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기업 개편, 'R&D 허들' 높이고 '과거 리베이트' 족쇄 푼다
R&D 비중 2%p 상향 및 3년 유예… '리베이트 연좌제'는 5년으로 끊는다
'외국계 투트랙' 신설하고 커트라인 65점 명문화… 까다로워진 인증심사
심사 항목 17개로 간소화·정량화… 공급망 기여도 등 사회적 책임 배점 신설
입력 2026.03.26 12:00 수정 2026.03.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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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며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 체질 개선에 나선다.

연구개발(R&D) 투자 기준은 대폭 상향하여 혁신 역량을 갖춘 기업에 혜택을 집중하고, 과거의 리베이트 처분 이력으로 억울하게 발목이 잡히는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해 기업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시행규칙 및 관련 고시 개정안을 입법·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R&D 문턱 2%p 일괄 상향… "진짜 혁신 가린다" 3년 유예기간 부여

이번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제약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강제하기 위한 인증 요건의 상향이다. 의약품 매출액 대비 의약품 연구개발비 비율 기준이 현행보다 2%p씩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년도 평균 매출액이 1,000억 원 미만인 중소형 제약기업은 기존 7%에서 9%로, 1,000억 원 이상인 대형 제약기업은 5%에서 7%로 요건이 강화된다. 미국 cGMP 또는 유럽 EU GMP 등 선진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 판정을 받은 기업에 주어지던 완화 기준 역시 기존 3%에서 5%로 상향 조정된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도입 이후, 2023년 기준 국내 상장 제약사의 의약품 연구개발비 비중이 1.4%p 상승한 반면, 혁신형 제약기업은 3%p나 상승한 점을 근거로 상향 조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다만,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상향된 기준은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도록 유예기간을 두었다.

아울러 인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cGMP나 EU GMP 보유 기업이 인증 연장을 신청할 때 완화된 연구개발비 비중을 적용받기 위한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그동안 증빙자료 작성 시기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인증 유효기간 만료일로부터 3년 이내에 작성된 증빙자료만 제출하도록 시행규칙을 명확히 했다.

5년 지난 과거 리베이트 처분은 심사 제외… 기업 '예측가능성' 제고

산업계의 앓던 이였던 리베이트 관련 인증기준은 합리적인 선에서 대폭 정비된다. 기존에는 과거에 발생한 리베이트 위반행위로 인해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기업 경영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국회의 지적과 관련 부처의 제도 개선 요청으로 이어졌다.

이에 복지부는 인증 심사 또는 연장 심사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전에 종료된 리베이트 위반행위는 아예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강력한 구제책을 마련했다. 2010년 12월 31일 이전에 종료된 위반행위 또한 심사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다.

나아가 행정처분에 대해 행정심판이나 소송이 제기된 경우 무조건 불이익을 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향후 기각 재결 또는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우선 인증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했다.

국내·외국계 심사 '투트랙' 분리… ESG 등 정량·객관화 지표 도입

혁신형 제약기업의 유형을 일반 혁신형 제약기업과 외국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공식 구분하여 심사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이른바 '투트랙(Two-track)' 평가제도도 본격 도입된다. 이는 외국계 제약사의 독특한 사업 구조와 특성을 제도 운용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외국계 혁신형 제약기업의 심사 기준을 살펴보면, 핵심 기술과 특허를 글로벌 본사가 소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비임상·임상 시험 후보물질 개발 지표와 의약품 특허·기술이전 성과 항목의 배점이 일반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조정되었다. 대신 국내에 연구·생산시설을 유치하거나 해외 자본 유치, 공동 연구 등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주도할 경우 배점을 대폭 상향하여 외국계 제약사의 실질적인 국내 산업 기여를 유도했다. 세부적으로 외국계 기업은 해외자본 유치 및 오픈이노베이션 항목에서 12점을 배점받는다. 외국계 기업은 자사의 유불리에 따라 일반 기준과 외국계 기준 중 하나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심사의 투명성과 객관성도 크게 강화된다. 인증심사 세부평가 기준이 고시에 별표로 상세히 공개되며, 총점은 기존 120점에서 100점 만점으로 변경되었다. 복잡했던 심사항목 역시 25개에서 17개로 간소화됐으며, R&D 투자, 임상시험 건수, 수출 규모 등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항목을 명확한 정량지표로 바꾸었다. 또한 제약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의약품 생산·보급 등 사회적 책임 활동(ESG) 우수성 평가 항목이 새롭게 신설되어 10점의 배점을 부여받게 된다.

커트라인 65점 명문화, 탈락 사유 통보 의무화

행정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 최저점수인 65점을 고시에 명문으로 못 박았다. 100점 만점에 65점 이상을 획득해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쉽게 인증에 탈락한 기업에게는 왜 인증을 받지 못했는지 그 사유를 명확히 적시하여 통보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인증 절차 전반의 투명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편안에 대해 2026 5 6()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체계의 쇄신은 신약 개발을 향한 옥석 가리기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복지부는 이번 개선안을 마중물 삼아 연내에 '국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제약 생태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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