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DJ 아비치(Avicii) 8주기에 울려 퍼진 레볼루션의 췌장암 신약 3상 성공 소식
한 아티스트의 고통의 시간, 그리고 의학의 진전
레볼루션 메디신, ‘사형선고’였던 췌장암, 생존 두 배로
입력 2026.04.23 15:23 수정 2026.04.23 17:35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팀 베를링 재단(Tim Bergling Foundation)

2018년 4월 20일. 전 세계를 EDM 비트로 흔들었던 스웨덴 천재 아티스트 아비치(Avicii, 팀 베를링)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8년이 흘렀습니다.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전해진 그의 비보는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이었죠.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의 노래를 아꼈던 팬 한 사람으로서 그가 남긴 빈자리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저에게 아비치는 뮤지션을 넘어선 뮤즈였습니다. 방황하던 20대 시절,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던 ‘Wake Me Up’ 선율은 지친 마음을 일깨워주는 위로였습니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해 2016년 한국 내한 공연 때 한달음에 달려가 그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조명 뒤에는 한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했던 췌장의 비명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당시 아비치는 췌장암 투병설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던 것은 만성 췌장염이었습니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 발생 위험을 10배 이상 높입니다. 세포의 파괴와 재생이 반복되는 염증 굴레는 결국 암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인적인 스케줄과 과도한 스트레스는 췌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었습니다. 담낭을 제거하고도 무대에 서야 했던 그는 결국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 속에서 평안을 찾아 떠나고 말았습니다. 소중한 이를 질병으로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8년이 지난 지금도 이 시기가 되면 그가 겪었을 고독한 사투가 더욱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아비치가 겪었던 그 절망의 장기를 향해 역대 가장 강력한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3일 전해진 미국 바이오텍 레볼루션 메디신(Revolution Medicines)의 췌장암 신약 임상 3상 성공 소식은 의약계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그동안 췌장암은 암세포를 둘러싼 단단한 종양기질(stroma) 장벽과 환자의 90% 이상에서 발견되는 KRAS 변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특히 기존 KRAS 저해제가 특정 변이(G12C 등)에 제한됐던 것과 달리, ‘다락손라십(Daraxonrasib, RMC-6236)’은 활성 상태의 RAS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RAS(ON) 다중 선택적 저해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임상 3상 결과, 다락손라십은 기존 표준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60%나 감소시켰으며(Hazard Ratio 0.40, p<0.0001),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mOS)은 13.2개월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대조군의 6.7개월 대비 두 배의 생존 연장을 이뤄낸 수치로, 췌장암 진단이 더 이상 사형 선고가 아님을 과학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여기에 22일 막을 내린 AACR 2026에서 발표된 ADC(항체-약물접합체)와 이중 항체 데이터들은 췌장암 특유의 면역 억제 미세환경을 극복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8년 전, 지금과 같은 정밀의료 체계와 혁신적인 치료 모달리티가 존재했다면 어땠을까요. 통증을 잊기 위해 괴로워했던 한 천재의 삶이 조금은 다른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가정을 해보게 됩니다.

아비치의 음악 ‘Wake Me Up’에는 이런 가사가 나오죠. “모든 것이 끝나면 나를 깨워줘(Wake me up when it's all over).” 이제는 하늘에 있는 그에게 이렇게 답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췌장이 주는 통증과 췌장암이라는 절망의 긴 터널이 이제 막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말이죠.

우리가 임상시험 데이터 수치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질병으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8주기를 맞아, 그의 음악이 고통 없는 곳에서 더 멀리 울려 퍼지길, 난치 질환을 끝낼 신약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계속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2016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울트라 코리아 2016’ 무대에 오른 아비치(Avicii).©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아비치로 잘 알려진 팀 베를링은 1989년 9월 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그는 ‘Levels’, ‘Hey Brother’, ‘Wake Me Up’ 등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세 곡을 포함한 총 여섯 작품은 스포티파이에서 10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그의 음악적 유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팀 베를링 재단(Tim Bergling Foundation)은 그의 사망 1년 후인 2019년, 부모인 클라스 베를링(Klas Bergling)과 안키 리덴(Anki Lidén)에 의해 설립됐다. 재단은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을 주요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레볼루션 메디신은 2014년 설립된 미국 나스닥 상장 바이오텍으로, RAS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하는 항암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 파이프라인 다락손라십(RMC-6236), RMC-6291은 췌장암과 비소세포폐암 등 난치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웨스트파마슈티컬서비스 “주사제 ‘용기·투여 시스템’까지 검증 필수”
창고형 약국 공세…'가격으론 못 이긴다' 동네약국 생존법은
진스크립트, 리브랜딩으로 과학·기술 위에 ‘상업화 경쟁력’ 더하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산업][칼럼] DJ 아비치(Avicii) 8주기에 울려 퍼진 레볼루션의 췌장암 신약 3상 성공 소식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산업][칼럼] DJ 아비치(Avicii) 8주기에 울려 퍼진 레볼루션의 췌장암 신약 3상 성공 소식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