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약국가에 3·4·5월은 연 중 경기가 상승 곡선을 이루는 시기였다. 환절기 감기환자나 봄철 황사로 인한 각종 호흡기·안과 질환, 알러지 질환 등으로 인한 경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가정의 달을 맞아 영양제나 건기식 등의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의 달 특수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사라져가고 있고 급기야 올 봄 약국가에서는 아예 3월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들이 속출했다.
“3월이 됐는데도 예년에 비해 손님이 부쩍 줄어들었어요. 처방전도 그렇고, 처방이 줄다 보니 일반약 손님도 덩달아 줄어드는 것 같네요.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잠깐 이러다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월말이 돼도 나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 걱정이에요.”
4월 초, 서울 시내 주거 중심지역에 역세권을 낀 중소 클리닉 건물 1층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의 이야기다. 최근까지만 해도 성실한 매장 관리와 친절한 서비스로 꾸준히 매출이 늘어났던 약국이지만 이날 약국장의 표정은 꽤 심각했다.
경기도에서 약국경영활성화를 위해 모인 소모임에 참여중인 한 약사회 임원도 “포스를 통해 매출 추이를 꾸준히 지켜본 결과 지난 12월부터 3월까지 일반약 판매가 지속적으로 줄어 20% 정도의 매출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올 봄 약국가가 통상적인 봄 경기 활황 시점에 찾아 온 매출 감소로 시름에 빠졌다.
물가·총선·날씨 등 악재 겹쳐
올 봄 경기 불황은 주로 로컬 의원 인근에서 처방전을 중심으로 경영되는 약국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20%에 육박하는 급격한 물가 상승이 사람들의 지갑을 걸어 잠갔다. 총선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나 돈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관련 분야에 집중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올 봄에는 비교적 심한 꽃샘 추위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날씨의 변덕이 심하지 않았고 황사도 없지는 않지만 예년처럼 당장 마스크가 떠오를 만큼 심각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감기나 알러지성 비염 등 호흡기 경질환자 숫자가 많이 줄어들고 이런 요인들이 동네 의원을 거쳐 약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총선 이후 서서히 회복세
그나마 이런 경기 불황이 약국가 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어야 할 것 같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제빵 등 여러 분야 체인에 종사하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올 봄 소매업들이 전체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리고 다행히 총선을 지나면서 조금씩 경기가 나아지는 분위기다. 한 약국체인 관계자는 “일별 매출 추이를 보면 3월엔 분명 예년에 비해 낮았던 것이 분명하지만 4월 초를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기미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단골 중심으로 처방전과 매약 비중이 비슷한 동네약국을 운영하는 H약사도 “3월달에도 그다지 예년에 비해 크게 매출이 줄었던 것은 아니지만 4월 들면서 소폭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 시장 거시적 변화 간과해선 안돼
그럼 올 봄 불황은 특수한 상황일 뿐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까? 최근 몇몇 징후와 전문가들이 내놓는 진단을 종합해 보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단 고령화와 함께 만성․중질환자는 늘어나 전체적인 처방건수나 약제비 지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다수의 로컬의원 인근 약국에 중요한 경질환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온누리 박영순 회장은 최근 “질병이 없어지고 있다. 약국도 다이어트를 비롯한 건강관련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편의점 업계 출신의 한 약국체인 관계자도 “대형 병원 앞의 약국을 제외하고는 처방전 감소가 예상되고 일반약 수퍼판매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현 상황에서 약국의 편의점 기능 흡수는 필수적인 동시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결국 일부 대형병원 앞 약국들을 제외하고는 다각화, 특성화 등 빠른 체질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몇 년 새 중소 병원이나 의원, 한의원들이 앞 다투어 다이어트나 아토피, 피부관리, 탈모 등 분야로 특화하는 현상도 이런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