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듣는 아이를 시간이 없어 혼내지도 않고 내버려 두다가 어느날 갑자기 버릇을 고친다고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일괄약가인하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자리에 참석한 제약업계 종사자가 일괄약가인하 정책에 빗대어 한 말이다. 이날 토론장을 빽빽하게 채운 사람들 대부분이 현 제약업계 종사자들로 국내사, 다국적사를 막론하고 입을 모아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일괄약가인하로 생산직과 영업직 직원이 주 타깃이 되어 20%정도가 감축될 것으로 예측이 나오자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이미 약가인하 정책을 발표한 8월부터 인력감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들이 원하는 것은 일괄약가인하의 재검토이다. 그렇다고 약가를 인하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약가를 인하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3년간 약가를 단계적으로 내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라며 제도시행에 단호한 입장이다. 그렇다고 고용문제에 대해 뾰족한 대책도 없다. 이에 속이 타는 것은 제약업계 종사자들. 그나마 마케팅이나 연구직 등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영업직이나 생산직은 고스란히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입사 1년차에게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내년 1월 제도가 시행된 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인력이 감원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정책의 당위성이나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약가인하정책의 영향으로 제약업계 종사자가 1만3천여명이 감원되는 역기능이 발생하게 된다면 과연 이 정책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인가 다시한번 고민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