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수치보다 전략”…노보 vs 릴리, 전혀 다른 접근법
“노보는 속도, 릴리는 구조”…GLP-1 경쟁 두 축으로 재편
위고비, 익숙한 브랜드로 처방 확대 vs 파운다요, 복용 제한 없는 강점 부각
시작부터 격차 벌어져…신규 브랜드 '파운다요' 초기 진입 장벽 직면
입력 2026.04.28 06:00 수정 2026.04.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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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GLP-1 위고비와 파운다요를 AI를 통해 만든 이미지. 실제 제품 이미지와는 연관이 없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주사제 중심에서 경구제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글로벌 제약사 간 경쟁 구도 역시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각각 경구용 GLP-1 치료제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초기 시장 반응은 단순한 처방 수치를 넘어 두 기업의 전략적 접근 방식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의료 데이터 분석 기관 IQVIA 자료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출시 2주 만에 약 1만 8410건의 처방을 기록하며 빠른 시장 침투 속도를 보였다. 반면 릴리의 경구용 GLP-1 치료제 파운다요는 같은 기간 약 3707건의 처방에 그치며 상당한 격차를 나타냈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제품 경쟁력 차이로 보기보다는 시장 진입 방식과 브랜드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노보 노디스크는 기존 주사제 시장에서 이미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경구제 확장을 시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고비는 주사제 형태로 이미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였으며, 이를 그대로 경구제 라인업으로 확장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익숙한 브랜드 경험을 유지했다. 이러한 전략은 새로운 제품을 학습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기존 사용자 기반을 자연스럽게 경구제로 전환시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GLP-1 계열 치료제에 대한 온라인 검색 트렌드 역시 위고비 경구제 출시 시점에 맞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관심 증가를 넘어 실제 처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노보 노디스크는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선점 효과를 결합해 초기 처방 속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반면 릴리는 파운다요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릴리는 이미 주사제 마운자로를 통해 비만 및 당뇨 시장에서 강력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지만, 경구제에서는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지 않고 별도의 제품명을 도입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초기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인지도 부족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운다요의 초기 성과를 단순히 부진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출시 첫 주 처방 건수는 약 1390건으로, 릴리의 기존 주사제 마운자로 초기 처방 건수 약 1100건과 노보 노디스크 주사제 위고비 초기 처방 건수 약 768건을 모두 상회했다. 이는 경구제라는 새로운 제형에 대한 시장 수요가 이미 충분히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파운다요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초기 수요를 확보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초기 처방 격차는 존재하지만, 이를 장기적인 경쟁 구도로 단순 환원하기에는 변수들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출시 초기 처방 데이터가 유통 구조, 보험 적용 여부, 샘플 제공, 데이터 집계 방식 등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IQVIA 데이터는 초기 시장 상황을 빠르게 반영하는 장점이 있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단기 수치만으로 시장 우위를 단정하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두 기업의 전략 차이는 제품 특성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파운다요는 복용 시 공복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고 물 섭취에도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위고비 경구제는 일정 시간 공복 유지와 제한된 물 섭취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편의성 문제를 넘어 환자의 복약 순응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비만 치료 영역에서 복약 편의성은 치료 지속률과 직결되며, 이는 결국 장기 시장 점유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릴리는 글로벌 생산 및 유통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파운다요가 미국 외 시장에서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처방 확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릴리는 이러한 요소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반응 역시 이러한 초기 데이터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파운다요의 초기 처방 수치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릴리 주가는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실적 반응이라기보다 경구 GLP-1 시장에서의 초기 주도권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장기적인 경쟁 구도를 보다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파운다요의 연간 매출이 2026년 약 1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최대 3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초기 처방 속도와는 별개로, 경구 GLP-1 시장 전체의 성장 잠재력과 릴리의 제품 경쟁력을 반영한 수치로 풀이된다.

현재 GLP-1 시장은 비만 및 당뇨 치료 영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세그먼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여기에 경구 제형이 추가되면서 치료 접근성이 확대되고 환자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시장 규모 자체의 성장 속도 역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사제에 대한 부담을 느끼던 환자군이 경구제로 유입되면서 신규 수요 창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결국 이번 경쟁은 단순한 제품 간 우열을 가리는 수준을 넘어, 각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설계하고 확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브랜드 기반 전환 전략을 통해 초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릴리는 제품 차별성과 글로벌 확장성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향후 경쟁은 처방 건수 외에도 복약 순응도, 가격 정책, 공급망 안정성, 보험 등재 속도, 국가별 규제 대응 역량 등 다양한 요소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경구 GLP-1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신제품 출시 단계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적 역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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