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 선호, 약품비 증가…경제적 평가 수행
우수약국관리 기준도입·지식정보화 기반 구축
복약지도·맞춤약제서비스 제공자 역할 강화
이의경<보사연 보건지원팀장>
보건 의료 환경과
약사 역할
보건 의료 환경의 변화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합리적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의약분업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나타냈다. 과거 전문의약품 (예:항생제)의 자가 투약 현상이 의사의 처방영역으로 전환된 것은 긍정적 효과의 하나이며 이러한 전환으로 말미암아 환자는 의사의 진단을 거친 후에야 투약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행태 변화는 분업 도입당시의 기대수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고가의 브랜드 약품들이 저가의 일반명 약품보다 선호된 탓에 약품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건강보험은 분업 이후의 약품비 증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의약품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 요구.
보건의료분야는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진 분야이다. 그런데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정보의 확산이 두드러지면서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 주장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 공개가 가능해지면서 환자들은 자신이 복약하는 약품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게 되어 결국 의약품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과학기술 발달과 신약의 도입.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신약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 신약이 기존의 약과 차별성이 있기는 하나 가격이 비싸므로 그 치료적 유용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약사 역할의 비전
전문직능은 사회의 수요에 부응할 때만 그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며 약사 직능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의약분업이라는 제도적 변화는 약사의 역할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향후 의약분업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되고 또한 노인 인구의 증가, 소비자 의식변화, 과학기술의 발달 등 보건의료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약사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방향 재정립이 필요하다.
약사는 약의 전문가로서 양질의 의약품을 적정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제공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 특히 오늘날 약품비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약품비의 절감과 의약품의 합리적인 사용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약사는 첫째 약에 관한 의사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의사의 처방행태는 오랜 관행으로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의약품 사용을 권장하고, 처방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여 의약품 오남용을 감소시켜야 한다. 약사는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검토하고 의사와의 대화를 통하여 비합리적 처방관행은 단계적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둘째, 환자에 대한 친절한 약 상담원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약사법을 통하여 따라 복약지도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대부분 용법과 용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약 이름이나 효능, 부작용에 대한 정보의 제공은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을 중점 복약지도 대상 품목으로 선정하여 이에 대한 복약지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맞춤 약제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환자의 신체특성을 고려하여 약용량을 조절하는 TDM이나 종합영양수액(TPN)의 조제, 약력관리 등은 약제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임상서비스이다. 이러한 임상서비스는 환자에 대한 임상정보의 접근이 용이한 병원 약국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병원약사는 임상약제 서비스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약품의 효능과 비용을 다각적·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과거 약사는 약의 전문가로서 약이 신체에 미치는 생리적, 화학적, 물리적 작용에 대한 효과를 주로 다루었다. 그러나 최근 약품비의 증가속도가 빨라지면서 약품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비용 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한국에는 참조가격제도가 도입될 예정으로 기준가보다 비싼 의약품을 조제할 경우 그 부담은 환자에게 돌아가므로 약사들은 환자의 비용부담 측면에서도 약품사용의 비용 효과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의사 및 환자에게 약물사용에 대한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약국교육의 개선
새로운 약사역할을 위한
기반여건 조성방안
의약학의 발달에 따라 의약품 개발이 가속화되고 약물간의 상호작용 등 새로운 지식이 증가되고 있으므로, 국민과 의료진에게 보다 양질의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공자의 자격요건, 대학교육 및 보수교육 정비방안 등 약사의 전문성 강화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개국약사의 주된 기능은 1차 보건의료의 담당자로서 경질환에 대한 파수군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현재는 약의 전문가로서 약의 부작용 및 상호작용에 대한 이중 점검자로서의 기능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보다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위하여 실용적인 약학지식의 보충 이외에 환자 상담기법에 대한 훈련도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 변화과정에 원활히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달리 보다 다양한 의약품에 대하여 깊은 임상약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과거의 제품중심의 교육에서 환자중심의 교육으로, 이론 중심의 교육에서 실무중심의 교육으로,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변화가 요구된다.
우수약국 관리 기준의 도입
의약분업 실시를 계기로 하여 국민에게 제공되는 약국서비스의 질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약국의 제반 업무영역에 대한 기준이 설정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약국업무수행기준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세계약학연맹(FIP)이 1993년 9월 동경 FIP대회에서 채택한 우수약국관리기준(GPP)이 있다. 우수약국관리기준은 약사에 의해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질적으로 적절한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규정한 것이다. 본 기준에서는 약국운영의 사명을 조제 및 판매를 통한 의약품 제공, 국민과 사회가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조언 및 정보 제공, 약국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활동 참여 등의 3가지로 요약 제시했다. 따라서 의약분업 시대에 걸맞는 질적인 약국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GPP제도를 도입하여 약국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DUR의 활성화
진정한 약의 전문가로서 약사의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 이외에 의사의 처방에 대한 검토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의약분업 도입 단계에서 의사들의 오랜 처방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다. 약사의 처방 검토 작업도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미국의 OBRA 90에서는 의사의 처방내용에 대한 평가인 DUR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약사가 의약품 처방에 대하여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는 DUR을 활성화해야 한다.
비용 효과적 의약품 사용을 위한 재정적 유인
고가 의약품의 불필요한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반명 의약품과 기타 저가 의약품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관리의료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듯이 의사의 비용 효과적 처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국내에도 도입되어야 한다. 고가 의약품의 장단점에 대한 경제적 평가를 수행함으로써 고가 약품 처방 결정에 대한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환자와 약사는 약품의 질적 측면은 물론 비용에 대한 인식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저가약품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서 건강보험에서 대체가 가능한 경우 저가 약품비 부분만을 보상해주는 방법이 있다. 약사도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일반명 약품으로 대체하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즉 일반명으로 대체할 경우 조제료에 약간의 금전적 유인을 제공하는 방법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지식에 기초한 약품 정보 시스템 구축
환자의 올바른 복약을 유도하고 약사의 조제 및 의사 처방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여 의약품의 합리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의약품 정보의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식정보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첫째, 활용지향적인 정보화를 추구해야 한다. 의약정보 수요자가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합적 창구를 마련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필요할 때 어디서나 이해하기 용이한 방식으로 의약품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일반국민이 의약품의 기본정보에 쉽게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표준화하여 최신의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둘째, 신뢰성 및 전문성이 확보된 의약품 지식정보를 생산, 제공해야 한다. 인터넷의 활용이 급증함에 따라 올바른 의약품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의약품 정보 인증체계를 구축하여 약품정보의 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의약품 지식정보 자원의 연계를 통하여 데이터베이스의 공동화 등 효과적인 지식정보화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처방자료 등을 활용하여 같은 전문과목 의사들의 평균적인 처방양상 및 의사 개개인의 실제 처방내용 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의약품 처방을 의사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합리적인 사용을 위한 기초적 인프라 구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용 효과적 처방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 없는 한 보험약품비는 급격히 증가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의약분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와 보건 정책 입안자들이 의약품의 합리적 사용을 위한 안내자로서 약사의 역할을 개발하고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