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창(梅窓·1573~1610)은 전북 부안현 아전 이탕종(李湯從)의 서녀(庶女)로 출생했다. 그녀는 천재소녀답게 이름도 다양했으며 자(字) 또한 여러 개였다. 섬초(蟾初)라는 초호(初號)까지 가졌으니 매창이 비록 기녀였으나 당시 유명세를 짐작할 만하다. 매창은 시재(詩材)에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가무(歌舞)·현금(玄琴) 등에도 특출났다. 어머니가 관기(官妓)로 추정됐으니 모전여전(母傳女傳)이 아니였을까?
부안의 매창집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1591년 어느 봄날이다. 풍류객 유희경이 남도 유람길에 나섰다. 촌은은 매창의 소문을 듣고 부안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녀의 유명세는 서울에까지 소문이 퍼졌다. 북쪽엔 평양의 황진이(黃眞伊)이고 남쪽에는 부안의 매창이다.
풍류객 유희경이 남쪽의 부안 매창을 먼저 찾아 나섰다. 명월(明月·황진이 妓名)보다 꽃에 나비가 먼저 날아가는 것이다. 달은 하늘 높이 떠 있으니 품기가 쉽지가 않을 터이니 땅에서 매화가 화려하게 피어 그 향기가 서울에까지 날아들 정도이니 얼마나 곱고 아름다울까? 유희경이 그 곱고 아름다운 미녀를 확인하고 싶어 지금 훠이훠이 달려가고 있다.
매창도 마침 곱게 화장을 하고 화장대 앞에서 앞뒤 몸매를 추스르고 있었다. 곱고 예쁘다. 정원에 활짝 핀 매화보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매창이 정원으로 나왔다. 때마침 호랑나비 한 쌍이 매화꽃을 맴돌고 있었다.
이때다. “여기가 매창의 집 맞느냐?” 큰 목소리로 말을 하고 사립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유희경이다. “댁은 뉘신데 남의 집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들어오시는지요?” 여차하면 내쫒을 기세다.
“기생집에 손님이 오면 반갑게 맞을 것이지 네 태도가 무례하구나! 들어가서 매창이 나오라 하여라!” “내가 매창인데 선비께서는 유희경 사대부이신지 아니면 백대봉 선비이신지요?” 둘은 한 치도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네가 어떻게 유희경과 백대봉을 알고 있느냐?” “한양선비께서 이 부안에 있는 매창을 알고 찾아오셨는데 어찌 한양에 계신 풍류객 유희경 어른과 백대봉 어른을 모르겠습니까?” 유희경이 기가 찼다. “내가 유희경이다. 너의 명성이 한양에까지 자자하여 내가 훠이훠이 달려왔느니라...” 말을 마친 유희경이 매창을 덮석 안아 방으로 들어갔다.
방금 화장을 마친 매창의 모습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 같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욕심을 부리는 사내 옥경(玉莖)은 벌써 꿈틀대기 시작했다. 눈이 없는 그놈은 성질대로 미녀를 보자 욕심부터 채우는 동물적 생리를 잃지 않았다.
매창의 집엔 술상이 항상 준비되었다. 사실 그들은 얼굴을 맞대긴 처음이나 이름으론 익숙한 구면이다. “나는 너를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느니라!” 술상을 갖다놓은 매창을 향해 유희경이 먼저 입을 떼었다. “소녀도 선비님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사옵니다. 오늘 같은 날이 오길 학수고대하여 왔습니다.” 둘은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말이 척척 맞게 맞장구를 쳤다.
20세 여인과 48세 사내의 동물적 본능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술상 앞의 풍경이다. ‘남국의 계랑 이름 일찍이 알려져서/ 글재주 노래솜씨 한양에까지 울렸어라/ 오늘에 사 참 모습을 대하고 보니/ 천상의 선녀가 하강했나 의심되네 하여라...’ 유희경이 매창을 보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증계랑≫(贈癸娘)이다.
유희경의 수창(酬唱)이 끝나자 밀릴 매창이 아니다. ‘제게는 오래된 쟁(箏)이 있습니다./ 한번 연주하면 백가지 감회가 일지요/ 세상 사람들이 이 곡조를 느끼는 이 없었는데/ 멀리오신 임에게는 제 노래와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매창의 ≪탄금≫(彈琴)이다.
첫 만남의 남녀사이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수창일까? “유선비님! 이 술은 청감주(淸 甘酒)라 하옵니다. 독하지 않아 소녀가 즐기며 손님들에게 권하는 명주입니다.” 유희경은 빨리 취해 아까부터 꿈틀대던 옥경을 휘두르며 운우지정을 즐기려는 욕심에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대주가에게 청감주는 물이나 다름없다. 유희경이 술을 마시고 매창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비가 짝을 희롱할 때 너울너울 춤을 추듯 춤을 추었다. 매창의 춤은 옥황상제 앞에서 선녀들이 추는 춤 같이 곱고 우아하다. 그녀의 비밀병기다.
매창의 춤과 노래, 그리고 잠자리가 삼색(色) 소위 삼호(三好)작전이다. 그 삼호에 안 넘어가는 사내는 조선 천지엔 없다. 희끗희끗 치맛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매창의 배꽃 같은 속살에 풍류객 유희경은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참다못한 유희경이 “춤은 그만 추고 술이나 더 내오너라!”라고 벼락 치듯 소리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매창은 빙그레 웃고는 잠시 춤을 멈추며 벽장에서 술병을 꺼내왔다. “이 술은 소녀가 직접 담은 매창주입니다. 매우 독해 아무나 드리지 않는데 유선비님께 특별히 올립니다.” 녹색 병에서 정화수같이 투명한 술이 따라져 나와 대나무가 그려져 있는 백자(白咨)술잔에 고이자 매창이 섬섬옥수로 매화꽃을 띄웠다.
목이 타는 듯이 독한 술이다. 천장이 빙빙 돌고 남심이 날뛰어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매창도 촌은의 마음을 읽고 술상을 치웠다. 마음뿐이 아닌 몸까지 연리지(連理枝)가 되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천둥번개 치는 소리가 집이 떠나갈 듯 요란하다. 유희경의 요란한 몸짓에 벽에 세워 놓은 거문고가 나뭇등걸처럼 넘어져 등에 떨어졌다. “으악” 소리와 함께 촌은은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운우지정은 중단되지 않았다. 촌은은 열흘간의 남도여행은 매창의 집에서 남가일몽처럼 끝이 났다. 그들은 매화꽃이 아침 햇살에 유난히 아름답게 빛나는 아침에 헤어졌다.
아침에 헤어져 해가 떨어지면 저녁에 다시 만날 수 있는 부부모양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흔들며 이별을 했다. 그 이별이 16년간의 긴 세월이 될 줄은 그들은 까맣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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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梅窓·1573~1610)은 전북 부안현 아전 이탕종(李湯從)의 서녀(庶女)로 출생했다. 그녀는 천재소녀답게 이름도 다양했으며 자(字) 또한 여러 개였다. 섬초(蟾初)라는 초호(初號)까지 가졌으니 매창이 비록 기녀였으나 당시 유명세를 짐작할 만하다. 매창은 시재(詩材)에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가무(歌舞)·현금(玄琴) 등에도 특출났다. 어머니가 관기(官妓)로 추정됐으니 모전여전(母傳女傳)이 아니였을까?
부안의 매창집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1591년 어느 봄날이다. 풍류객 유희경이 남도 유람길에 나섰다. 촌은은 매창의 소문을 듣고 부안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녀의 유명세는 서울에까지 소문이 퍼졌다. 북쪽엔 평양의 황진이(黃眞伊)이고 남쪽에는 부안의 매창이다.
풍류객 유희경이 남쪽의 부안 매창을 먼저 찾아 나섰다. 명월(明月·황진이 妓名)보다 꽃에 나비가 먼저 날아가는 것이다. 달은 하늘 높이 떠 있으니 품기가 쉽지가 않을 터이니 땅에서 매화가 화려하게 피어 그 향기가 서울에까지 날아들 정도이니 얼마나 곱고 아름다울까? 유희경이 그 곱고 아름다운 미녀를 확인하고 싶어 지금 훠이훠이 달려가고 있다.
매창도 마침 곱게 화장을 하고 화장대 앞에서 앞뒤 몸매를 추스르고 있었다. 곱고 예쁘다. 정원에 활짝 핀 매화보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매창이 정원으로 나왔다. 때마침 호랑나비 한 쌍이 매화꽃을 맴돌고 있었다.
이때다. “여기가 매창의 집 맞느냐?” 큰 목소리로 말을 하고 사립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유희경이다. “댁은 뉘신데 남의 집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들어오시는지요?” 여차하면 내쫒을 기세다.
“기생집에 손님이 오면 반갑게 맞을 것이지 네 태도가 무례하구나! 들어가서 매창이 나오라 하여라!” “내가 매창인데 선비께서는 유희경 사대부이신지 아니면 백대봉 선비이신지요?” 둘은 한 치도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네가 어떻게 유희경과 백대봉을 알고 있느냐?” “한양선비께서 이 부안에 있는 매창을 알고 찾아오셨는데 어찌 한양에 계신 풍류객 유희경 어른과 백대봉 어른을 모르겠습니까?” 유희경이 기가 찼다. “내가 유희경이다. 너의 명성이 한양에까지 자자하여 내가 훠이훠이 달려왔느니라...” 말을 마친 유희경이 매창을 덮석 안아 방으로 들어갔다.
방금 화장을 마친 매창의 모습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 같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욕심을 부리는 사내 옥경(玉莖)은 벌써 꿈틀대기 시작했다. 눈이 없는 그놈은 성질대로 미녀를 보자 욕심부터 채우는 동물적 생리를 잃지 않았다.
매창의 집엔 술상이 항상 준비되었다. 사실 그들은 얼굴을 맞대긴 처음이나 이름으론 익숙한 구면이다. “나는 너를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느니라!” 술상을 갖다놓은 매창을 향해 유희경이 먼저 입을 떼었다. “소녀도 선비님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사옵니다. 오늘 같은 날이 오길 학수고대하여 왔습니다.” 둘은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말이 척척 맞게 맞장구를 쳤다.
20세 여인과 48세 사내의 동물적 본능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술상 앞의 풍경이다. ‘남국의 계랑 이름 일찍이 알려져서/ 글재주 노래솜씨 한양에까지 울렸어라/ 오늘에 사 참 모습을 대하고 보니/ 천상의 선녀가 하강했나 의심되네 하여라...’ 유희경이 매창을 보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증계랑≫(贈癸娘)이다.
유희경의 수창(酬唱)이 끝나자 밀릴 매창이 아니다. ‘제게는 오래된 쟁(箏)이 있습니다./ 한번 연주하면 백가지 감회가 일지요/ 세상 사람들이 이 곡조를 느끼는 이 없었는데/ 멀리오신 임에게는 제 노래와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매창의 ≪탄금≫(彈琴)이다.
첫 만남의 남녀사이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수창일까? “유선비님! 이 술은 청감주(淸 甘酒)라 하옵니다. 독하지 않아 소녀가 즐기며 손님들에게 권하는 명주입니다.” 유희경은 빨리 취해 아까부터 꿈틀대던 옥경을 휘두르며 운우지정을 즐기려는 욕심에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대주가에게 청감주는 물이나 다름없다. 유희경이 술을 마시고 매창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비가 짝을 희롱할 때 너울너울 춤을 추듯 춤을 추었다. 매창의 춤은 옥황상제 앞에서 선녀들이 추는 춤 같이 곱고 우아하다. 그녀의 비밀병기다.
매창의 춤과 노래, 그리고 잠자리가 삼색(色) 소위 삼호(三好)작전이다. 그 삼호에 안 넘어가는 사내는 조선 천지엔 없다. 희끗희끗 치맛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매창의 배꽃 같은 속살에 풍류객 유희경은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참다못한 유희경이 “춤은 그만 추고 술이나 더 내오너라!”라고 벼락 치듯 소리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매창은 빙그레 웃고는 잠시 춤을 멈추며 벽장에서 술병을 꺼내왔다. “이 술은 소녀가 직접 담은 매창주입니다. 매우 독해 아무나 드리지 않는데 유선비님께 특별히 올립니다.” 녹색 병에서 정화수같이 투명한 술이 따라져 나와 대나무가 그려져 있는 백자(白咨)술잔에 고이자 매창이 섬섬옥수로 매화꽃을 띄웠다.
목이 타는 듯이 독한 술이다. 천장이 빙빙 돌고 남심이 날뛰어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매창도 촌은의 마음을 읽고 술상을 치웠다. 마음뿐이 아닌 몸까지 연리지(連理枝)가 되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천둥번개 치는 소리가 집이 떠나갈 듯 요란하다. 유희경의 요란한 몸짓에 벽에 세워 놓은 거문고가 나뭇등걸처럼 넘어져 등에 떨어졌다. “으악” 소리와 함께 촌은은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운우지정은 중단되지 않았다. 촌은은 열흘간의 남도여행은 매창의 집에서 남가일몽처럼 끝이 났다. 그들은 매화꽃이 아침 햇살에 유난히 아름답게 빛나는 아침에 헤어졌다.
아침에 헤어져 해가 떨어지면 저녁에 다시 만날 수 있는 부부모양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흔들며 이별을 했다. 그 이별이 16년간의 긴 세월이 될 줄은 그들은 까맣게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