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VC의 장기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 수준은 세계 상위권에 근접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 IR 역량이 부족해 좋은 기술이 글로벌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병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이병건 한국 고문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진정한 점프업을 하려면, 해외 VC가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시장 조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 제약바이오 투자대전’ 기조연설에서 ‘국내 바이오벤처의 해외 VC 투자유치 전략’을 주제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관광공사, KOTRA,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고문은 한국 바이오기업이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규모, 지속성, 스토리라인, 엑시트(Exit) 구조다. 특히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R&D 투자 규모는 글로벌 투자자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약 1500곳의 연간 총 R&D 투자 규모는 약 5조원이다. 정부 정책금융을 모두 합쳐도 10조원을 넘기 어렵다. 반면 일라이 릴리는 단일 기업의 연간 R&D가 17조원에 달한다. 노바티스와 로슈 역시 10조원 안팎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 고문은 “해외 VC는 단일 기업의 성공 가능성만 보지 않는다. 그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국가 생태계가 새로운 기업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며 “한국은 기술 역량은 뛰어나지만, 5~10년 단위로 생태계가 끊기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VC가 원하는 것 ‘논리적 일관성 가진 스토리’
이 고문은 해외 VC에게 기술력은 출발점일 뿐, 투자 판단의 핵심 조건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장기 로드맵 △글로벌 임상·규제 전략 △Exit 구조(IPO·M&A의 예상 경로) △생태계의 신뢰성이다. 특히 이 고문은 한국 기업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지점으로 스토리텔링의 일관성 부족을 지목했다.
이 고문은 “해외 VC는 단일 자산의 성과보다 10년 뒤 이 회사가 어떤 모습일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라며 “하지만 한국 기업은 매년 전략이 바뀌고, 이것이 가장 큰 투자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글로벌 VC의 장기 투자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리제네론(Regeneron)을 들었다. 이 고문은 “리제네론은 초기 10년 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고, 임상 실패도 여러 차례 겪었다”며 “그러나 장기 VC 자본이 연구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했고, 결국 연 매출 16조원, 시가총액 약 82조원의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제네론 초기 투자자들의 자본은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돈이었다”면서 “한국에는 아직 이런 형태의 장기 자본 구조가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바이오가 살아남는 법…
이 고문은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고, 바이오벤처가 해외 VC의 시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공감할 만한 방향성과 서사”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첫 번째로 제시한 키워드는 ‘확장성’이다. 한국만의 시장 규모로는 글로벌 VC를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 43억명을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Bio Asia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국 바이오의 투자 스케일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제품화까지 이어지는 명확한 로드맵을 꼽았다. 해외 VC는 단순한 기술수출과 초기 라이선스아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가치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미국·유럽 기술수출은 이어가되, 한국과 아시아 권역에서는 직접 상업화를 추진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는 장기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투자 철학이다. 그는 “바이오는 5년, 10년으로 성과를 재단하는 산업이 아니다"며 "최소 30년 호흡으로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정부·대학·병원이 함께 움직이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네 번째로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노화, 뇌신경계 질환, 유전자교정, 재생의료, 엑소좀, 오가노이드, 디지털헬스·AI 등이 그 예다. 이 고문은 “글로벌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영역이 오히려 투자 포인트가 된다”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R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도 한국 바이오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대행사 중심 IR에 머물러 있어 해외 VC가 기업의 진짜 내러티브를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대표나 CSO가 직접 투자자를 만나 스토리를 설명해야 신뢰가 쌓인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한국 바이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술 개발보다 판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단일 시장 전략, 장기 생태계 구축, 규제 혁신, 의료관광·항노화 연계 산업 등 국가 차원의 구조 설계가 향후 10년 한국 바이오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해외 VC 자본을 끌어오려면 VC의 시각으로 시장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기술만으로는 투자받기 어렵고, 산업 환경 전체를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5 제약바이오 투자대전’에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싸토리우스코리아, 제이앤피메디, 아리바이오, 디앤디파마텍 등 기업을 비롯해, 키움증권 허혜민 팀장과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수석전문위원도 참여,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 유치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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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VC의 장기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 수준은 세계 상위권에 근접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 IR 역량이 부족해 좋은 기술이 글로벌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병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이병건 한국 고문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진정한 점프업을 하려면, 해외 VC가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시장 조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 제약바이오 투자대전’ 기조연설에서 ‘국내 바이오벤처의 해외 VC 투자유치 전략’을 주제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관광공사, KOTRA,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고문은 한국 바이오기업이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규모, 지속성, 스토리라인, 엑시트(Exit) 구조다. 특히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R&D 투자 규모는 글로벌 투자자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약 1500곳의 연간 총 R&D 투자 규모는 약 5조원이다. 정부 정책금융을 모두 합쳐도 10조원을 넘기 어렵다. 반면 일라이 릴리는 단일 기업의 연간 R&D가 17조원에 달한다. 노바티스와 로슈 역시 10조원 안팎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 고문은 “해외 VC는 단일 기업의 성공 가능성만 보지 않는다. 그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국가 생태계가 새로운 기업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며 “한국은 기술 역량은 뛰어나지만, 5~10년 단위로 생태계가 끊기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VC가 원하는 것 ‘논리적 일관성 가진 스토리’
이 고문은 해외 VC에게 기술력은 출발점일 뿐, 투자 판단의 핵심 조건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장기 로드맵 △글로벌 임상·규제 전략 △Exit 구조(IPO·M&A의 예상 경로) △생태계의 신뢰성이다. 특히 이 고문은 한국 기업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지점으로 스토리텔링의 일관성 부족을 지목했다.
이 고문은 “해외 VC는 단일 자산의 성과보다 10년 뒤 이 회사가 어떤 모습일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라며 “하지만 한국 기업은 매년 전략이 바뀌고, 이것이 가장 큰 투자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글로벌 VC의 장기 투자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리제네론(Regeneron)을 들었다. 이 고문은 “리제네론은 초기 10년 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고, 임상 실패도 여러 차례 겪었다”며 “그러나 장기 VC 자본이 연구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했고, 결국 연 매출 16조원, 시가총액 약 82조원의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제네론 초기 투자자들의 자본은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돈이었다”면서 “한국에는 아직 이런 형태의 장기 자본 구조가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바이오가 살아남는 법…
이 고문은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고, 바이오벤처가 해외 VC의 시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공감할 만한 방향성과 서사”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첫 번째로 제시한 키워드는 ‘확장성’이다. 한국만의 시장 규모로는 글로벌 VC를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 43억명을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Bio Asia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국 바이오의 투자 스케일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제품화까지 이어지는 명확한 로드맵을 꼽았다. 해외 VC는 단순한 기술수출과 초기 라이선스아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가치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미국·유럽 기술수출은 이어가되, 한국과 아시아 권역에서는 직접 상업화를 추진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는 장기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투자 철학이다. 그는 “바이오는 5년, 10년으로 성과를 재단하는 산업이 아니다"며 "최소 30년 호흡으로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정부·대학·병원이 함께 움직이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네 번째로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노화, 뇌신경계 질환, 유전자교정, 재생의료, 엑소좀, 오가노이드, 디지털헬스·AI 등이 그 예다. 이 고문은 “글로벌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영역이 오히려 투자 포인트가 된다”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R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도 한국 바이오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대행사 중심 IR에 머물러 있어 해외 VC가 기업의 진짜 내러티브를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대표나 CSO가 직접 투자자를 만나 스토리를 설명해야 신뢰가 쌓인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한국 바이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술 개발보다 판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단일 시장 전략, 장기 생태계 구축, 규제 혁신, 의료관광·항노화 연계 산업 등 국가 차원의 구조 설계가 향후 10년 한국 바이오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해외 VC 자본을 끌어오려면 VC의 시각으로 시장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기술만으로는 투자받기 어렵고, 산업 환경 전체를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5 제약바이오 투자대전’에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싸토리우스코리아, 제이앤피메디, 아리바이오, 디앤디파마텍 등 기업을 비롯해, 키움증권 허혜민 팀장과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수석전문위원도 참여,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 유치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