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 대응 과정에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입법에 기반을 둔 국가 전략, 명확한 성과지표(KPI), 데이터를 활용한 지속적 거버넌스 구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치료 기술의 진전에 비해 진단·재원·돌봄을 잇는 시스템 전환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질병수정치료제(DMT) 시대를 앞두고, 한국 치매 정책이 설계의 완성도를 넘어 실행의 정밀성과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딜로이트와 대한신경과학회는 6일 APAC 지역 알츠하이머병 정책과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백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알츠하이머병 정책 및 관리 체계 강화: 진전을 위한 실행 경로(Strengthening Alzheimer’s Disease Policy and Management in Asia Pacific: Pathways to Progress)’를 공동 발간하고, 이를 소개하는 ‘알츠하이머 관리 체계와 정책 대응’ 웨비나를 개최했다.
대한신경과학회 총무이사 최호진 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의 치매 정책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제 실행력을 갖춘 구조라는 점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목표를 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표로 측정하고 연차 단위로 다시 조정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은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 교수는 이제는 평균 성과를 넘어, 격차를 줄이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치매안심센터 이용률이나 진단 접근성에서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른 차이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며 “구조가 만들어진 만큼, 이제는 어느 집단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숫자로 확인하고 보완하는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질병수정치료제 시대에는 진단·치료·모니터링이 하나의 경로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레지스트리와 영상 인프라 같은 요소들이 개별 사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표준 경로 안으로 통합돼야 정책의 효과가 실제 환자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구조 위에서 정밀도를 높일 때”
한국의 치매 정책은 2008년 1차 국가치매계획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고도화됐다. 초기에는 치매 인식 제고와 인프라 확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후 2·3·4차 계획을 거치며 정책의 무게중심은 점차 지역사회와 이용자 중심으로 이동했다. 특히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은 기존 인프라를 통합·연계해 지역 단위에서의 연속 돌봄과 비용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정책 전환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것은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이다. 백서에 따르면,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은 중앙 광역 기초로 이어지는 3단계 치매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중앙정부가 국가 치매 전략과 제도를 설계하고, 17개 광역치매센터와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가 이를 현장에서 실행하는 구조다. 치매안심센터는 조기 검진, 예방, 진단 연계, 돌봄 조정, 가족 지원까지 지역 단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 실행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 교수는 “치매 국가책임제 이후 한국 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계획이 현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라며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지역에서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5년 단위 KPI 설계로 이어졌다. 4차 국가 치매 관리 종합계획의 비전은 ‘치매 환자가 가족·이웃과 함께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치매 친화 사회’다. 목표는 환자가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지역 치매센터 등록·관리율을 2019년 50% 수준에서 2025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량적 목표가 포함돼 있다.
백서는 이러한 KPI 기반 정책 운용이 가능한 배경으로 한국의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지목했다.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치매 관리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책 효과를 일회성 평가가 아닌, 연속적 관리 대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질병수정치료제(DMT) 시대를 앞두고 이 같은 구조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백서에서는 APAC 전반에 대해 치료제 승인 속도에 비해 진단·치료·모니터링을 연계하는 재원 구조와 시스템 준비는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치료제 자체보다 이를 떠받치는 진단 경로와 안전성 관리, 지역사회 돌봄 연계가 병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뇌영상 인프라 측면에서 비교적 높은 접근성을 보유한 국가로 분류된다. 국내 PET·CT 보유 의료기관 수와 검사 수행 건수는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백서에서는 인프라 보유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표준 진단·치료 경로로 얼마나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느냐가 정책 경쟁력을 가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 기반 레지스트리 구축도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백서에는 한국에서 추진 중인 ‘JOY-ALZ(Korean Joint Registry for Alzheimer’s Treatment and Diagnostics)’가 사례로 언급됐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도입 과정과 효과, 안전성 데이터를 표준화해 축적하고, 연구 네트워크와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최 교수는 “한국 치매 정책 강점은 입법에 기반한 KPI 중심 거버넌스와 데이터 활용 구조”라며 “이 기반 위에서 뇌영상 인프라와 레지스트리를 결합해, DMT 시대에 맞는 다음 단계의 치매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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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대응 과정에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입법에 기반을 둔 국가 전략, 명확한 성과지표(KPI), 데이터를 활용한 지속적 거버넌스 구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치료 기술의 진전에 비해 진단·재원·돌봄을 잇는 시스템 전환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질병수정치료제(DMT) 시대를 앞두고, 한국 치매 정책이 설계의 완성도를 넘어 실행의 정밀성과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딜로이트와 대한신경과학회는 6일 APAC 지역 알츠하이머병 정책과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백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알츠하이머병 정책 및 관리 체계 강화: 진전을 위한 실행 경로(Strengthening Alzheimer’s Disease Policy and Management in Asia Pacific: Pathways to Progress)’를 공동 발간하고, 이를 소개하는 ‘알츠하이머 관리 체계와 정책 대응’ 웨비나를 개최했다.
대한신경과학회 총무이사 최호진 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의 치매 정책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제 실행력을 갖춘 구조라는 점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목표를 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표로 측정하고 연차 단위로 다시 조정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은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 교수는 이제는 평균 성과를 넘어, 격차를 줄이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치매안심센터 이용률이나 진단 접근성에서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른 차이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며 “구조가 만들어진 만큼, 이제는 어느 집단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숫자로 확인하고 보완하는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질병수정치료제 시대에는 진단·치료·모니터링이 하나의 경로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레지스트리와 영상 인프라 같은 요소들이 개별 사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표준 경로 안으로 통합돼야 정책의 효과가 실제 환자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구조 위에서 정밀도를 높일 때”
한국의 치매 정책은 2008년 1차 국가치매계획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고도화됐다. 초기에는 치매 인식 제고와 인프라 확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후 2·3·4차 계획을 거치며 정책의 무게중심은 점차 지역사회와 이용자 중심으로 이동했다. 특히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은 기존 인프라를 통합·연계해 지역 단위에서의 연속 돌봄과 비용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정책 전환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것은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이다. 백서에 따르면,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은 중앙 광역 기초로 이어지는 3단계 치매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중앙정부가 국가 치매 전략과 제도를 설계하고, 17개 광역치매센터와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가 이를 현장에서 실행하는 구조다. 치매안심센터는 조기 검진, 예방, 진단 연계, 돌봄 조정, 가족 지원까지 지역 단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 실행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 교수는 “치매 국가책임제 이후 한국 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계획이 현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라며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지역에서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5년 단위 KPI 설계로 이어졌다. 4차 국가 치매 관리 종합계획의 비전은 ‘치매 환자가 가족·이웃과 함께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치매 친화 사회’다. 목표는 환자가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지역 치매센터 등록·관리율을 2019년 50% 수준에서 2025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량적 목표가 포함돼 있다.
백서는 이러한 KPI 기반 정책 운용이 가능한 배경으로 한국의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지목했다.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치매 관리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책 효과를 일회성 평가가 아닌, 연속적 관리 대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질병수정치료제(DMT) 시대를 앞두고 이 같은 구조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백서에서는 APAC 전반에 대해 치료제 승인 속도에 비해 진단·치료·모니터링을 연계하는 재원 구조와 시스템 준비는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치료제 자체보다 이를 떠받치는 진단 경로와 안전성 관리, 지역사회 돌봄 연계가 병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뇌영상 인프라 측면에서 비교적 높은 접근성을 보유한 국가로 분류된다. 국내 PET·CT 보유 의료기관 수와 검사 수행 건수는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백서에서는 인프라 보유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표준 진단·치료 경로로 얼마나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느냐가 정책 경쟁력을 가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 기반 레지스트리 구축도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백서에는 한국에서 추진 중인 ‘JOY-ALZ(Korean Joint Registry for Alzheimer’s Treatment and Diagnostics)’가 사례로 언급됐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도입 과정과 효과, 안전성 데이터를 표준화해 축적하고, 연구 네트워크와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최 교수는 “한국 치매 정책 강점은 입법에 기반한 KPI 중심 거버넌스와 데이터 활용 구조”라며 “이 기반 위에서 뇌영상 인프라와 레지스트리를 결합해, DMT 시대에 맞는 다음 단계의 치매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