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명동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펼쳐졌다. 라비오뜨가 중국 뷰티 왕홍 위샤오샤오를 초청해 K-뷰티 메이크업쇼를 진행한 것. 위샤오샤오는 웨이보 팔로워 100만명을 보유한 왕홍으로, 이날 행사는 라이브 앱을 통해 중국에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아모레퍼시픽 려와 더페이스샵, 애경도 최근 왕홍 초청 행사를 개최하거나 신제품 발표회에 왕홍을 대거 초대했다.
왕홍 마케팅이 국내 화장품업계의 새로운 화두이자 대세로 떠올랐다. ‘왕홍(网红)’은 ‘온라인상의 유명인사(왕루어홍런, 网络红人)’를 일컫는 말로, 주로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팬과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을 뜻한다. 파워블로거나 유명 유튜버 등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중국에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많은 해외 사이트들이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 자체 사이트나 SNS를 사용하며,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웨이보와 웨이신, 텐센트 QQ, 유쿠, 런런왕 등이 있다. 왕홍은 이러한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며 팔로워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현재 왕홍의 활동 분야는 뷰티와 패션을 넘어 외식, 게임, 여행, 육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왕홍이 가진 경제적 파급력이 커지면서 중국에서는 ‘왕홍 경제’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국내에서 왕홍 마케팅이 시작된 것은 2010년 롯데백화점이 중국의 유명 뷰티 블로거를 초청하면서부터다. 이후 2014~2015년 잇츠스킨의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 클레어스코리아의 ‘게리쏭 9컴플렉스 크림’ 등이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에 왕홍이 일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왕홍 마케팅은 빠르게 국내 화장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왕홍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것은 현지 소비층의 주도권 이동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온라인·모바일 시장은 한국보다 늦게 시작됐지만 대중화 및 상업화는 오히려 앞설 정도다. 특히 빠링허우(八零后, 1980년대 출생자)와 지우링허우(九零后, 1990년대 출생자)가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들이 열광하는 왕홍의 인기와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유명 인터넷 방송 BJ 파피장은 최근 복수의 엔젤펀드로부터 1,200만 위안을 투자받았는데, 현재 파피장 개인의 브랜드 가치는 약 3억 위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 중 하나인 궈타이쥔안증권이 지난 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왕홍 경제는 패션 부문에서만 1,000억 위안(약 18조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왕홍은 게시물 하나당 평균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유명 왕홍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온라인 쇼핑몰을 타오바오 등에서 운영하며 일반 기업에 맞먹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타오바오 여성복 온라인숍 상위 10개 가운데 5개가 왕홍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화장품시장에서도 왕홍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 소비에서는 입소문과 유행이 큰 역할을 하는데, 왕홍은 감각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어떤 제형이며 어떤 피부 타입에 잘 맞을지,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어떤지, 나아가 그 제품을 활용해 어떤 메이크업을 하면 좋은지까지 상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써봤는데 좋다더라’ 등 유명 왕홍이 추천하는 제품에 구매가 집중되는 모방소비 경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시장의 두 가지 뚜렷한 현상은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화장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 또 소수의 히트상품이 전체 브랜드 매출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왕홍 마케팅은 갈수록 그 비중이 더해질 전망이다.
왕홍과 관련해 KOTRA 허소정 무역관은 “2008년 타오바오 온라인몰 개설 붐, 2013년 위챗 온라인 상점(웨이상) 개설 붐에 이어 현재 중국에서는 왕홍 마케팅이 성공의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해외 상품에 대한 정보의 대부분을 온라인·모바일로 얻고 있고, 왕홍의 발언이나 추천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들은 왕홍 마케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