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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0> 팩트체크(2). 자몽주스는 정말 녹았을까
이번에는 어떤 물질(용질, 容質, solute)이 어떤 용매(溶媒, solvent)에 녹는다, 즉 용해(溶解, dissolve)된다고 하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대한약전(통칙, 通則)에서는 용해성(溶解性)을 ‘의약품을 고형인 경우 가루로 한 다음 용매 중에 넣고 25 플러스 마이너스 5도C에서 5분마다 30초간씩 세게 흔들어 섞을 때 30분 이내에 녹는 정도’라고 정의한 다음, 용해성의 크기를 “썩 잘 녹는다, 잘 녹는다, 녹는다, 조금 녹는다, 녹기 어렵다, 매우 녹기 어렵다, 거의 녹지 않는다”로 구분하였다.그리고 그 밑에 ‘녹는다는 말...
2020-11-04 1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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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9> 착각
칠십 노인이 아주 오랜만에 친구 부부를 만났는데, 글쎄 그 친구가 자기 부인을 ‘자기야!’ 하며 부르는 게 아닌가? 젊었을 때는 ‘순자야!’ 하고 소리 지르던 친구가 어쩌다가 이렇게 변했을까 안타까워서 물었다. “이 보게 친구야, 애들도 아니고 다 늙어서 남사스럽게 ‘자기야’가 다 뭔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던 자네의 기개는 다 어디로 갔는가?”그러자 친구는 귀속말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쉿 조용히 하게, 실은 마누라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할 수 없이 ‘자기야’라고 부르는 거야”. 비웃던 친구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
2020-10-21 16: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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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8> ‘하였다’와 ‘되었다’
요즘 매스컴에서 우리말을 사용하는 습관 중 내 생각과 맞지 않아 듣거나 보기에 거북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약춘 269 “자동사, 타동사, 수동태” (2019.3.13)에서 언급한 바 있는 대로 ‘되었다’ 라고 쓰는 것이 옳은 것 같은데 ‘하였다’라고 쓰는 경우이다. 매스컴에서 발견되는 그런 사례들을 모아 보았다. 먼저 약춘 269에서 소개했던 사례들을 다시 한번 적어 보면, 1) 영화가 개봉(開封)했다 (개봉되었다), 2) 영화가 상연(上演)했다 (상연되었다), 3) 경제 성장률이 둔화(鈍化)했다 (둔화되었다), 4) 이 달 ...
2020-10-07 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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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7> 팩트체크 (1). 위액(胃液)의 pH
첨단과학의 시대에도 ‘잘못된 기초 지식’을 바탕 삼아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이 적지 않다. 이는 진실의 탑을 모래 위에 세우려 드는 것처럼 결국은 헛수고가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약제학 영역에서도 그런 ‘잘못된 기초 지식’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오늘은 ‘위액(胃液)은 늘 산성(酸性)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 보고자 한다.사람이 정제(錠劑)를 복용하면 정제가 처음 만나는 환경이 위액이다. 먹은 약이 약효를 나타내려면 1) 정제 중에 들어 있는 약물(藥物, 약효 성분)이 일단 위액 속으로 용출(溶出), 즉 ...
2020-09-16 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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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6> 경성약전의 독일어 교수 조희순
경성약학전문학교(1930~1946, 경성약전)의 역대 교수 총 14명 중 한국인 교수는 독일어의 조희순(曹喜淳), 생약학의 도봉섭(都逢涉)과 심학진(沈鶴鎭), 그리고 영어의 배상하(裵相河) 등 4명이었다. 조희순은 1930.4~1933.12, 도봉섭은 1930.5~1942.10, 심학진은 1934.10~1941.12에 교수로 근무한 기록이 있지만 배상하는 1935년경 교수로 재직한 사실 이외에는 자료가 없다. 이하 조희순 교수에 대한 김봉희의 논문 (조희순의 문학연구, 현대문학이론 연구 55집, 2013)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조희순은 1905년 3월 경남 김해에서 아...
2020-09-0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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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5> 사과, 배, 복숭아
지금의 내 생각, 내 주장이 후세에도 옳을지 확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옛날에 경부 고속도를 만들 때 왜 막대한 돈을 들여 쓸데없는 고속도로를 만드냐고 강력히 반대한 정치 지도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또 올해로 도입 20년을 맞은 의약분업도 2000년 당시에는 반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경부 고속도로와 의약분업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한 때의 주장이나 신념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간이 시공(時空)을 뛰어 넘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기란 자고(自...
2020-08-19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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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4> 언택트 시대의 동창회
나는 금년 2월, 서울대약대 동창회 상임위원회에서 2년 임기의 동창회장직 제안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 4년간 28회 졸업생인 C회장님이 회를 잘 이끌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29회 이후의 후배가 회장을 맡는 것이 순리(順理)였다. 그런데 다들 고사하는 바람에 어찌어찌 하다가 오히려 3년이나 선배(25회)인 내게 불똥(?)이 튄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동창회에 참석해 온 나로서는 불의(不意)의 일격(一擊)을 당한 느낌이었다.물론 더 나이 먹기 전에 동창회를 위해 미력을 보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2020-08-05 0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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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3> 빛과 소금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을 들으려고 산 위에 모여든 무리에게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鹽)이 되고, 세상을 밝히는 빛(光)이 되라’고 가르치셨다 (산상수훈, 마 5:13-16). 내가 졸업한 제물포 고등학교의 모표(帽標)는 세 개의 소금의 결정 위에 등대(燈臺)모양의 고(高)자를 얹은 형상이었다. 이에 따라 교훈도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빛과 소금에 깊은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1. 먼저 빛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수님은 “너희도 너희 빛을 사람들에게 비추라”(마 5:16)고 ...
2020-07-15 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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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2> 객(客)과 빈(賓)
종가(宗家)에서는 종종 객과 빈을 달리 대접한다고 한다. 오래 전 경주 김씨 17대 종손(宗孫)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객이나 빈은 둘 다 종가를 찾아 온 손님이지만, 객은 과객(過客)의 용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인의 사전(事前) 초청을 받지 않고 지나가다 방문한 나그네 급 손님을 말한다.반면에 빈은 주인의 초청을 받고 온 손님을 말한다. 손님이 종가에 들어서면 종부(宗婦)는 객에게는 식혜를, 빈에게는 수정과(水正果)를 대접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식혜는 손님을 맞는 순간 항아리에서 한 그릇 떠 내 오면 그...
2020-07-01 0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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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1> 홍문화 교수님의 미국 유학일기-3
1955년 9월 20일(화) 맑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반측(轉傳反側)하다가 새벽에 일어나 비행장으로 나오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Box Lunch를 사 들고 TWA 를 타고 8시 30분 Chicago로 향발(向發). 도중에 Kansas에 착륙, 잠시 쉬고 다시 Chicago로 향발. 도중에 Swiss 출신이라는 아름다운 여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무료(無聊)함을 풀다. Chicago에서 저녁을 먹고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Lafayette로 향발. Chicago의 야경 조감(鳥瞰)은 이재장재(異哉壯哉, 이색적이고 웅장함, 필자 주)! Lafayette에 착륙하니 그야말로 한적한 가...
2020-06-17 1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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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0> 홍문화 교수님의 미국 유학일기-2
1955년 9월 18일(일) 맑음. 4시 반에 Wake Island에 도착. 태평양전쟁 시의 격전(激戰)을 머리에 그리면서 훈훈한 대기 속에 비를 맞으며 대합실까지 나오니, 이제야 미지(未知)의 세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감이 절실하다. 1시간 후 다시 출발. 도중에 International Date Line 덕으로 또다시 9월 18일(일요일)의 세계를 날면서 오후 4시 30분 Honolulu 착. 표준시간이 자꾸 변경되는 탓인지 시간의 감각이 혼돈되려고 한다. 나의 바른 옆에는 Boston으로 간다는 광동인(廣東人) 부자(父子)가 타고, 왼쪽에는 대만 청년 2인이 미시...
2020-06-03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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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9> 홍문화 교수님의 미국 유학일기-1
필자는 ‘대한민국 약학박사 1호 대하 홍문화(2020, 서울대 약학역사관)’란 이름의 평전(評傳)을 편찬하면서 홍 교수님의 막내 따님으로부터 손바닥 크기의 수첩 한 권을 기증 받았다. 홍 교수님(당시 만 39세)이 1955년 9월 17일 미국 퍼듀대학교로 유학을 가시면서 적은 메모였다.유학은 겸직하고 있던 중앙대의 주선 및 후원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수첩에는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비행기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며 퍼듀에 도착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여러모로 감동적인 그 내용을 세 번에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nb...
2020-05-20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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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8> 우울증 - 네 자신을 알려 들지 마라
아주 오래 전에 TV에서 본 이야기이다. 평생 우울증 환자를 치료해 온 어떤 명의(名醫)가 노년에 상처(喪妻)를 하고 우울증에 빠졌단다. 그는 자신이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해 왔던 약을 먹으며 정신력으로 극복해 보려고 노력 하였다. 그러나 다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환자들을 치료해 왔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명의도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나도 십오여 년 전에 우울증으로 몇 해 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우울증은 정신력...
2020-05-06 1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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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7> 故 홍문화 교수님의 격려사
지난 3월 말, 『대한민국 약학박사 1호, 대하 홍문화』란 책이 서울대 약학역사관에서 발간되었다. 이를 기념할 겸,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졸업식도 제대로 못하고 이번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배들을 격려하고자, 1982년 홍문화 교수님 (당시 66세)이 서울대 약대의 교지 『약원』에 써 주신 글 (“약대를 졸업하는 후배에게”)을 소개한다. 시대를 초월한 고매한 가르침에 감동을 금할 수 없다.두려운 존재새 생명이 움트는 봄과 더불어 우리 약학계에 새로운 후배들이 많이 배출된 것을 충심으로 환영하며, 여러분들의 앞날에 무한...
2020-04-22 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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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6> 보릿고개
최근 아홉 살쯤 된 한 신동(神童)이 ‘보릿고개’란 옛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다. 보릿고개를 알 리가 없는 아이가 어쩌면 그리 구성지게 잘 부르는지 감탄하였다. 이 노래에는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그 시절, 한 많은 보릿고개여~”란 노랫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보릿고개란 보리 수확 하기엔 아직 이른, 그래서 양식이 다 떨어져 먹고 살아 넘기 어려운 1950년대의 음력 4월 경을 말한다.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동네 사람들도 봄이면 초근...
2020-04-08 1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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