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원약사회(The Korean Society of Health-System Pharmacists ; KSHP) 제24회 총회 및 학술대회가 지난 11월 13일(토)-14일(일) 이틀에 걸쳐 부산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10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새내기 약사로서 한국병원약사회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지난 6월말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렸던 춘계학술대회 이후 두번째인데, 총회를 겸한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멀리 부산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리는 행사라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우리 병원에서는 학회 준비차 금요일에 미리 부산에 내려가신 부장님과 약무과장님을 제외하고 한현주 조제과장님의 인솔하에 33명의 약사가 보라매병원 약사 8명과 함께 토요일 아침 8시반 서울역에 집합하여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였다. 병원식구들 중 KTX를 처음 타 보는 사람들도 많아 학회 참가에 대한 설레임과 함께 부산으로 가는 3시간 내내 즐거움이 가득한 여행길이었다. 우리 일행은 1시경 부산롯데호텔에 도착, 학회장에 들어섰다. 등록창구와 전시장은 대부분 설치되어 있었고, 행사 준비에 분주한 진행위원들과 일찍 도착한 회원들로 학회장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병원에서는 구두발표 12편, 포스터 7편을 준비하였는데, 인턴약사 모두 포스터 발표 연자들을 도와 포스터를 미리 준비된 전시판에 부착한 뒤 본격적으로 학회장 탐색에 나섰다.
총회 및 학술대회의 전체적인 운영은, 첫날 1000명 수용 규모의 크리스탈볼룸에서 "의약품 사용의 안전관리에 대한 병원약사의 역할" 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특별강연, 총회, 만찬순으로 진행되었고, 둘째날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제8회 병원약학 연구논문 발표와 51편의 일반연제 구연이 세 개의 발표장에서 각각 진행된 후 세 개 제약회사가 주관한 런천세미나 순으로 진행되었다. 학회 전 기간동안 펄룸에서는 45편의 일반연제 포스터 발표가 진행되었고, 로비 등에서는 17개 제약회사의 제품 홍보 전시장이 운영되었다.
심포지엄 : 의약품 사용의 안전관리에 대한 병원약사의 역할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 심포지엄은 먼저 조선대학교병원 문홍섭 약제부장님이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 무엇이 문제인가?>를 통하여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사용 실태 및 문제점을 파악하며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셨다.
이어 부산대학교병원 이은경 약제부장님이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처방, 조제 및 투약 관리>를 주제로 처방, 조제 및 투약관리의 병원별 차이점, 단계별 약사의 역할에 대해 고찰하면서,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처방, 조제 및 투약관리의 모든 단계에 적절한 인원배치와 제도적인 임상약제업무의 정착을 제시하셨다. 다음으로 서울대학교병원 한현주 조제과장님이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제도적 측면에서의 고찰> 제목하에,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현행제도를 돌아보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협하는 사례와 문제약품 발생시 조치과정을 살펴본 후 문제약품 발생예방을 위한 제도측면의 대책을 제시하셨다.
마지막으로 영동세브란스병원 안보숙 약제과장님은 <의약품 시판후 조사제도(PMS) 및 ADR(의약품유해반응)모니터링제도>를 주제로 약물안전관리체계의 일환으로 ADR모니터링 활성화를 강조하셨다.
특별강연
첫번째 특별강연 연자로 초청되신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신현택 교수님은, <우수병원약국관리기준의 개념 및 구축 전략> 주제발표를 통해 외래환자대상 GPP기준과 함께 의료기관 약제서비스에 대한 GPP기준의 제정과 평가체계의 확립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위한 약사직능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키셨다.
이어 두번째 특별강연 연자로 초청되신 일본 NTT병원 Takao Orii 약제부장님은 <약물의 적정사용을 위한 일본 병원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된 특별강연을 통해, 의약품의 적정사용을 위해 의약품 정보와 의약품의 정보의 활용방안으로 전자카르테, 지역의료 등을 제시하셨다.
제24회 총회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된 제24회 총회에서는 최진석 회장님의 개회사에 이어 조남춘 명예회장님의 격려사와 대한약사회장님을 대신하여 부산광역시약사회 박진엽 회장님의 축사가 있었으며, 이어 각종 시상 및 상패 수여가 진행되었다. 제2회 병원약사대상의 영예는 원사덕 부회장님(국립경찰병원 약제과장)께 돌아갔고, 공로상은 이혜자 감사님(한일병원 전 약제부장), 신철교 감사님(아주대학교병원 약제과장), 주수만 경희의료원 전 약무총괄팀장님 세 분께 수여되었다. 올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분께 수여하는 축하패는 박복순(성가롤로병원), 원경숙(전북대학교병원), 이광섭(서울적십자병원), 이은경(부산대학교병원), 한옥연(가톨릭중앙의료원) 다섯 분께 각각 수여되었다.
제2회 한국병원약사회 기자상에는 약업신문 김용주 기자님과 병원신문 박 현 기자님 두 분이 선정되셨다. 병원약사회 발전에 물심양면으로 협조해 준 제약회사에 드리는 감사패는 중외제약을 비롯한 9개 회사에 수여되었다.
올해 제10회를 맞는 학술상 시상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최경업 약제부장님이 학술본상을, 권명순(서울대학교병원), 박윤희(국립경찰병원), 배희경(삼성서울병원), 정수진(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현지성(서울대학교병원) 이상 5명은 학술장려상의 기쁨을 차지하였다.
시상식 후에는 2004년도 10월말 주요회무보고 및 9월말 수입지출 결산 보고, 9월말 감사보고가 순서대로 진행되었고, 정관 개정 건 및 내년부터 본회를 이끌어가실 손인자 차기회장님과 조영환, 이병구 차기 감사님에 대한 인준이 있었다.
제8회 병원약학 연구논문 발표
병원약학 연구논문은 한국병원약사회에서 회원들의 학술 연구 활동 장려를 위하여 매년 두 편씩 선정하여 편당 연구비 2백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사업으로, 작년에 선정된 <전병동 UDS도입을 위한 입원환자 처방조제 및 약사의 병동활동 효율화 방안 - 이은숙,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소아중환자실에서의 약사의 진정제 투약관리 지침 개발 및 성과 - 조영환, 서울아산병원> 두 편이 9시부터 크리스탈볼룸 B홀에서 30분간 발표되었다.
일반연제 구두발표
일반연제의 발표편수는 총 51편으로 3층 크리스탈볼룸 A홀에서 조제 8편, 약무o전산 6편, 실험 4편, B홀에서 복약상담 7편, DUE 8편, C홀에서 TDM 8편, TPN 5편, DIoADR 5편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A,B,C홀에서 같은 시간에 발표가 진행되어 시간이 모든 연제발표를 다 들을 수 없었던 점과 발표시간 지연으로 질의응답이 생략되는 경우가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았으나, 발표자와 청자의 태도 모두 우수하여 새내기 약사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나는 B홀 열네번째 순서로 <서울대학교병원의 병용금기 및 특정 연령대 금기성분의 처방현황>을 발표했는데, 300명이 넘는 회원 앞에서 처음으로 하는 논문 발표라 떨리고 긴장되었으나 병원에서 사전 연습을 많이 한 덕분과 청자들의 진지한 모습에 힘을 얻어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일반연제 포스터 발표
포스터 발표는 조제, 복약상담, 약물치료, TPN, TDM 등 다양한 주제의 포스터 총 45편이 학회기간 내내 3층 펄룸에서 진행되었다. 동일한 주제끼리 나란히 전시되어 있어 내용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적 효과 또한 우수하여 일반연제 발표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회장님과 학술이사님의 주관으로 우수포스터 시상식이 열렸는데, 가톨릭대학교성모병원김현영 약사가 발표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유해반응 현황분석>을 비롯하여 5편이 선정되어 상장과 부상을 받았다.
발표하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우수포스터로 선정된다면 더 영광스러운 일이기에, 우리 병원에서 한 편도 선정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았고, 내년에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면 우수포스터 수상에 한 번 도전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런천세미나(Luncheon Seminar)
일반연제 발표 후 12시부터 크리스탈볼룸 A, B, C 세 개의 방에서 런천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 A홀에서는 CJ㈜ 주관으로 , B홀에서는 중외제약 주관으로 <한국형 TPN제제의 개발>, C홀에서는 한국화이자 주관으로 <노바스크(amlodipine besylate)의 개발과정, 그리고 염(salt)의 변경으로 제기되는 약물의 quality와 safety문제>를 주제로 각각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차 시간 때문에 다소 일찍 학회장을 떠난 회원들도 있었지만, 발표장마다 250-300석 되는 자리가 거의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꽉 채워져 마지막까지 회원들의 높은 학구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회 참가 소감
개인적으로 1박 2일 일정의 학술대회 참가와 회원들 앞에서 직접 일반연제 구두발표를 하는 것이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긴장되었고, 발표 후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으나, 병원약사로서의 신고식을 무사히 치른 것 같아 뿌듯하다.
인턴약사 과정의 필수 항목이기도 한 학회 구두발표는 인턴약사 10명이 주제선정에서부터 서너차례의 리허설을 하기까지 시간에 쫓기고 부족한 잠과 싸우며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참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으나 그 과정에서 프리셉터 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러 계장님, 과장님, 부장님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힘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인턴약사 모두가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서로 확인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학회 발표 준비 과정은 앞으로 병원약사 생활을 계속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기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막연하게 개국약국이나 제약회사보다는 병원약국에 들어오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의 양과 내용의 우수함은 깜짝 놀랄 만한 정도였다. 일반 정규약사님들이 바쁜 업무 가운데 틈틈이 연구를 수행하여 우수한 논문을 발표하시는 모습을 통하여 많은 선배약사님들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의약분업이라는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도 병원약제부서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수많은 선배약사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학회는 선배약사님들의 학구적 면모를 확인하는 외에도 선후배, 동료약사들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토요일 저녁 공식적인 행사 후 같은 병원 선생님들끼리 그동안의 학회 준비로 인한 피로를 풀고 다음날 발표에 대한 부담을 잠시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학회장에서 다른 병원에 근무하는 학교 선후배, 동기들도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겨울의 초입인 11월 중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학회장에 전국의 병원약사 10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연구학술활동의 성과를 공유하고 상호격려하는 시간이 되었던 이번 학회를 통하여 앞으로 병원약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병원약사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고 앞으로 병원약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