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과 의료기기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정작 이를 학습시키고 실증할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산업계의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규제의 파편화와 과도한 행정 절차로 인해 연구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권칠승 의원실 주최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관련 입법 방향 국회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데이터 활용과 정보 보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입법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권칠승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법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안전한 데이터 활용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연구자와 기업이 안심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혁신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도 했지만, 이 가이드라인 자체가 상위법과 부딪히는 경우도 있고 법적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법률의 제정을 위해 다른 의원들과도 협업하고 있다"며 입법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 전문가들 역시 현장의 참담한 현실을 전하며 권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박대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보건의료정보 활용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현실을 조명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현재 가명처리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이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어 법적 근거가 약하다"며 "과거 SKT 가입자들이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한 소송 사례를 보듯, 보건의료정보는 더욱 정교한 법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은 약 5억 명의 인구를 아우르는 '유럽 건강데이터 공간(EHDS)'을 구축해 데이터의 1차(진료) 및 2차(연구·산업) 활용의 규칙과 투명한 수수료 체계를 마련했으며, '정보 활용 거부권'을 명시하여 정보주체의 권리도 함께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핀란드의 2차 활용법과 일본의 '차세대의료기반법'에 따른 익명가공의료정보 작성 인정사업자(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 제도를 언급하며, "의료기관의 법적·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자의 데이터 확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형호 HL7Korea 운영위원장은 "국내 기업은 데이터 확보 및 정제 단계에서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을 소진한다"며 "이로 인해 제품 개발 전체 일정이 지연되고 그 사이에 선진국 제품이 앞서 나간다"고 우려했다.
현지훈 딥노이드 연구소장 또한 "1년간 AI를 개발한다고 하면 10개월 정도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쓰이고, 실제 모델 개발은 약 한 달 정도 진행한다"고 토로했다. 병원마다 데이터 접근을 위한 IRB(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 및 DRB(데이터심의위원회) 절차가 제각각이며, 다기관 연구를 위해 여러 병원의 심의를 각각 거쳐야 하는 중복 행정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질병의 예후, 재입원율, 합병증 발생 및 사망 위험 등을 예측하는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사망자 데이터'의 활용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사망자 데이터는 결과를 포함하는 완성형 데이터로 AI 학습의 정답지 역할을 하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만을 다루고 있어 활용이 어렵다.
이에 대해 권칠승 의원은 종합토론에서 "사망자 데이터와 생존자 데이터를 섞어서 자꾸 대책을 세우기 때문에 답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생산이 된 데이터를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소유권 문제를 법적으로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대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사망자 의료데이터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며 보건의료정보법 내에 별도의 사망자 데이터 활용 특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현재 보건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여러 법률에 분산되어 관리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옥희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활용에 찬성하지만, 현행법이 너무 흩어져 있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책임이 결국 의사나 병원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 토로하며, 중개 기관 마련 및 표준화, 병원에 대한 보상 체계 논의를 주문했다.
류위선 JLK 최고의학책임자는 "데이터를 지키려고만 하다가 정작 뇌졸중 환자처럼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해악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거버넌스 일원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국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 관할로 유사한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관련 법률안들이 각각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박지훈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PD는 “부처 간 법률안 조정을 통해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산업적 진흥을 동시에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과장은 "이해관계자 간 의견 대립으로 20여 년간 법 제정이 지연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데이터 활용에 대한 니즈가 매우 높아진 만큼 올해 안에는 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정부 측의 강한 입법 의지를 밝혔다.
권칠승 의원도 "100% 다 찬성하는 법은 없다"며 "진행되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선다면 부딪히고 가야 한다"고 정부의 결단력 있는 추진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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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과 의료기기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정작 이를 학습시키고 실증할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산업계의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규제의 파편화와 과도한 행정 절차로 인해 연구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권칠승 의원실 주최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관련 입법 방향 국회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데이터 활용과 정보 보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입법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권칠승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법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안전한 데이터 활용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연구자와 기업이 안심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혁신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도 했지만, 이 가이드라인 자체가 상위법과 부딪히는 경우도 있고 법적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법률의 제정을 위해 다른 의원들과도 협업하고 있다"며 입법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 전문가들 역시 현장의 참담한 현실을 전하며 권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박대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보건의료정보 활용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현실을 조명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현재 가명처리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이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어 법적 근거가 약하다"며 "과거 SKT 가입자들이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한 소송 사례를 보듯, 보건의료정보는 더욱 정교한 법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은 약 5억 명의 인구를 아우르는 '유럽 건강데이터 공간(EHDS)'을 구축해 데이터의 1차(진료) 및 2차(연구·산업) 활용의 규칙과 투명한 수수료 체계를 마련했으며, '정보 활용 거부권'을 명시하여 정보주체의 권리도 함께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핀란드의 2차 활용법과 일본의 '차세대의료기반법'에 따른 익명가공의료정보 작성 인정사업자(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 제도를 언급하며, "의료기관의 법적·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자의 데이터 확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형호 HL7Korea 운영위원장은 "국내 기업은 데이터 확보 및 정제 단계에서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을 소진한다"며 "이로 인해 제품 개발 전체 일정이 지연되고 그 사이에 선진국 제품이 앞서 나간다"고 우려했다.
현지훈 딥노이드 연구소장 또한 "1년간 AI를 개발한다고 하면 10개월 정도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쓰이고, 실제 모델 개발은 약 한 달 정도 진행한다"고 토로했다. 병원마다 데이터 접근을 위한 IRB(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 및 DRB(데이터심의위원회) 절차가 제각각이며, 다기관 연구를 위해 여러 병원의 심의를 각각 거쳐야 하는 중복 행정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질병의 예후, 재입원율, 합병증 발생 및 사망 위험 등을 예측하는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사망자 데이터'의 활용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사망자 데이터는 결과를 포함하는 완성형 데이터로 AI 학습의 정답지 역할을 하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만을 다루고 있어 활용이 어렵다.
이에 대해 권칠승 의원은 종합토론에서 "사망자 데이터와 생존자 데이터를 섞어서 자꾸 대책을 세우기 때문에 답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생산이 된 데이터를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소유권 문제를 법적으로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대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사망자 의료데이터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며 보건의료정보법 내에 별도의 사망자 데이터 활용 특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현재 보건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여러 법률에 분산되어 관리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옥희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활용에 찬성하지만, 현행법이 너무 흩어져 있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책임이 결국 의사나 병원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 토로하며, 중개 기관 마련 및 표준화, 병원에 대한 보상 체계 논의를 주문했다.
류위선 JLK 최고의학책임자는 "데이터를 지키려고만 하다가 정작 뇌졸중 환자처럼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해악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거버넌스 일원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국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 관할로 유사한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관련 법률안들이 각각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박지훈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PD는 “부처 간 법률안 조정을 통해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산업적 진흥을 동시에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과장은 "이해관계자 간 의견 대립으로 20여 년간 법 제정이 지연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데이터 활용에 대한 니즈가 매우 높아진 만큼 올해 안에는 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정부 측의 강한 입법 의지를 밝혔다.
권칠승 의원도 "100% 다 찬성하는 법은 없다"며 "진행되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선다면 부딪히고 가야 한다"고 정부의 결단력 있는 추진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