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성리학이 정치적 이념적 토대가 사회를 지배했던 조선시대다. 남존여비사상이 엄격한 사회에서 이옥봉(李玉峰·본명 淑媛·1552~1592)이 시의 주인공이다. 옥봉은 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이매창(李梅窓·1573~1610)과 함께 조선의 3대 여류문인으로 꼽히는 역사에 찬연히 빛나고 있다.
그녀는 선조(宣祖·1552~1608)때 옥천군수 이봉(李逢·1526~1595)의 서녀로 출생하여 조원(趙瑗·1544~1595·호雲江·자伯玉)의 소실이 되었다. 옥봉은 태어날 때부터 영민하여 수재로 근동에서 소문이 자자하였다. 조강지처의 소생이 아니었으나 출생 때부터 워낙 영민하여 보는 이 마다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거참 어미를 잘 만났으면 좋았을 터인데... 하필 소실(小室)자식으로 태어나 안타깝다!” 그랬다. 옥봉을 보고 그렇게 이웃들이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조선에서 여자의 사회생활은 사실상 금기시 되었다. 정실의 자녀도 사회활동이 어려운 환경에서 소실의 딸인 옥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옥봉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옥봉은 왕실의 피를 받은 어엿한 후예다. 그녀의 부친 이봉은 양녕대군(1394~1462)의 고손자인 자운(子雲·이봉의 호)이다. 이봉은 풍류를 아는 사대부다. 옥봉은 풍류를 아는 이봉의 DNA를 고스란히 받았다. 옥봉이 사내 대장부로 태어났으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을 인물이 되었을 게다.
하지만 그녀는 여자였다.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 하시나요?/ 달비친 사창(紗窓)에 저의 한이 많습니다./ 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걸...’ ≪몽혼≫(夢魂)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정서다. 몽혼(꿈속의 넋)은 그 원초적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시다. 더욱이 남녀사이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용솟음쳐 나오는 사랑을 한 여인의 시심(詩心)을 빌어 작품이 되었다.
옥봉은 17살에 한 양가집으로 시집을 갔다. 꽃다운 나이다. 지금도 17살이면 세상물정 뿐만이 아니라 남녀사이의 감정을 알고 있어 건드리기만 하면 봇물이 터져 나오듯 사랑의 격정이 터진다. 조혼이 자연스러웠던 16세기에 17살은 가을 석류처럼 성숙한 여인이다.
하지만 옥봉에겐 남자복은 없었다. 시집 간지 일 년도 안 돼 남편을 잃었다. 17살에 과부가 되었다. 청상과부가 된 것이다. 활화산처럼 용솟음치는 정염과 시심(詩心)이 옥봉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첫날밤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청상과부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너무 빨리 떠난 사내는 옥봉을 엄마로 만들지 못하였다. 세월이 흐를수록 일찍 이승을 떠나간 남편이 그리워졌다.
짧은 결혼생활 때 있었던 운우지정이 어렴풋이 가을하늘에 기러기 떼 같이 선명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직녀가 견우를 애타게 기다리는 숨김없는 여심일 게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정원엔 만화방초가 서로 자태를 뽐내듯이 화려하게 만개하여 꽃마다 벌 나비가 넘나들며 더욱 정원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을 때다.
풍류객 이봉의 집에 유성룡·이항복·정철, 그리고 조원들이 들이닥쳤다. 옥봉은 아버지의 시중을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봉이 시회(詩會)를 열려는 것이다. 꽃보다 아름답고 샛별보다 더 초롱초롱한 옥봉의 자태에 사내들의 시선이 꽂혔다.
술상이 들어왔다. 옥봉이 들고 들어왔다. 술상을 들고 들어온 옥봉의 몸에선 여자 특유의 몸냄새가 사내들의 코를 자극했다.
옥봉의 몸매는 성숙한 여자의 자태다. “옥봉아! 네가 이 어른들한테 술 한 잔씩 따르렴.” 이봉이 술상을 놓고 나가려는 옥봉의 의사를 물었다. 남녀가 유별한데 스스로 술을 따르겠다고 할 수 없는 옥봉의 마음을 이봉은 알고 있었다. 이봉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섰다. “예 아버님! 소녀가 따라 올리겠습니다.” 옥봉의 얼굴이 갓 피어난 봉선화처럼 상기되었다.
사내들의 시선이 옥봉에게 몰렸다. 유성룡·이항복·정철·조원이 누구인가. 조선 사대부 사회를 주름잡는 선비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사내들이 아니었던가? 사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한 옥봉의 시선은 조원에게 멎었다. “이 사람아. 어서 술잔을 비우게!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나” 송강(松江·정철의 호)이 술잔을 비우고 한잔 달라고 조원에게 한 말이다. 이심전심일까 조원도 옥봉의 자태에 넋이 나갔다.
그때 옥봉은 아버지를 비롯해 다섯 사내들의 술잔에 막걸리를 찰랑찰랑하게 따르고 나갈 찰나다. 치마 속에서 흔들리는 엉덩이에 조원의 뜨거운 시선이 와 닿는 것을 옥봉은 느꼈다. “옥봉아! 술 주전자 하나를 더 가져오너라. 이 어른들은 주전자 하나론 감당이 안되느니라...” 옥봉 역시 마음속으로 기다린 분부다. 술을 한잔씩 따르고 나가면서 다시 들어올 명분이 없어서다.
이봉이 주최하는 시회는 감흥과 절제분위기다. 사내들은 막걸리를 마시면서 수창(酬唱·시를 불러 서로 주고받음)을 즐기려 했는데 빼어난 미모의 옥봉을 봄으로 잠자던 남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옥봉이 수차례 술 주전자 심부름을 하는 사이에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두둥실 보름달이 떴다. 거나하게 취한 사내들이 아쉬운 자리를 뜨려 할 때다. “옥봉아! 어르신들 가시련다. 나와서 인사 여쭈어라!” 그때 옥봉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아버지의 하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옥봉은 어떻게든 조원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다.
분홍치마에 녹색저고리를 입었다. 삼단같은 머리에 홍색댕기를 들였다. 백옥같은 얼굴에 훤칠한 키에 네 사내는 넋이 나갔다. “허-이제 갑시다!” 제일 연장자인 송강이 발길을 재촉했다.
이봉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동창이 밝자 이봉은 조원의 집을 찾아갔다. 풍류반려로 맞아 줄 것을 간청하기 위해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애걸복걸하여 소실로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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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성리학이 정치적 이념적 토대가 사회를 지배했던 조선시대다. 남존여비사상이 엄격한 사회에서 이옥봉(李玉峰·본명 淑媛·1552~1592)이 시의 주인공이다. 옥봉은 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이매창(李梅窓·1573~1610)과 함께 조선의 3대 여류문인으로 꼽히는 역사에 찬연히 빛나고 있다.
그녀는 선조(宣祖·1552~1608)때 옥천군수 이봉(李逢·1526~1595)의 서녀로 출생하여 조원(趙瑗·1544~1595·호雲江·자伯玉)의 소실이 되었다. 옥봉은 태어날 때부터 영민하여 수재로 근동에서 소문이 자자하였다. 조강지처의 소생이 아니었으나 출생 때부터 워낙 영민하여 보는 이 마다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거참 어미를 잘 만났으면 좋았을 터인데... 하필 소실(小室)자식으로 태어나 안타깝다!” 그랬다. 옥봉을 보고 그렇게 이웃들이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조선에서 여자의 사회생활은 사실상 금기시 되었다. 정실의 자녀도 사회활동이 어려운 환경에서 소실의 딸인 옥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옥봉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옥봉은 왕실의 피를 받은 어엿한 후예다. 그녀의 부친 이봉은 양녕대군(1394~1462)의 고손자인 자운(子雲·이봉의 호)이다. 이봉은 풍류를 아는 사대부다. 옥봉은 풍류를 아는 이봉의 DNA를 고스란히 받았다. 옥봉이 사내 대장부로 태어났으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을 인물이 되었을 게다.
하지만 그녀는 여자였다.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 하시나요?/ 달비친 사창(紗窓)에 저의 한이 많습니다./ 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걸...’ ≪몽혼≫(夢魂)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정서다. 몽혼(꿈속의 넋)은 그 원초적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시다. 더욱이 남녀사이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용솟음쳐 나오는 사랑을 한 여인의 시심(詩心)을 빌어 작품이 되었다.
옥봉은 17살에 한 양가집으로 시집을 갔다. 꽃다운 나이다. 지금도 17살이면 세상물정 뿐만이 아니라 남녀사이의 감정을 알고 있어 건드리기만 하면 봇물이 터져 나오듯 사랑의 격정이 터진다. 조혼이 자연스러웠던 16세기에 17살은 가을 석류처럼 성숙한 여인이다.
하지만 옥봉에겐 남자복은 없었다. 시집 간지 일 년도 안 돼 남편을 잃었다. 17살에 과부가 되었다. 청상과부가 된 것이다. 활화산처럼 용솟음치는 정염과 시심(詩心)이 옥봉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첫날밤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청상과부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너무 빨리 떠난 사내는 옥봉을 엄마로 만들지 못하였다. 세월이 흐를수록 일찍 이승을 떠나간 남편이 그리워졌다.
짧은 결혼생활 때 있었던 운우지정이 어렴풋이 가을하늘에 기러기 떼 같이 선명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직녀가 견우를 애타게 기다리는 숨김없는 여심일 게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정원엔 만화방초가 서로 자태를 뽐내듯이 화려하게 만개하여 꽃마다 벌 나비가 넘나들며 더욱 정원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을 때다.
풍류객 이봉의 집에 유성룡·이항복·정철, 그리고 조원들이 들이닥쳤다. 옥봉은 아버지의 시중을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봉이 시회(詩會)를 열려는 것이다. 꽃보다 아름답고 샛별보다 더 초롱초롱한 옥봉의 자태에 사내들의 시선이 꽂혔다.
술상이 들어왔다. 옥봉이 들고 들어왔다. 술상을 들고 들어온 옥봉의 몸에선 여자 특유의 몸냄새가 사내들의 코를 자극했다.
옥봉의 몸매는 성숙한 여자의 자태다. “옥봉아! 네가 이 어른들한테 술 한 잔씩 따르렴.” 이봉이 술상을 놓고 나가려는 옥봉의 의사를 물었다. 남녀가 유별한데 스스로 술을 따르겠다고 할 수 없는 옥봉의 마음을 이봉은 알고 있었다. 이봉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섰다. “예 아버님! 소녀가 따라 올리겠습니다.” 옥봉의 얼굴이 갓 피어난 봉선화처럼 상기되었다.
사내들의 시선이 옥봉에게 몰렸다. 유성룡·이항복·정철·조원이 누구인가. 조선 사대부 사회를 주름잡는 선비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사내들이 아니었던가? 사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한 옥봉의 시선은 조원에게 멎었다. “이 사람아. 어서 술잔을 비우게!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나” 송강(松江·정철의 호)이 술잔을 비우고 한잔 달라고 조원에게 한 말이다. 이심전심일까 조원도 옥봉의 자태에 넋이 나갔다.
그때 옥봉은 아버지를 비롯해 다섯 사내들의 술잔에 막걸리를 찰랑찰랑하게 따르고 나갈 찰나다. 치마 속에서 흔들리는 엉덩이에 조원의 뜨거운 시선이 와 닿는 것을 옥봉은 느꼈다. “옥봉아! 술 주전자 하나를 더 가져오너라. 이 어른들은 주전자 하나론 감당이 안되느니라...” 옥봉 역시 마음속으로 기다린 분부다. 술을 한잔씩 따르고 나가면서 다시 들어올 명분이 없어서다.
이봉이 주최하는 시회는 감흥과 절제분위기다. 사내들은 막걸리를 마시면서 수창(酬唱·시를 불러 서로 주고받음)을 즐기려 했는데 빼어난 미모의 옥봉을 봄으로 잠자던 남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옥봉이 수차례 술 주전자 심부름을 하는 사이에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두둥실 보름달이 떴다. 거나하게 취한 사내들이 아쉬운 자리를 뜨려 할 때다. “옥봉아! 어르신들 가시련다. 나와서 인사 여쭈어라!” 그때 옥봉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아버지의 하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옥봉은 어떻게든 조원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다.
분홍치마에 녹색저고리를 입었다. 삼단같은 머리에 홍색댕기를 들였다. 백옥같은 얼굴에 훤칠한 키에 네 사내는 넋이 나갔다. “허-이제 갑시다!” 제일 연장자인 송강이 발길을 재촉했다.
이봉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동창이 밝자 이봉은 조원의 집을 찾아갔다. 풍류반려로 맞아 줄 것을 간청하기 위해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애걸복걸하여 소실로 들여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