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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73> 미리미리 정신
1979년 4월 일본 유학을 가 보니 다음해 4월에 열릴 일본약학회 학술대회에 제출할 논문 초록을 그 해 11월말까지 마감하고 있었다. 그 초록집은 80년 1월에 내 책상에까지 배달되었다. 학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야 겨우 초록 마감을 한 후, 온갖 난리를 쳐서 학회 당일 날 아침에야 잉크 냄새도 가시지 않은 초록집을 현장에서 받아 볼 수 있던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작년 가을 외국에서 스기야마라는 동경대학 교수를 만났더니, 조만간 열릴 자기의 정년 퇴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나보고 연자 (演者)로 와달란...
2011-03-02 0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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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72> 일본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일본 사람들은 욕은커녕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매우 두려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란 담대한(?) 광고 카피가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 제1조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소심한(?) 내용이다. 애가 잘못하면 엄마가 애를 데리고 와서 반드시 사과를 시키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여행을 가면 못 간 사람을 위해 반드시 선물을 산다. 비록 우리가 보기에는 누구 코에 붙이려나 싶을 정도로 작긴 하지만. 일본어에서 선물을 토산품 (土産品)이라 쓰고 오...
2011-02-16 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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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71> 일본어에는 욕이 없다
일본 말에는 욕이 없다. 기껏해야 ‘바카야로 (ばかやろ, 바보자식)’ 정도가 있는데, 이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욕 축에 끼지도 못한다. 우리나라 욕들은 얼마나 얼큰하고 걸쭉한가? 내가 꿈에도 그리던 제물포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제일 실망했던 것은 그 선망의 대상이던 동료들이 일상의 대화 중에 욕을 섞어 쓰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서울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이었다. 군대 시절은 말해 무엇 하리오. 고참의 말은 욕이 절반은 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친한 친구 사이일수록 욕을 많이 주고 받는다. 욕을 안 하면 별로 ...
2011-01-31 1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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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70> 장기판의 졸(卒)
일본어에 오야붕 (おやぶん)과 꼬붕 (こぶん)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는 각각 왕초와 똘마니에 해당하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오야붕이 꼬붕을 함부로 대하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야붕과 꼬붕의 관계는 어미닭과 병아리의 관계인 것 같다. 다만 병아리들이 칼을 차고 있다고 상상하기 바란다. 어미닭은 병아리들을 품는다. 그러나 결코 병아리들이 깔려 죽을 정도로 낮게 품지는 않는다. 병아리들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병아리들의 안전 때문...
2011-01-12 0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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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9>고노마에와 도오모 (요전번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칼을 차고 살던 나라인 일본에는 농담이 별로 없다. 윗사람에게 대한 농담은 윗사람이 기분 나빠하는 순간 공포를 부르기 때문이다. 즉 네가 나한테 농담할 군번이냐? 는 식으로 화를 내거나, 심지어 칼을 빼들면 바로 난감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함부로 농담을 해선 안된다. 특히 윗 사람에게는… ‘나라’라는 도시에 가면 옛날 무사들이 차를 마시던 곳이 있단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찻집의 천정이 매우 낮아 안으로 들어 가려면 거의 기어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천정이 높으면 차를 마시...
2010-12-22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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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8> ‘이리 오너라’와 ‘스미마셍’의 차이
우리나라 사람은 남을 부를 때 “여보세요”라고 부른다. 아마 ‘여기 좀 보세요’라는 의미가 아닌가 한다. 일본 사람은 뭐라고 부를까? 답은 ‘스미마셍’이다. ‘미안합니다’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남을 부르는 것이 미안한 일인 것이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엔 일본인들이 칼을 차고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칼을 차고 가는 사람을 불러 세운다고 생각해 보라. 어찌 겁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부를 때 ‘미안합니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기어들어가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우리나라 사람은 예컨대 선생님을 댁...
2010-12-08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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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7> 창피했던 공항 소동
1979년 4월 9일 일본 문부성 초청 장학생 33인 중의 한 명으로 선발된 나는 동경행 비행기를 탔다. 동경대학에서의 유학 생활 3년 반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이런 저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을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았다. 일례로 1983년 11월 ‘신일본기’라는 글을 약업신문에 발표한 적도 있다. 여기서는 그 글 중 ‘일본은 사람을 무서워하는 나라’라는 주장 부분을 조금 확장해서 써 보기로 한다. 1980년 겨울, 어느 일요일, 아버지 회갑 잔치에 참석하러 가족과 함께 일시 귀국했다가 동경으로 돌아 가는 길이었다. 장소는 당...
2010-11-24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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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6> 명강의
내가 섬기는 ‘온누리 교회’의 하용조 목사님은 설교를 잘 하시기로 유명하다. 나는 그 분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설교를 잘 할 수 있을까 감탄하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목사님들이 설교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는 교인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길 잃은 양들을 구원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결여된 설교는 호소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설교 기법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목사님의 설교는 듣기에 편...
2010-11-03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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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5> "이 놈의 문이 미쳤나"와 알았시유
충청도 사람의 두 번째 특징은 쉽사리 남에게 사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으면, 자기들은 사과할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단다. 심지어 그들은 쉽게 사과하는 사람을 가벼운 사람이라고 낮추어 보기도 한다.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어떤 서울 여자가 충청도로 시집을 가서 살면서, 옆집에 사는 나이 들은 목수에게 부탁해 방의 문을 제작해 달았다. 그런데 이 문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목수에게 문이 맞지 않는다고 얘기 했더니, 그 목수가 와서 한다는 말이, “이 놈의 문이 미쳤나? 안 맞고 지랄이여” ...
2010-10-13 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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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4> 교수님이 시키는데 어떻게 못 한다고 해유?
충청도 공주 출신의 아내와 35년 이상을 살다 보니 어느덧 충청도 사람의 기질에 관해 반 전문가가 된 느낌이다. 내가 파악한 충청도 사람의 기질을 한번 기록해 보고자 한다. 다만 이 글을 너무 진지하게 읽지는 마시길 바란다. 그저 다년간 아내를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편견에 가득 찬 재담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 우선 충청도 사람은 겉으로 온순하고 예절이 바르지만, 실상은 고집이 세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다. 오래 전 대학원 석사 과정 제자 중에 충청도 출신 학생이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
2010-09-29 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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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3> FAPA의 ‘서울 선언’
지난 8월 13일 아시아약학연맹(FAPA, 회장 남수자 박사)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후원으로 “1차 보건의료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약사의 역할에 대한 문제점 및 해결책”을 주제로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에는 한국, 일본,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등 17개국 50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하였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진지하게 진행된 이 날 회의에 필자는 청중으로 참석하였다.이 날 특별했던 것은 회의 말미에 아시아 약학교육 제도와 약사의 역할에 대한 일종의 ‘서울 선언’ 같은 결...
2010-09-08 1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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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2> 내사랑 예나
장남으로부터 태어난 우리 손녀 예나의 나이는 방금 25개월, 우리 나이로 3살이 되었다. 정말 예쁘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손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동네 사람들도 예나를 만날 때마다 다들 예쁘다고 난리다. 접대용 멘트가 아닐 것이다. 김연아를 닮아 똘똘하고, 잘 웃고, 총명하고, 귀여운 예나를 보고 예쁘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나를 보는 재미로 산다. 안보면 못 견딘다. 다행이 아들내외가 우리 집 근처에 살아서 정말 아침 저녁으로 예나를 ...
2010-08-25 1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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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1> 아내와 해로 (偕老)하는 비결
결혼 50주년을 맞이한 할아버지에게 「결혼 생활을 50년이나 계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뭡니까?」 라고 한 젊은이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옛날을 회상 하는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들은 멕시코로 신혼여행을 갔었지. 그곳에서 당나귀를 빌려서 둘이 사막을 한가롭게 걸어 다녔어.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탄 당나귀가 무릎을 굽혀서 아내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아내가 바닥에 우당탕 떨어졌지. 그럼에도 아내는 그저「하나」라고 말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당나귀를 타고 산책을 계속했어. 그런데 얼마 안 지나 당나귀가 ...
2010-08-11 1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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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0> 약대 4+2년제는 세계적으로 보편타당한 제도
지난 6월 30일 도꾸시마 약대의 이토 교수 등으로부터 일본 약대의 6년제 현황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얻었다. 올해는 일본의 소위 통 6년제 약대에 입학한 학생이 5학년이 된 해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은 학생 전원이 6년간 공부해서 약제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학생은 4년간의 공부만 마치고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적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이나 회사 취직 등을 위해 4년 만에 약대를 졸업하였다. 물론 약제사 면허를 따고자 하는 학생은 추가로 2년, 즉 총6년을 공부해...
2010-07-21 10: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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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9> 과거로부터 미래를 믿는다
과거를 돌아 보면 구비구비 긴 인생 길을 용케도 돌아 돌아 오늘 이 자리에 도달해 있구나 감탄할 때가 적지 않다. 우리 부부는 공부를 잘 하는 큰 아들의 미래를 설계하곤 했었다. 몇 살에 대학을 나오면, 몇 살에 무얼 시키고 등등의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그 아들이 대학을 다니다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망막에 이상이 생기고 보니, 하나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세운 ‘사람의 시간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절망적이던 아들의 병은 뉴욕에서 약국을 하는 친구와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망막 박리를 치료받은 ...
2010-07-07 0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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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기고] 2025년 제약바이오 분야 주요 판례, 개정 법률 정리 |
| 5 | 심사평가원, 2026년도 선별집중심사 대상 12개 항목 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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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중국, 화장품 신원료·일반 원료 원료 등록·신고 관리 체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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