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20> 허난설헌(許蘭雪軒) <제7話>
편집부
입력 2016-09-21 09:36 수정 최종수정 2016-12-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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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김성립이 바람처럼 들어와 번개같이 사내구실을 하고 나갔다. 마침 치맛바람이여서 사내는 거침없이 욕심만 채우고 쓰다달다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평소엔 속속곳과 단속곳까지 입고 있었으나 바람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오늘따라 치맛바람으로 있었다. 별당이 특이한 위치여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더 추웠다. 높은 담과 웃자란 오동나무가 더욱 무거운 분위기를 부추겼다.


아랫도리가 축축하고 뻐근하다. 평소 같지 않게 남편의 몸놀림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초희도 성욕이 아침안개처럼 살아나려 할 때 남편은 자기 욕심만 채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 남편의 기분을 맞혀주며 오랜만에 자신의 감정도 살려보려 했었으나 허사였다.

그것도 일이라고 등골엔 땀이 흐르고 잠이 사르르 찾아 왔다. 벌써 오경(五更·오전3~5시 사이)이다. 그때다. “언니 재미있었어?” 지하선의 목소리다. 이승까지 내려온 질투 섞인 허기진 음성이다. 비몽사몽 관계다. 초희는 소스라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찰나적인 꿈속에서 초(楚)나라 장왕(壯王·BC614~591)과 번희(樊姬)의 방사장면에 가슴이 뜨겁게 뛰었는데 지하선의 목소리가 왠지 반갑지가 않았다. 남편 김성립이 번개처럼 욕심을 채우는 순간을 본 것이다.

더욱이 초희 자신도 성욕이 비온 뒤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하선은 놓치지 않고 똑똑히 보았다. 사내 욕정은 용암처럼 끓어올랐다 소나기 같이 식었으나 여자의 성욕은 온돌의 온기모양 피어올라 무궁화 꽃처럼 화려하게 피었다. 석양노을처럼 식어가는 모습을 지하선은 정확하게 보았던 것이다.

이승에서 가장 아름답고 문명(文名)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견줄 상대가 없는 난설헌의 서서히 뜨거워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지하선은 활짝 핀 붉은 장미꽃처럼 피어올랐던 그 모습이 부러웠다. 하루라도 빨리 허봉을 만나 뜨겁고 절박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고 싶은 것이다.

칠석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결혼식을 미루어 오길 벌써 세 번째다. 금년 칠석날엔 결혼식을 더 미룰 수가 없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면 지하선은 광상산에서 쫓겨날 신세다. 양가 집안과 결혼 당사자끼리도 약속이 되었다. 더욱이 예비신랑 천상일한테는 명문대가집 규수들의 청혼이 줄을 섰다. 또한 천상일로서는 자존심도 버리고 3년씩이나 기다려 준 것이다.

하지만 초희의 입장은 다르다. 지하선의 입장도 오빠의 입장도 아닌 자신의 길을 가려고 마음을 굳혔다. 장왕과 번희의 뜨겁고 아름다운 금실이 부러웠다. 번희가 남편 황제의 사냥에 미친 것을 고치기 위해 사냥해 온 새고기와 짐승고기를 먹지 않기로 하였다.

신혼초엔 남편이 사냥을 좋아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었다. 말 타고 활 잘 쏴야 전장에 나가서 승리할 수 있어 좋아했었던 것이다. 번희의 그런 속 깊은 내조가 초희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황제가 사시사철 사냥에만 온 정열을 쏟아 정무(政務)엔 소홀하여 나라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장왕이 정무에 소홀한 틈을 타 대신들이 날뛰었다. 인사에도 영향이 크다. 바른 말을 하는 충신은 따돌리고 간신들과 친인척을 요직에 앉혀 황제의 총기를 흐리게 하는 것이 번희의 눈에 보였다.

번희는 잠자리에서 눈물로 사냥을 자제할 것을 거듭 호소하였으나 처음엔 믿지 않았다. 번희는 결심을 했다. 새와 짐승고기를 먹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잠자리도 거절하기로 마음 먹었다. 장왕은 사냥해온 짐승고기로 안주를 하고 풍악을 울리며 미녀들의 춤과 노래로 연희를 즐기고는 예외 없이 번희를 찾았다. “오늘은 폐하 소첩 몸에 이상이 생겼어요... 마음에 드는 계집의 방으로 가시면 좋겠네요!” 장왕은 별말 없이 평소에 눈여겨봤던 후궁 방으로 가 몸을 풀고 날이 밝자 사냥에 나섰다.

이튿날도 또 그 이튿날도 번희는 잠자리를 거부하였다. 장왕은 화를 버럭 내며 “네년이 나를 거부하렷다!” 번희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장왕의 성정을 꿰뚫고 있어서다. 호랑이 눈을 부라리며 벼락같이 큰소리를 치지만 이튿날 저녁엔 순한 양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장왕은 번희의 섹스포로다.

번희의 방사작전은 적중하였다. 숨이 막히는 운우지정에 장왕의 입이 마치 하마 입처럼 벌어졌다. “짐에겐 황후가 최고요... 아프지 마소... 궁궐에 후궁들이 많이 있으나 여자는 황후뿐이요...” 장왕은 번희가 정말로 몸이 안 좋아 잠자리를 거부한 줄로 알고 있다. 평소엔 안색이 안 좋아 보였을 때도 짜증부리지 않고 순순히 몸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번희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폐하께서 소청의 간청을 들어주시면 소첩의 몸은 아플 일이 없지요!” “그게 무슨 소리요? 짐이 언제 황후의 간청을 안들어 준적이 있소?” “있지요. 지난번 정승 우구자(虞丘子)를 내쫓고 새 정승을 등용하셔야 한다고 했을 때 폐하는 듣는 척도 안하셨지요? 우구자는 충신이 아닌 간신이에요. 폐하가 사냥에 빠져 있을 때 국정을 문란케 했어요! 그 자를 하루 빨리 내치시고 새 정승을 등용하시고 국무에 전념하셔야 합니다.” 번희의 단호한 충언에 장왕은 어머니 앞에 젖먹이가 되었다.

달콤한 번희의 하룻밤 잠자리에 장왕은 딴 사람으로 변했다. 우구자 대신 손숙오(孫淑敖)가 등용되어 국정이 하루가 다르게 평정을 찾았다. 장왕의 사냥도 매일 가다시피 했던 것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었다. 번희의 잠자리 공략에 굴복한 것이다.

그 후 장왕은 춘추오패(春秋五覇)가 되었으며 번희는 주(周)의 왕(宣王)의 강후(姜后), 제(齊)의 환공(桓公)의 위비(衛妃)와 함께 3현비(賢妃)로 추앙 받고 있다.

번희의 봉분은 현재 호북성 고형주성 소문 밖 동북쪽 4km 위치에 있으며 높이가 10m나 돼 그 위용이 대단하다. 초희도 번희와 같이 현비가 되고 싶은 생각으로 경번(景樊)이란 자(字)를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초희의 아들 셋에 딸 셋의 친정처럼 명문대가의 꿈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마 그녀의 화려한 꿈은 이승이 아닌 광산산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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