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 인허가 순서 잘못 짜면 비용 2배
미국 OTC·인도네시아 할랄 등 시장별 규제 장벽 높아져
입력 2026.08.25 06:00 수정 2026.08.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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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4일 열린 '2026 서울뷰티포럼' 산업 세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 이지선 보건연구관이 강연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한국 화장품 수출이 전 세계 200여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우수한 제품력에 더해 각국의 규제 대응력이 새로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마다 화장품 분류와 심사 절차, 화학물질과 포장재 기준이 달라 제품 기획 단계부터 진출국과 인허가 순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4일 열린 '2026 서울뷰티포럼' 산업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여러 국가에 동시에 진출하려면 개별 시장의 규제를 따로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통 기준을 제품 기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윈게이트코리아 손성민 대표가 24일 서울 DDP에서 열린 서울뷰티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국가별 규제 교집합 찾아 제품 기획에 반영

윈게이트코리아 손성민 대표는 1억명 이상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화장품 수출국과 달리 국내 화장품 산업은 처음부터 수출 중심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중국 수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미국, 일본, 홍콩을 비롯해 10~20위권 국가들의 성장 폭이 상당히 커졌다"며 "제품 기획 단계부터 여러 타깃 국가의 규제 교집합을 고려해 동시다발적인 론칭을 준비하는 것이 최근 뚜렷해진 트렌드"라고 말했다.

여러 국가에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려면 국가별 제품 분류와 심사 기준의 차이부터 확인해야 한다. 같은 기능성 화장품도 중국에서는 세부 기능에 따라 분류와 소요 기간이 달라진다.

손 대표는 "주름개선은 일반 화장품(비안)으로 묶여 약 3개월이면 신고가 끝나지만, 미백은 특수 화장품으로 분류돼 안전성 평가 자료 전수 제출과 사전 승인까지 무려 1년가량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자외선차단제와 여드름 제품, 비듬 샴푸, 피부보호제 등이 질병 예방과 완화 목적의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된다. 화장품과 OTC에 모두 해당하는 제품은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에 따른 시설 등록과 안전성 입증 요건뿐 아니라 OTC 규정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손 대표는 "따라서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에 따른 시설 등록 및 안전성 입증 요건은 물론, OTC 규정까지 동시에 충족해야만 수출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연방정부 규제와 별도로 각 주가 운영하는 환경·화학물질 규제도 살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과불화화합물(PFAS) 등 화학물질 사용 제한과 포장재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아마존 등 온라인몰을 통해 전역에 판매하려면 특정 주를 배제하지 않는 이상 캘리포니아주 규제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U 기준으로 자료 갖추고 국가별 요건 추가

여러 국가의 인허가를 각각 준비하면 같은 처방과 안전성 자료를 반복해서 검토해야 한다. 손 대표는 다른 시장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은 유럽연합(EU) 인허가를 먼저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EU에 제품을 출시하려면 현지 책임자(RP)를 지정하고 처방 검토와 제품정보파일(PIF), 안전성 평가 보고서(CPSR)를 준비해야 한다. 제품 라벨까지 EU 기준에 맞춘 뒤 화장품 신고 포털(CPNP)에 등록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때 확보한 처방과 안전성 자료를 바탕으로 영국과 우크라이나, 대만, 미국, 아세안 등이 추가로 요구하는 사항을 보완하면 등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은 EU와 제품 분류와 심사 체계가 달라 별도의 인허가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유럽권에서도 등록 방식은 나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독자적인 SCPN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내년 7월까지 새 화장품법에 따른 제품 등록을 마쳐야 한다. 반면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5개국은 한 차례 등록으로 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

손 대표는 "국가별 규정에는 서로 겹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 어느 국가의 인허가를 먼저 진행하느냐에 따라 시간과 비용 차이가 크다"며 "EU 등록을 나중에 진행하면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 이지선 보건연구관이 24일 서울 DDP에서 열린 서울뷰티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인도네시아 할랄 의무화, 이슬람권 확산 가능성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 이지선 보건연구관은 수출시장 확대와 함께 기업이 대응해야 할 규제 범위도 안전성 입증에서 환경·인증 기준까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안전성 입증 요건을 강화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오는 10월 18일부터 화장품 할랄 인증을 전면 의무화한다.

할랄 인증은 종교적 기준과 안전성 확인뿐 아니라 인증과 교육, 심사 비용을 통해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수익으로도 이어진다. 인도네시아의 제도 시행을 계기로 말레이시아와 중동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유사한 인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이 연구관은 "최근 현지를 방문해 허가나 심사가 아님에도 국가가 돈을 벌어주는 강력한 규제의 이면을 직접 실감했다"며 "인증 제도의 경제적 파급력을 체감한 말레이시아나 중동 등 K-뷰티의 핵심 미래 시장들 역시 이와 유사한 제도를 확대 도입할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식약처, 현지 협상과 기업 대응 기반 마련

식약처는 해외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정부와 직접 제도 개선을 협의하는 한편, 국내 기업이 국가별 요구 자료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엔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과 민관 합동 지원단을 구성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지원단은 현지 정부와 인증기관에 국내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할랄 인증 의무화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이 연구관은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애로사항을 전달하니 현지 정부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의무화 시행 전 유통 제품의 유예 기간 연장, 한국 교육 이수자의 할랄 슈퍼바이저 고용 허용, 기인증 제조소의 현장 실사 면제 등 굵직한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현지 정부와의 협의와 함께 기업이 스스로 규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자료도 구축한다. 국내 화장품 기업의 94%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해외 규제에 대응할 때 겪는 자료와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유 원료의 안전성 자료와 평가 기술을 마련하고, 기업이 국가별 할랄 원료의 사용 가능 여부와 수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연구관은 "대한민국에서만 쓰는 고유 원료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구축해 세계 시장에서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평가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라며 "기업들이 원료 수급 현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국가별 할랄 원료 DB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국가와의 협의는 규제기관 간 다자 협력으로 확대한다. 식약처는 오는 9월 7일 11개국 규제기관이 창립 회원으로 참여하는 '지포라스(G4RAS)' 첫 행사를 열고 국가별 화장품 규제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 연구관은 "서류 한 장으로 무너질 수 있는 시대에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의 규제 대응 역량"이라며 "오는 9월 7일 11개국이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규제기관 협의체 '지포라스(G4RAS)' 첫 행사를 열고 촘촘한 실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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