두 연구자는 이 발견으로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날 멜로 교수가 강조한 것은 1998년 발견 자체보다 이후 RNAi 연구가 연 생명정보의 구조였다. RNAi와 이에 연결된 소형 RNA 침묵 연구는 특정 mRNA를 제거하는 현상에서 출발해 트랜스포존 감시,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 정보 구별, 생식세포 유전체 보호, 세대 간 후성유전적 기억으로 영역을 넓혔다.
작은 RNA 신호, 온몸 퍼져 다음 세대로
RNAi 발견 과정에서 가장 예상 밖의 현상 가운데 하나는 강력한 확산성과 지속성이었다. 초기 연구에서는 선충에 dsRNA를 주입했을 때 주입한 조직뿐 아니라 동물 전신에서 표적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됐다. 후속 연구에서는 dsRNA를 만드는 박테리아를 먹이는 것만으로도 RNAi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RNA 침묵 효과는 생식세포를 거쳐 후손에서도 이어졌다.
멜로 교수는 “극히 적은 양의 RNA 정보를 넣었는데도 그 정보가 동물 전체로 퍼지고, 세포들이 같은 서열을 찾아 유전자 발현을 억제했다”며 “더 놀라운 것은 그 정보가 생식세포를 통해 다음 세대까지 전달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RNAi에서는 작은 RNA가 일종의 ‘검색어’ 역할을 한다. 작은 RNA를 탑재한 아르고나우트(Argonaute) 단백질이 상보적인 표적 RNA를 찾아 결합하고, RNA 절단이나 다른 억제 기전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낮춘다. 현재 siRNA 치료제가 질환 관련 mRNA를 선택적으로 낮추는 것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그는 “RNAi의 핵심은 서열 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RNA 가운데 원하는 표적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세포는 이런 분자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어떤 정보가 들어왔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충에서 관찰된 전신성 RNAi와 세대 간 RNA 침묵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실제 RNAi 치료제 개발에서는 siRNA를 원하는 조직과 세포에 전달하고 세포질까지 도달시키는 전달기술, 약동학, 지속기간과 안전성이 별도의 핵심 과제다.
RNAi 망가지자 트랜스포존 움직였다
RNAi의 본래 생물학적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는 RNAi가 작동하지 않는 돌연변이 선충에서 나왔다.
히로아키 타바라(Hiroaki Tabara) 연구진은 1998~1999년 dsRNA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RNAi 결핍 돌연변이를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rde-1과 rde-4 등 RNAi에 필요한 유전자가 확인됐고, 일부 RNAi 결핍 계통에서는 평소 억제돼 있던 내인성 트랜스포존의 이동이 증가했다.
트랜스포존은 유전체 안에서 위치를 이동하거나 복제될 수 있는 이동성 유전 요소다. 통제가 무너지면 새로운 유전체 위치에 삽입돼 정상 유전자 기능과 유전체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멜로 교수는 “우리가 RNAi를 발견했을 때는 강력한 유전자 억제 도구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돌연변이를 연구하면서 질문이 달라졌다. ‘자연은 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스포존과 바이러스 같은 이기적 유전 요소는 자신의 정보를 계속 복제하려 한다”며 “생식세포는 다음 세대로 유전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인식하고 억제하는 정교한 감시체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piRNA가 찾고 RdRP가 증폭…유전정보 감시
생식세포의 RNA 침묵 시스템은 고전적인 dsRNA 유도 RNAi보다 복잡하다.
예쁜꼬마선충에서는 piRNA와 Piwi 계열 아르고나우트 PRG-1이 새로운 RNA 서열을 탐색한다. 표적이 침묵 대상으로 인식되면 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 RdRP)가 22G-RNA로 불리는 2차 소형 RNA 신호를 증폭하고, 선충 특이 아르고나우트(worm-specific Argonaute, WAGO)가 이를 이어받아 RNA 침묵을 유지한다.
일부 신호는 핵으로 전달돼 억제성 염색질 상태 형성과 연결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침묵 상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유지될 수 있다. 멜로 교수는 “세포는 무엇을 꺼야 하는지만 알아서는 안 된다”며 “자신에게 필요한 유전자와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 가운데 무엇을 허용할지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RNA 침묵 시스템은 일치하는 서열을 무조건 파괴하는 단순한 ‘가위’가 아니다. 예쁜꼬마선충 생식세포에서는 과거의 RNA 발현 경험과 여러 소형 RNA 경로가 결합해 정상적인 자기 유전정보와 잠재적으로 위험한 비자기 정보를 구별하는 분자적 기억을 만든다.
멜로 교수는 아르고나우트 기반 탐색 시스템이 초당 약 1억개의 상호작용을 샘플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자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엄청난 속도로 충돌하고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며 “아르고나우트는 이 과정에서 가이드 RNA가 가진 정보를 이용해 올바른 표적을 빠르게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모든 아르고나우트 단백질에 적용되는 고정된 반응속도라기보다 세포 안에서 이뤄지는 분자 탐색의 막대한 규모와 속도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적 수치다.
“정보는 DNA에만 있지 않다”…생명체를 정보망으로
멜로 교수는 발표 후반부에서 RNAi 연구를 더 큰 생명정보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확장했다.
그가 제시한 모델에서는 DNA와 염색질 조절 인자, 새롭게 생성되는 전사체, 가공된 RNA, 비암호화 RNA, 단백질과 단백질 복합체, 리보핵단백질(RNP), 대사산물과 지질 등이 여러 층을 구성한다. 각 층은 수많은 연결을 만들고, 연결의 강도가 달라지면서 최종적인 생물학적 출력이 변한다.
멜로 교수는 이를 인공지능(AI)의 다층 신경망과 비교했다. 그는 “생물학적 정보가 DNA 염기서열에만 저장돼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정보는 스스로 생성되는 숨은 층들과 그 층 사이의 가중된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화는 새로운 요소를 계속 네트워크에 추가한다”며 “트랜스포존이나 바이러스 같은 이기적 유전 요소도 진화의 시간에서는 새로운 노드와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생명체가 실제 AI 알고리즘과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의 유전자에서 하나의 표현형으로 이어지는 선형 모델보다 DNA·RNA·단백질·대사산물과 환경이 연결된 다층 네트워크로 생명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적 접근이다.
그는 이를 “생물학적 정보는 자기생성적 숨은 층에서 출현한다(Biological Information Emerges from Self-Generative Hidden Layers)”고 표현했다.
“교과서 밖 자연에 답 있다”…RNAi 이후의 질문
멜로 교수는 발표 말미에 제1형 당뇨병으로 인슐린 치료를 받는 딸 빅토리아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이 젊은 시절 재조합 DNA 기술을 이용해 인간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 분자생물학에 빠졌고, 훗날 자신의 가족이 그 과학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젊었을 때 인간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웠다”며 “지금 제 딸은 바로 그런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인슐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에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해답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며 “이미 교과서에 적혀 있는 것만 배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생물학이 바로 우리가 탐험해야 할 개척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RISC 2026’은 에스티팜이 주관하는 RNA 분야 전문 심포지엄으로, RNA 치료제의 기술 혁신과 개발·사업화 전략을 공유하는 행사다. 국내외 연구자와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RNA 신약의 전달기술, 임상개발, 상용화 경험과 향후 과제를 논의한다. 행사에는 에스티팜을 비롯해 SK바이오팜, 삼양바이오팜,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싸이티바 등 국내외 제약바이오 및 생명과학 기업이 참여해 RNA 치료제 개발 기술과 사업화 전략을 공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