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대학들은 새학기를 시작한다. 전국에 있는 20개 약학대학에서도 수많은 예비약사들이 다시 모여들어 약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그러나 지금 약학대학을 갓 나온 약사나 10년 또는 20년 전에 나온 약사가 과연 약사로서의 本然(본연)의 임무가 무엇이고 이를 감당하는 데 적합한 교육을 받았고 또 받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 明快(명쾌)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약사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에서 약학교육이 시작된 것은 대한의원부속의학교(1910년)를 시발로 조선약학강습소(1915년) 조선약학교(1915년) 그리고 경성약학전문학교(1928년)로 이어지는 9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뚜렷한 변화는 약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3년, 1년, 2년, 3년, 그리고 4년으로 됐다는 것뿐이다.
약학대학을 졸업하면 약사가 되는 것이 至上(지상)의 목표이고 약학대학에는 약학과 외에도 제약학과가 있지만 모두가 똑같은 약사국가고시를 본다. 약사국시는 12개 과목에서 출제되고 32년 동안이나 동일하게 시행되어 오고 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서는 長足(장족)의 발전을 했고, 약국은 의약분업으로 업무의 내용이 대폭 바뀌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약학교육은 무엇이 교육의 목적이고 약사는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에 대한 개념 규정이 덜 되어 있다. 물론 과거에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커리큘럼을 새로 조정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약학대학의 연한을 5년이나 6년으로 하자는 얘기는 지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늘 한곳으로 끝나고 말았다. `무결론'. 최근에도 약학대학 협의회가 `21세기 약학교육 발전방향'을 토의하고 두툼한 보고서까지 내놓았지만 역시 큰 반향을 보이지 않았다.
임상약학의 개념이 도입된 지가 30년도 넘지만 정작 이것을 가르쳐야 할 약학대학 중에는 “임상약학도 학문이냐?”고 말하는 교수가 있는 것을 본다. 그런가 하면 교과과목 중에는 30년 전이나 이제나 같은 과목으로 커리큘럼의 개편을 늘 거부하고 있다. 다른 과목의 개편은 좋지만 내 분야는 항상 중요하고 변할 수 없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의식만 충만해 있다. 그러고 있는 동안 약학대학은 면허 취득에만 집착해 화장품이나 동물약학 등 자연스레 발전할 수 있는 분야까지도 자리를 내주었고 한약의 분야는 강제 分家(분가)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제 새학기를 맞으며 약학대학들은 뭔가 可視(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약사가 무엇인가를 뚜렷하게 定義(정의)해 주어야 할 때다. 대학이 象牙塔(상아탑)의 틀어박혀 있을 때는 지났다. 모든 약사들과 현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