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신문 34주년 특집] ④ 더마 성장, 제조·유통 전략도 고도화
전달 기술 개발 의뢰 40% 증가…의료진 교육·상품군 세분화
입력 2026.09.08 05:30 수정 2026.09.08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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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마 시장이 커지면서 화장품을 만드는 기술과 판매하는 방식이 함께 고도화되고 있다. 제조업계는 고효능 성분을 완제품에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전달·안정화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 단계에선 전문 채널에 맞춘 교육과 대중 유통에 맞춘 상품 구성이 함께 강화되고 있다.

 한국콜마가 개발한 항노화 신소재 ‘TOT(Tocopherol-Oxalate-Tocopherol)’가 SCI급 저널인 ‘Molcules’ 4월호 표지에 선정됐다. ⓒ한국콜마

고효능 성분, 제형 설계와 전달 기술이 관건

피부과 시술에서 알려진 성분이 화장품으로 확장되고 레티놀 등 고효능 성분의 활용이 늘면서 화장품 제조 난도도 높아졌다. 이들 성분은 온도와 pH 등 제형 환경에 따라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어 완제품 안에서 효능과 사용감을 유지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해지는 것이 리포좀과 엑소좀 등 전달체 기술이다. 전달체는 유효 성분을 보호해 제형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피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크림과 세럼, 토너는 수분과 유분의 구성 및 제형 구조가 달라 같은 성분을 사용하더라도 전달체를 각각 설계해야 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PDRN, 레티놀 등 고효능 성분은 온도와 pH 변화에 민감하고 다른 성분과 쉽게 반응해 변성되기 쉽다"며 "성분이 제형 안에서 안정적으로 효능을 내도록 설계하는 것 자체가 기술력의 척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 수요는 실제 제품 개발 의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콜마에 접수된 리포좀·나노입자·엑소좀 등 유효 성분 전달 기술 관련 개발 의뢰는 2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최근 한국콜마가 제조한 스킨케어 신제품의 3분의 1이 전달 기술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웠으며 적용 제형도 크림과 세럼, 토너 등으로 다양해졌다.

한국콜마는 성분의 특성에 따라 나노화와 캡슐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나노화는 성분 입자를 미세하게 만들어 제형 안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동국제약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 타임리버스'엔 난용성 성분인 TECA(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를 두 차례 나노화하는 기술이 쓰였고, ​셀리맥스 '노니 에너지 앰플'엔 판테놀을 나노화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캡슐화는 성분을 미세한 캡슐 안에 넣어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콜마에 개발을 의뢰한 스킨케어 제품 가운데 약 절반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

전달·안정화 연구는 의약품의 원리를 화장품에 접목하는 융합 R&D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콜마가 개발한 신소재 'TOT'는 표적 항암 치료 원리를 응용해 피부 속 노화 유발 물질을 만났을 때 항산화 성분을 방출하도록 설계됐다. 자체 리포좀 기술을 접목한 관련 연구는 올해 4월 SCI급 국제 학술지 'Molecules'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피부과 시술급 효능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구현하려는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며 "화장품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아우르는 융합 R&D를 확대해 더마 화장품의 기술 진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셀퓨전씨 엑스퍼트가 지난해 10월 첫 출시한 병의원 전용 신제품 '배리덤 로션 MD'와 '배리덤 크림 MD'가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행사장에  전시돼 있다. 셀퓨전씨 엑스퍼트는 이 자리에서 의료인과 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신제품의 주요 특징과 개발 배경을 소개했다. 두 제품은 pH 4.5 약산성 포뮬러를 적용한 점착성투명창상피복재로,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씨엠에스랩

병의원은 의료진 교육, 해외는 현지 기반부터

고효능 성분을 안정적으로 구현했다고 해서 더마 제품의 경쟁력이 곧바로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품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더마 시장에선 소비자가 제품별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성분과 효능, 사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마 제품의 주요 유통처로 자리 잡아온 병의원 채널도 마찬가지다. 특정 피부 고민이나 시술 후 관리를 목적으로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병의원 유통 브랜드들은 의료진이 제품의 특성과 적용 대상, 사용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병의원 전문 더마 브랜드 셀퓨전씨 엑스퍼트는 연구개발·제품화와 의료진 교육을 병행한다. 자체 연구소에서 고효능 성분과 적용 기술의 방향을 정하고 국내 ODM 인프라를 통해 제품화한 뒤, 교육 영상과 웨비나, 전문가 협업 콘텐츠로 성분과 기술, 사용법을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셀퓨전씨 엑스퍼트 관계자는 "병의원 채널에서는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만큼 의료전문가용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속도도 중요하다"며 "교육 영상과 웨비나, 전문가 협업 콘텐츠를 활용해 의료진이 제품의 특성과 사용법을 이해하고 환자에게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 채널 진입 시엔 국내와 다른 유통 환경과 규제 요건이 적용된다. 유럽과 미국의 약국 시장은 기존 더마 브랜드와 현지 유통사의 거래 관계가 오랫동안 형성돼 있다. 유럽에서 의료기기로, 미국에서 OTC 제품으로 판매하려면 각각 EU MDR과 OTC 모노그래프에 맞는 자료와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셀퓨전씨 엑스퍼트 관계자는 "해외에선 초기부터 약국 입점을 추진하기보다 온라인 판매와 현지 클리닉 협업을 통해 소비자와 의료진 접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ODM을 활용해 국가별 수요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고 임상·규제 자료와 현지 유통 기반을 갖춘 뒤 약국 등 전문 채널로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17~~2026년 10년간의 올리브영 내 더마 상품 연간 매출 추이. ⓒCJ올리브


더마 대중화 이끌며 상품군 세분화

H&B 채널은 병의원과 약국에 집중됐던 더마 제품을 일상적인 스킨케어 구매 영역으로 확산시킨 주역이다. 올리브영의 2020~2026년 더마 코스메틱 매출은 추정치를 포함해 연평균 24% 성장했으며, 2026년 1인당 더마 제품 구매 금액은 2020년보다 6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브영은 늘어난 더마 수요에 맞춰 입점 브랜드와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더마 제품을 보유한 입점 브랜드는 2021년 20개에서 2025년 42개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2024년엔 전년보다 57% 증가했다. 취급 품목도 페이스 스킨케어에서 마스크팩과 헤어·보디 세정류, 선케어 등으로 넓어졌다. 2020~2025년 마스크팩 매출은 연평균 60.7% 증가했고 헤어·보디 세정류와 선케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마 제품을 찾는 목적은 트러블 진정에서 시술 후 관리와 데일리케어로 넓어지고 있다. 올리브영 상품 리뷰에서 2023~2024년엔 '트러블', '여드름', '흔적' 등 특정 피부 문제와 관련된 키워드가 주로 나타났다. 2025년엔 '장벽', '모공', '피지', '데일리', '시술', '관리' 등으로 관련 키워드가 확대됐다.

성분명으로 제품을 고르는 소비가 늘면서 여러 기능을 함께 내세운 더마 상품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4~5월 올리브영 스킨케어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엔 '실크펩타이드', 'EGF', '나이아신아마이드', '마데카 분말', '트라넥사믹애씨드' 등 성분명이 다수 포함됐다. 2020년과 비교해 2025년 더마 제품의 평균 주요 성분 수는 36%, 제품당 평균 기능 수는 20% 증가했다. 판테놀과 나이아신아마이드, 아데노신의 활용 비중이 커졌고 토코페롤과 펩타이드도 주요 성분군에 새롭게 포함됐다.

‘올리브영N 성수’에서 진행 중인 '어드밴스드 더마' 팝업. ⓒ CJ올리브영

올리브영은 세분화된 관리 수요를 별도 상품군으로 묶어 지난 3월 말 국내 브랜드로 구성한 '어드밴스드 더마'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국내 제약사와 협업해 개발한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함께 구성해 의료 관광객의 애프터케어와 일상적인 피부 관리 수요를 겨냥했다. 트라넥사믹애씨드와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배합한 동아제약 '색소침착 프로 크림', EGF를 포함한 리쥬더마EX '리페어링 크림', 창상피복재 의료기기인 동국제약 '마데카셀 MD 크림' 등이 대표 상품이다.

올리브영 전체 더마 매출에서 제약사 기반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분기 0.7%에서 2026년 1분기 12.3%로 확대됐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최근 의료 관광 증가에 따른 애프터케어와 데일리케어 트렌드 확산으로 K-더마 코스메틱이 새로운 성장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며 "올리브영은 국내 더마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시켜 온 역량을 바탕으로 잠재력 있는 K-더마 브랜드를 발굴해 K-뷰티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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