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산업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지 꽤 오래됐습니다. 지노믹스나 프로테오믹스 등 신 연구 방법들이 신약개발의 획기적인 테마라고 인식돼 왔고 이를 통해 곧이라도 새로운 신약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습니다. 일부에서는 BT쪽 연구투자를 완전히 접는 기업까지 나오게 됐고, BT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연구자로서 이제 뭔가 실제로 개발되는 사례를 보여줘야만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성훈 교수는 기초분야에 치중해 온 연구 방향을 일부 수정, 그 동안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약 개발에 발벗고 나선 이유를 이처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매우 큰 결심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그 동안 진행해 오던 기초연구의 절반 가량을 접었고 연구실의 많은 연구자들을 드럭스크리닝의 바다에 파 묻히도록 했다.
"고민도 많았죠. 과연 우리 타겟이 약으로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100%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다행히 P38의 경우 드럭스크리닝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모델 디자인이 나와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스크리닝 과정에서 기계로 하는 것과 사람이 하는 것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10,000여개에 이르는 스크린 과정을 진행한 연구진들이 엄청난 고생을 했죠."
국내 신약개발 임상연계연구 길 확대돼야
그가 진행하고 있는 P38유전자를 통한 항암제는 그 동안 통상적으로 활용되던 독성을 통해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들과는 다르다. 기존 치료제들이 그 독성 때문에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것이 반해, 항암 유전자를 타겟으로 작용해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암세포만 죽이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다. 전 세계 제약사들이 항암제 연구에 다시 관심을 갖게 한 글리벡과 유사한 작용 유형을 나타내는 것.
한편 김 교수는 특히 이번 연구 과정에서 국내 임상연계연구 확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강조했다.
"약 개발에 있어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은 인간에 대한 적용입니다. 임상 자료 확보를 위해 연구에 필요한 만큼의 환자 샘플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부분의 시스템이 너무 부족합니다. 미국에서도 임상연계가 신약개발의 화두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NIH에서 타겟에 대한 작용 케미컬이 무엇인지까지 제공함으로써 전임상 단계까지는 연구실 수준에서도 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구축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초연구자가 개발을 하고 그 결과를 임상적용하거나 의사를 통해 그 결과를 검증 받는 작업이 진행돼야 하는데, 일단 국내에는 임상 적용을 위해 필요한 환자 샘플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미흡하다. 일단 의사들이 환자 보는데 너무 바쁘고 리서치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두 분야의 협력 분위기가 잘 조성돼 있지 않아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기초연구 수준은 매우 놀라운 수준입니다. 네이처, 셀 등 최고수준의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 수는 최근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들이 보다 효과적인 신약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상연계연구 환경이 잘 구축돼야 한다는 큰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약학대학이 임상과 기초의 중간적 위치에서 인류 행복과 국가발전의 키워드를 쥐고 있는 신약개발에 가장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는 김 교수. 그가 획기적인 항암제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하루빨리 접하게 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