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신문 34주년 특집] ③ K-더마, 국내 틈새 넘어 글로벌 무대로
장벽·제약 기술 앞세워 해외 확장… 인수·글로벌 유통 진출도 잇따라
입력 2026.09.08 05:30 수정 2026.09.0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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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더마 브랜드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병·의원이나 민감성 화장품 시장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브랜드들이 H&B와 온라인을 거쳐 글로벌 대형 유통망으로 진출하고, 제약사가 보유한 성분과 기술을 앞세운 브랜드들도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한국 더마 브랜드를 직접 인수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K-더마가 K-뷰티의 새로운 수출 영역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과거 국내 더마 시장은 일반 스킨케어와 유통 경로부터 달랐다. 피부과와 병·의원에서 접하는 제품이나 민감하고 문제성인 피부를 위한 전문 화장품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최근에는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접점이 크게 넓어졌다. 병원과 전문 채널에서 확보한 신뢰를 기반으로 올리브영과 온라인, 해외 대형 리테일까지 진출하면서 일반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K-더마는 병·의원과 전문 채널을 넘어 글로벌 대형 유통망으로 진출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경쟁의 핵심도 유행성 성분보다 기술·임상 근거·브랜드 신뢰로 이동하고 있다. ⓒAI생성이미지

전문 채널 밖으로

에스트라는 병원 중심의 더마 브랜드에서 대중 유통과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온 대표적인 사례다. 유로모니터 ‘Beauty and Personal Care 2026 Edition’ 기준 2025년 국내 더마코스메틱 스킨케어 소매판매액 1위에 오른 에스트라는 1982년 태평양제약에서 시작된 더마 헤리티지와 아모레퍼시픽의 피부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병원 채널에서 기반을 다진 브랜드다. 2018년에는 아토베리어365를 올리브영에 선보이면서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어졌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세포라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2월엔 세포라 유럽 온라인몰에 입점했고, 현재는 유럽 19개국 약 860개 세포라 매장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토베리어365 크림을 중심으로 민감 피부와 피부장벽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외 확장은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에스트라의 미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아토베리어365 크림이 아마존과 세포라에서 성장을 이끌었고, 유럽에서도 세포라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관계자는 “K-뷰티 트렌드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기 위해서는 단순 유행을 넘어 브랜드가 축적해온 연구 기술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CNP와 피지오겔의 주요 해외 시장으로 북미를 공략하고 있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디지털 커머스 기반을 만든 뒤 대형 오프라인 유통으로 판매망을 넓히는 전략이다. CNP는 올해 2월 미국 얼타 뷰티(Ulta Beauty)에 입점했으며, CNP와 피지오겔 모두 최근 미국 올리브영에도 진출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는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채널 성과를 기반으로 미국 전역의 대형 화장품 유통체인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CNP는 프로폴리스 라인과 피부 전문 관리에서 영감을 받은 더마앤서 라인을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피지오겔은 DMT와 레드수딩 라인을 국내외 시장에서 함께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더마 시장에서의 차별화 요소로는 R&D 역량을 꼽았다. LG생활건강 측은 “좋은 성분만 배합하는 것을 넘어서 철저한 임상시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유통 확대와 함께 임상과 데이터를 제품 경쟁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확보한 뒤 현지 오프라인 리테일로 옮겨가는 전략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전문 채널을 기반으로 대중 유통까지 영역을 넓혔던 경험이 해외에서는 아마존·세포라·얼타 뷰티 등 현지 채널을 통해 다시 확장되고 있다.

 

기술이 브랜드 자산

K-더마의 성장 경로는 브랜드마다 다르다. 화장품 기업의 피부 연구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피부과 전문의의 경험을 제품으로 연결하거나, 제약사가 보유한 바이오 기술과 원료 연구를 화장품으로 확장한 사례도 있다. 공통점은 특정 피부 고민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 근거를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데 있다.

대웅제약의 이지듀는 대웅제약이 개발한 상피세포성장인자 DW-EGF를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기미·잡티 등 구체적 피부 고민을 겨냥한 제품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7월까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 전년 동기 대비 약 200% 증가했다. 제약사의 바이오 기술을 효능 중심의 제품으로 연결한 것이 성장의 배경이 됐다.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는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TECA(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에 대한 연구 노하우를 화장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2015년 마데카 크림을 시작으로 홈쇼핑과 온라인에서 소비자 기반을 넓혔으며, 최근엔 해외 유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분기 센텔리안24의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했다. 일본에선 돈키호테·로프트·마츠모토키요시 약 1000개 매장에 입점했고, 미국에서도 코스트코·얼타 뷰티·노드스트롬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네오팜은 피부장벽 구조를 모사하는 독자 기술 MLE(Multi-Lamellar Emulsion)를 기반으로 아토팜·리얼베리어·제로이드·더마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민감 피부와 피부장벽 분야에 집중해온 연구 역량을 서로 다른 소비자층과 피부 고민을 겨냥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발전시킨 형태다.

해외 사업도 커지고 있다. 네오팜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약 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북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북미에서는 아마존과 틱톡샵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는 한편 TJX와 H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으로도 판매망을 넓혔다.

네오팜 관계자는 “더마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이전부터 민감피부와 피부장벽 분야에 집중해 전문성을 축적해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하나의 브랜드나 히트 제품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소비자층과 피부 고민에 대응할 수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더마 브랜드들은 피부장벽·바이오·제약 기술을 차별화 자산으로 삼아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본격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국내 더마 브랜드 인수도 시장의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 로레알은 지난해 3월 고운세상코스메틱 인수를 완료하고 닥터지를 소비자제품사업부에 편입했다. 인수 당시 닥터지를 피부과 전문의가 설립한 브랜드이자 과학적 접근을 기반으로 효과와 가격 접근성을 함께 갖춘 스킨케어 브랜드로 평가했으며,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해온 닥터지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닥터지가 라로슈포제·세라비 등이 속한 더마톨로지컬 뷰티 사업부가 아니라 로레알파리·가르니에·메이블린 등이 포함된 소비자제품사업부에 편입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더마의 전문성이 병원이나 프리미엄 전문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대중 스킨케어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로레알은 2025년 9개월 실적에서 닥터지가 양호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고, 연간 실적 발표에서는 브랜드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에선 경쟁 기준도 높아진다. 유럽과 미국엔 라로슈포제·세라비·유세린·아벤느처럼 피부과학과 독자 기술을 오랫동안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한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선 ‘더마’라는 성격 자체가 일반 화장품과의 차별점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떤 피부 문제에 특화돼 있는지, 이를 뒷받침할 기술과 임상 근거가 있는지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다.

김영미 셀퓨전씨 엑스퍼트 사업개발팀장은 “현재의 해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임상 근거 자산과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지속적인 전문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트렌드 마케팅으로 확보한 초기 인지도를 신뢰 기반의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다음 단계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K-뷰티가 아마존·세포라·틱톡샵 등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넓혀놓았다는 점은 K-더마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K-더마는 기존 K-뷰티의 제품 개발력과 유통 접근성에 피부장벽, 바이오 기술, 제약 연구, 임상 데이터와 같은 별도의 구매 이유를 더할 수 있다. 최근 여러 브랜드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동남아까지 동시에 판매 지역을 넓히는 것도 이미 구축된 K-뷰티 유통 기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빠른 제품 개발이나 화제성 있는 성분만으로 기존 글로벌 더마 브랜드와 장기간 경쟁하기는 어렵다. 특정 피부 고민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자 기술과 연구 이력을 축적하고, 제품과 시장이 달라져도 일관된 전문성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임상 근거까지 갖춰야 초기 관심을 장기적인 신뢰로 전환할 수 있다.

국내 병·의원과 전문 시장에서 시작한 더마 브랜드는 이제 글로벌 대형 리테일 안에서 기존 스킨케어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제약사 화장품의 성장과 글로벌 기업의 국내 브랜드 인수도 같은 시기에 진행 중이다. K-더마의 다음 경쟁은 ‘한국에서 온 더마’라는 출신보다 어떤 피부 문제에 어떤 기술과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를 세계 시장에서 증명하는 데서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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