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 '공급 과잉' 경보…재고 1위는 헤어케어
효능 입증되지 않으면 외면 …지속 가능 가치 녹여내야
입력 2026.03.09 06:00 수정 2026.03.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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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ODM 활성화로 화장품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자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이 급증하면서 재고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 화장품 마케팅 전문 기업 주식회사 뷰즈(Beaus)가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화장품 제조사가 접수한 624개 품목의 재고 처분 상담 데이터 분석 결과, 신규 진입 브랜드 급증으로 인한 제품 범람과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의 선택적 지출이 맞물리며 재고가 쌓이기 쉬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화장품 중 재고 처분 상담이 많았던 세부 카테고리. 헤어케어 제품 비중이 상위권 전반에 포진했다. ⓒ뷰즈

재고 처분 고민이 가장 깊은 카테고리는 헤어케어 분야였다. 종합 재고 처분 상담 순위에서 샴푸(1위), 트리트먼트(2위), 스타일링제(3위)가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 내 물가 상승세와 맞물려 소비자들이 확실한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제품에는 더 이상 지갑을 열지 않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일본의 샴푸 시장 규모는 약 837억엔, 트리트먼트는 1821억엔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중저가 시판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고 증가 사례가 늘고 있다. 다기능성이나 전문 살롱 품질 등 확실한 특장점을 갖추지 못한 제품들이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밀려난 결과다. 보고서는 “모발 탄력 저하나 새치 관리 같은 고령화 고민, 또는 개인별 모발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기획 없이 다품종 전개만 고수할 경우 수요가 분산돼 결국 재고 적체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스킨케어 부문에선 시장 규모가 큰 품목들이 역설적으로 재고 리스크의 중심에 있다. 에센스(미용액)는 단일 시장 규모가 2602억엔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스킨케어 중 재고 처분 상담 1위를 차지했다. 시장규모 1260억엔을 기록한 토너와 1700억원 규모의 클렌징 부문 역시 재고 규모 상위권이었다.

스킨케어 기본 품목의 경우, 브랜드 간 유효 성분이나 가격 측면의 차별성이 모호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에 피로감을 느끼는 레드오션화가 진행된 상태다. 즉각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바로 다른 브랜드로 옮겨가는 '브랜드 스위칭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반복 구매가 일어나지 않은 초기 생산 물량이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국내 화장품 출하액 추이를 살펴보면, 시장 규모의 성장이 개별 브랜드의 성장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화장품 출하액은 외국인 관광객 쇼핑 수요가 절정에 달했던 2019년 2조6500엔을 기록한 후 팬데믹 타격을 입은 2020년엔 2조2300엔까지 급감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거쳐 2025년엔 2019년 수준에 근접한 2조5800엔 규모로 전망되나, 시장의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철저한 기획 없이 물량으로 승부하는 제품은 도태되는 구조가 안착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공급 과잉 환경에선 '1차 판매'보다 '선택받는 지속성'이 중요한 경쟁축"이라는 현지 뷰티 전문가 아보 사키나 (阿保幸菜)의 발언을 인용하며, “특히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한 병을 다 비울 때쯤 피부 결이나 안색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반응'이 나타나야 반복 구매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 성숙도를 정확히 파악한 정밀한 상품 기획이 필수적이다. 또한 최근 일본 시장 내서 주목받는 리필형 디자인이나 친환경 처방 등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품에 녹여내는 시도가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공급 과잉 시대에서 화장품 제조사들은 이제 '어떻게 팔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기획 단계서부터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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