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숍·멀티숍이 국내 화장품 유통의 새로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다수의 대기업과 급성장하고 있는 화장품업체들이 편집숍 비즈니스를 본격화함에 따라 2017년 화장품 유통시장은 또 다른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과 자회사 더페이스샵은 지난 7월 가맹사업 준비 단계를 거쳐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1차적으로 더페이스샵과 보떼, 비욘드 등 기존에 가맹사업으로 운영하던 브랜드를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으로 연내 150개의 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월 광화문 1호점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네이처컬렉션은 ‘자연주의 뷰티&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표방한다. 더페이스샵, 투마루, 비욘드, 수려한, 이자녹스, 코드 글로컬러, 캐시캣, 디어패커, 마케리마케, 더레미디, CNP 차앤박화장품, 케어존, 더마리프트, 보닌, 오센틱 등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1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그동안 LG생활건강은 뷰티플렉스에 이어 보떼로 편집숍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브랜드 인지도나 매장수, 매출 면에서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국내 아리따움 매장은 1,330여개로 가맹사업자가 90% 이상이며, 연간 매출 성장률은 30% 안팎이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시켜 네이처컬렉션을 아리따움의 대항마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 이마트가 화장품사업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그 형태는 물론 편집숍이다. 2012년 H&B숍 분스를 론칭했던 이마트는 9월 9일 정식 오픈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화장품 편집숍 슈가컵을 선보인다. 슈가컵은 380㎡(115평) 규모에 50여개 브랜드, 1만5,000여개의 제품을 모았다. 국내 중저가 브랜드부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까지 한곳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부츠 한국 1호점이 베일을 벗는다. 신세계그룹은 영국 부츠와 합작하기 위해 2년 전부터 태스크포스를 가동해왔으며, 올 상반기 부츠의 한국 체인점 운영에 대한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다. 부츠는 130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 최대 규모의 드럭스토어로 미국과 유럽, 태국, 대만 등 세계 11개국에 1만3,1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 체결로 이마트가 운영하던 분스 매장은 폐점하거나 부츠로 전환될 예정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미 충분한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기존 H&B숍 사업을 수정·보완해 부츠를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신세계 부스와 CJ 올리브영, GS 왓슨스, 롯데 롭스의 사활을 건 새로운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 마스크팩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엘앤피코스메틱은 메디힐과 국내 다수의 브랜드가 함께 하는 K-뷰티 멀티숍을 준비 중이다. 올해 안에 국내 2곳에 매장을 오픈하고, 내년에는 거점을 20곳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과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브랜드숍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오프라인 유통이 사실상 H&B숍에 국한돼 있는 만큼 이 멀티숍이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은 마몽드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 3년 만에 철수하고 아리따움으로 간판을 바꿨다. 당초 마몽드가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브랜드숍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던 만큼 이는 편집숍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증명한 또 하나의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원브랜드숍이 화장품 유통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했다”면서 “화장품업체가 시판 유통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 원브랜드숍이었는데, 아리따움과 올리브영의 꾸준한 성장과 함께 새로운 편집숍·멀티숍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국내 화장품시장이 그만큼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