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귀남·천상일·지하선이 이승세계의 생활을 궁금해 한다. 특히 난설헌의 결혼생활에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 지하선은 방년 꿈 많은 20세다. 결혼날짜를 잡아 놓은 상태로 부부관계 등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난설헌을 롤 모델로 삼으려는 자세다. 지하선은 천상일과 백년해로를 약속하였다. 그런데 정작 결혼식은 아직 미정이다. “언니 사실 저는 이곳 남자가 아닌 언니의 나라 남자를 사모하고 있어요!” 라며 난설헌에게 귓속말을 하였다. 초희는 지하선의 귓속말에 기겁을 한다. 너무 놀라운 사실이다.
오빠 허봉을 사랑하고 있다는 애기다. 허봉오빠는 지금 금강산을 유람하고 있다. 지하선은 허봉을 기다리다 지쳐 천상일과 결혼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양가집에서 서둘러 약혼식만 한 상태다. 오빠 허봉을 기다리기 위해 결혼식을 무한으로 미뤄놨는데 양가 어른들의 독촉에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는 애기다.
초희는 기가 막힌 사연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오빠 허봉은 함경도 종성에서 귀양살이를 하다 풀려나 금강산을 유람한다는 소식이 있을 뿐 반년째 연락이 없는 상태다. 그 오빠가 죽기를 학수고대하는 여인이 있다. 사랑이란다.
지하선은 허봉이 난설헌의 오빠인줄 모르는 눈치다. 난설헌은 입이 반쯤 열렸다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허봉이 자기 오빠라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수 없어서다. 사랑은 자유가 아닌가? 자신의 결혼이 가문끼리 결합의 희생물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초희로선 할 말이 아니다.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초희는 광산산에서 일찍 집으로 오겠다고 마음먹는다. 지하선과 얼굴을 마주하기가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초희가 광상산에 가면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떨어져야 떠날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는데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초희는 광산산을 떠날 때 활짝 핀 해당화 한송이를 꺾어 꼭 품에 안고 떠났다. 광상산 정원엔 해당화가 유난히 많다.
광상산에선 초희는 해당화란 별명이 붙었다. 격정적인 정서와는 달리 초희의 표정은 항상 온화하였다. 해당화의 꽃말과 닮았다는 신선세상 사람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해당화까지 좋아하여 별명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난설헌은 활짝 핀 해당화 한송이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왔다. ‘어두운 창가에 촛불 나직이 흔들리고/ 반딧불은 높은 지붕을 날아서 넘네요/ 깊은 밤 시름겨워 더욱 쌀쌀한데/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져 흩날리네요/ 산과 물이 가로막혀 소식도 뜸하니/그지없는 이 시름을 풀길이 없네요/ 청련궁 오라버니를 멀리서 그리노라니/ 산속엔 담쟁이 사이로 달빛만 밝네요’ ≪오라버니 하곡께≫다.
금강산에 있는 오빠를 생각하며 쓴 시인 듯하다. 허봉과는 남매 이전에 스승 같은 오빠다. 그 오빠를 사랑한 여인이 지금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서도 사랑이 힘든데 이승과 저승의 사람들의 사랑이 맺어질 수 있을까 생각에 이르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하선은 허봉과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에서 짝사랑하는 여인이다. 집에 돌아온 초희는 고민에 빠졌다. 오빠에 대한 지하선의 짝사랑이 마음에 걸렸다. 초희는 남녀 간 뜨거운 사랑에 목마른 여인이다. 결혼하기 전엔 아버지를 비롯 두 오빠와 동생으로부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시집와선 개밥에 도토리가 되었다. 남편 김성립은 언 땅에 오줌 누듯 가뭄에 콩 나듯 들어와 일방적 방사로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만들었으나 모두 헛농사를 지었다. 생각없이 뿌린 씨앗이 정상으로 자랄 수 없듯이 두 아이는 애기무덤의 신세가 되었으며 한 아이는 세상 조차 보지 못했다.
초희는 광상산에서 돌아온 후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살고 있는 세상이 다를 뿐 같은 여자로 지하선 편을 들어야 마땅한 처사다. 그러려면 오빠가 빨리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초희는 그럴 수는 없다. 허씨네 네 남자(허엽, 허성, 허봉, 허균) 중에서 제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허봉 오빠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다.
3일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샌 어느날 새벽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다. “언니 저 지하선이예요! 언니가 제 편에서 응원을 해주세요! 허봉님을 3년째 기다리고 있어요! 올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七夕)날이 지나면 결혼을 하도록 돼 있어요... 언니는 남녀 간의 사랑이 어떤 것이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요...” 너무나 생생한 목소리다.
그때 3일만에 초희는 깜빡 잠이 들었을 찰나였다. “장안 길가에서 서로 만났죠/ 보자마자 좋아져서 정을 주었죠/ 황금 말 채직도 내버려 두고/ 말머리 돌려서 달려갔어요// 기생집 앞에서 서로 만났죠/ 수양버들에다 말을 매었죠/ 비단옷에다 가죽옷까지 웃으며 벗어/ 그것들 잡히고서 신풍주를 마셨죠‘ ≪서로 만나는 노래≫다. (시옮김 허경진)
초희는 낮엔 허봉 오빠 편이 되고 밤엔 지하선 쪽에 서게 되었다. 낮엔 시 쓰기 등으로 눈을 감지 못하나 해가 떨어져 눈을 붙이면 예외 없이 지하선이 나타나 초희를 못살게 졸라댔다. 초희는 또 밤을 낮으로 보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잠을 이루지 못할 땐 초희는 예외 없이 화관을 쓰고 몸매를 정갈하게 다듬고 시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면 세상의 시름에서 자연스럽게 자유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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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을 롤 모델로 삼으려는 자세다. 지하선은 천상일과 백년해로를 약속하였다. 그런데 정작 결혼식은 아직 미정이다. “언니 사실 저는 이곳 남자가 아닌 언니의 나라 남자를 사모하고 있어요!” 라며 난설헌에게 귓속말을 하였다. 초희는 지하선의 귓속말에 기겁을 한다. 너무 놀라운 사실이다.
오빠 허봉을 사랑하고 있다는 애기다. 허봉오빠는 지금 금강산을 유람하고 있다. 지하선은 허봉을 기다리다 지쳐 천상일과 결혼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양가집에서 서둘러 약혼식만 한 상태다. 오빠 허봉을 기다리기 위해 결혼식을 무한으로 미뤄놨는데 양가 어른들의 독촉에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는 애기다.
초희는 기가 막힌 사연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오빠 허봉은 함경도 종성에서 귀양살이를 하다 풀려나 금강산을 유람한다는 소식이 있을 뿐 반년째 연락이 없는 상태다. 그 오빠가 죽기를 학수고대하는 여인이 있다. 사랑이란다.
지하선은 허봉이 난설헌의 오빠인줄 모르는 눈치다. 난설헌은 입이 반쯤 열렸다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허봉이 자기 오빠라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수 없어서다. 사랑은 자유가 아닌가? 자신의 결혼이 가문끼리 결합의 희생물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초희로선 할 말이 아니다.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초희는 광산산에서 일찍 집으로 오겠다고 마음먹는다. 지하선과 얼굴을 마주하기가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초희가 광상산에 가면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떨어져야 떠날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는데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초희는 광산산을 떠날 때 활짝 핀 해당화 한송이를 꺾어 꼭 품에 안고 떠났다. 광상산 정원엔 해당화가 유난히 많다.
광상산에선 초희는 해당화란 별명이 붙었다. 격정적인 정서와는 달리 초희의 표정은 항상 온화하였다. 해당화의 꽃말과 닮았다는 신선세상 사람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해당화까지 좋아하여 별명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난설헌은 활짝 핀 해당화 한송이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왔다. ‘어두운 창가에 촛불 나직이 흔들리고/ 반딧불은 높은 지붕을 날아서 넘네요/ 깊은 밤 시름겨워 더욱 쌀쌀한데/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져 흩날리네요/ 산과 물이 가로막혀 소식도 뜸하니/그지없는 이 시름을 풀길이 없네요/ 청련궁 오라버니를 멀리서 그리노라니/ 산속엔 담쟁이 사이로 달빛만 밝네요’ ≪오라버니 하곡께≫다.
금강산에 있는 오빠를 생각하며 쓴 시인 듯하다. 허봉과는 남매 이전에 스승 같은 오빠다. 그 오빠를 사랑한 여인이 지금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서도 사랑이 힘든데 이승과 저승의 사람들의 사랑이 맺어질 수 있을까 생각에 이르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하선은 허봉과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에서 짝사랑하는 여인이다. 집에 돌아온 초희는 고민에 빠졌다. 오빠에 대한 지하선의 짝사랑이 마음에 걸렸다. 초희는 남녀 간 뜨거운 사랑에 목마른 여인이다. 결혼하기 전엔 아버지를 비롯 두 오빠와 동생으로부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시집와선 개밥에 도토리가 되었다. 남편 김성립은 언 땅에 오줌 누듯 가뭄에 콩 나듯 들어와 일방적 방사로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만들었으나 모두 헛농사를 지었다. 생각없이 뿌린 씨앗이 정상으로 자랄 수 없듯이 두 아이는 애기무덤의 신세가 되었으며 한 아이는 세상 조차 보지 못했다.
초희는 광상산에서 돌아온 후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살고 있는 세상이 다를 뿐 같은 여자로 지하선 편을 들어야 마땅한 처사다. 그러려면 오빠가 빨리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초희는 그럴 수는 없다. 허씨네 네 남자(허엽, 허성, 허봉, 허균) 중에서 제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허봉 오빠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다.
3일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샌 어느날 새벽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다. “언니 저 지하선이예요! 언니가 제 편에서 응원을 해주세요! 허봉님을 3년째 기다리고 있어요! 올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七夕)날이 지나면 결혼을 하도록 돼 있어요... 언니는 남녀 간의 사랑이 어떤 것이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요...” 너무나 생생한 목소리다.
그때 3일만에 초희는 깜빡 잠이 들었을 찰나였다. “장안 길가에서 서로 만났죠/ 보자마자 좋아져서 정을 주었죠/ 황금 말 채직도 내버려 두고/ 말머리 돌려서 달려갔어요// 기생집 앞에서 서로 만났죠/ 수양버들에다 말을 매었죠/ 비단옷에다 가죽옷까지 웃으며 벗어/ 그것들 잡히고서 신풍주를 마셨죠‘ ≪서로 만나는 노래≫다. (시옮김 허경진)
초희는 낮엔 허봉 오빠 편이 되고 밤엔 지하선 쪽에 서게 되었다. 낮엔 시 쓰기 등으로 눈을 감지 못하나 해가 떨어져 눈을 붙이면 예외 없이 지하선이 나타나 초희를 못살게 졸라댔다. 초희는 또 밤을 낮으로 보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잠을 이루지 못할 땐 초희는 예외 없이 화관을 쓰고 몸매를 정갈하게 다듬고 시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면 세상의 시름에서 자연스럽게 자유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