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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0> 김삼의당(金三宜堂) <제8話>
꿈은 이루어져야 아름답고 후세에 멋지고 훌륭한 역사가 된다. 그것은 개안이나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삼의당의 화촉동방에서 잉태된 화려한 꿈이 아름답게 실현되리란 기대가 점점 멀어져 가는 상황이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상공업의 번성으로 상업자본의 축적이 이뤄져 중인(中人)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양반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소위 신분세탁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때문에 실력 없는 기존의 사대부들은 3대에 걸쳐 벼슬을 하지 못하면 향반(鄕班)으로 신분이 하향되고 재력 있는 중인들은 속...
2017-09-2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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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9> 김삼의당(金三宜堂) <제7話>
해가 뉘엿뉘엿 북악산으로 넘어갈 무렵 하립이 심상규(沈象奎:1766~1838) 집 대문 앞에 닿았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비록 과거를 준비하고 있는 향반 주제지만 양반인 냥 주인을 찾았다.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문이 열렸다. “게 누구이기에 이렇게 거창하게 주인을 찾느냐?” 하인이 아닌 두실이 직접 나왔다.
서재에서 전국 정세에 대해 골몰하다 정원으로 나와 잘 익은 석류를 감상하고 있을 때 우렁찬 하립의 주인 찾는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어서 오게나 내 오늘쯤 자네가 오리라 생각했었네! 내가 두실...
2017-09-2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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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8> 김삼의당(金三宜堂) <제6話>
집을 떠나 한양으로 가는 하립의 발길은 한강에 이르자 가벼워졌다. 지난 번 과장에서 떨어졌던 선비들을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하니 한심하기도 하지만 자기와 같은 처지의 향반이 하나둘이 아니란 것에 다소의 위안이 되어서다.
하립은 한양에 올라가면 아내 삼의당이 소개해준 1만권의 장서가인 심상규(沈象奎:1766~1838)의 집에 유숙하며 공부하게 되었다. 심상규는 노론의 거두로 북학파(北學派)로 이용후생을 역설하는 실용주의자다. 하립은 8년 동안 고향과 한양을 오고가는 사이에 북학파의 주요 인물들과 교류도 하게 되었다...
2017-09-1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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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7> 김삼의당(金三宜堂) <제5話>
화촉동방보다 더 뜨거웠던 방은 동창이 밝았는데도 인기척이 없다. 삼의당과 하립의 방이다. 며칠 전에 한양에서 내려와 오늘은 다시 산사로 들어가기 위해 끔찍이 사랑한 삼의당과 헤어져야 하는 날이 밝았다. 삼의당은 부부관계를 하고 남편이 잠들자 바람처럼 방을 빠져 나왔다. 남편이 몇 달을 한양에서 지낼 때 입을 옷 등을 준비가 덜 되어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다.
하립은 그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졌다. 몇 달을 참았던 욕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방문이 열렸다 닫혔다 할 정도로 심하게 코를 골며 깊은 잠에 곯아 떨...
2017-09-0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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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6> 김삼의당(金三宜堂) <제4話>
진양 하씨 집안은 영의정의 후예라고 내세우긴 하지만 그건 먼 조상의 얘기에 불과하다. 7대조의 교리(校理:홍문관 정5품) 벼슬 현달로 끝이 났다. 그나마 세거지인 안산에서 남원으로 낙향한 후 증조부 이래로는 벼슬길과는 멀어졌다. 하씨 집안이 평민으로 몰락하지 않으려면 하립의 대에서 기어코 등과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삼의당의 친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삼의당의 남편 하립의 등과로 출사(出仕)의 꿈은 기울어진 친정집 뜨락에도 따뜻한 봄볕이 쏟아지길 기다린 야무진 야망이 도사리고 있다. 새색시 독수공...
2017-08-3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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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5> 김삼의당(金三宜堂) <제3話>
시아버지 하경천은 며느리 삼의당을 보고 기쁨이 넘쳤다. 김종직(金宗直:1431~1492)의 조의제문을 제자 김일손이 사관(史官)으로 사초에 실어 무오사화가 일어나 젊은 나이인 34살에 유명을 달리한 뼈대 있는 집안의 후예에 은근한 자부심이 발동했으리라...
하지만 하경천 집안은 너무 가난하다. 체면도 최소한의 호구지책이 유지되어야 가능한 사대부의 현실이다. ‘깊은 규중에서 자라나/ 얌전히 천성을 키운다./ 일찍이 《내칙》편 읽어/ 집안 정사 훤히 알았네./ 어버이에게 효도를 하고/ 지아비에겐 반드시 공경할지니...
2017-08-2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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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4> 김삼의당(金三宜堂) <제2話>
새 며느리를 본 시아버지 하경천(河 經天)은 흡족한 표정이다. 자신도 윗 선조는 대제학에 영의정까지 한 종실(宗室) 다음으로 빛나던 가문 이였었다. 하지만 사돈 댁 역시 김일손 후예로서 더 이상 가문으로는 더 바랄 수 없는 명문가다. 그러나 두 집 모두 현재론 시골 향반으로도 체면이 제대로 서지 않는 허울뿐인 사대부 후예다.
가슴 부푼 초야의 신혼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낭만적 확신에 차 있다. 지적 교류를 하며 삶의 목표를 함께 세우는 서로 대등한 반려라는 자부심이 첫날부터 도도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주거니 ...
2017-08-16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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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3> 김삼의당(金三宜堂) <제1話>
전라도 남원의 교룡방 기슭 서봉방의 김씨(김삼의당·金三宜堂:1769~1823)집에 신방이 차려졌다. 1786년 화창한 어느 봄날 뜨거운 방이다. 혼례를 마친 새색시가 새신랑과 마주 앉았다. 화촉동방을 밝히고 합환주(合歡酒)라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아닌 낯익은 얼굴들이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인연을 맺어짐으로써 만나게 되었음을 즐기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새신랑 하립(1769~1830)은 대뜸 신부에게 시를 건넸다.
‘만나고 보니 둘 다 광한루 신선들/ 오늘은 분명...
2017-08-0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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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2> 황진이(黃眞伊) <제33話>
서경덕이 없는 화담은 꽃이 없는 정원과 같다. 꽃이 하나둘 사라지자 날아오던 벌 나비도 날아들지 않는다. 사시사철 피고 지던 꽃들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다. 정원에 꽃이 사라지는 것도 쓸쓸한데 문하생들마저 하나 둘 화담을 떠나갔고 허엽과 진이만 덜렁 남은 어느 늦가을 오후다.
진이도 스승을 잃은 슬픔이 하늘에 닿았는데 허엽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도 그럴 것이 20여명의 문하생들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랑을 받았었다. 그러던 중 진이가 들어온 후 진이에게 사랑의 일부가 빼앗기긴 했으나 허엽은 석가가 가섭(迦...
2017-07-2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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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1> 황진이(黃眞伊) <제32話>
화담 스승의 오늘 목욕을 하였다. 1546년(명종원년) 7월7일이다. 허엽에 업혀가는 화담의 모습을 진이는 뒤따라가며 살폈다. 애벌레가 성충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가고 남은 껍데기(번데기) 같이 보였다. 허엽의 뒤를 따라가며 진이는 스승의 위기지학(爲己之學:자기 자신의 수양을 위한 학문)에 대한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는 움직임 보다 멈춤을 강조하고 마음의 정(靜)을 주로 가르쳤다. 물론 스승은 멈춰야 할 경우 세심한 상황판단을 주문했으며 동(動)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세상의 인연을 끊고 면벽으로 생...
2017-07-1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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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0> 황진이(黃眞伊) <제31話>
늦은 아침을 먹던 선비들이 무엇에 놀란 듯이 일제히 초당 쪽으로 몰려갔다. 초당 옆엔 화담 연못이 있다. 못의 동쪽으로 금강송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으며 나무 밑엔 이름 모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리고 그 꽃들 중앙에 널따란 바위가 있다. 지금 그 바위 위에서 화담 스승이 학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는 것이다.
제자들이 그 모습을 보려고 몰려갔다. 화담이 학춤을 출 때엔 새 격물치지(格物致知)로 새로운 지식을 얻었을 때 기쁨을 못 이겨 추는 춤이다. 20평 남짓 넓이의 바위 위에서 하늘로 훌쩍 날아갈 ...
2017-07-1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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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9> 황진이(黃眞伊) <제30話>
뜬눈으로 밤을 샜다. 화담을 극적으로 만난 황홀감이 진이는 현실같이 않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심장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진이지만 화담 앞에서는 수줍은 일개 여인이고 싶어서일 게다.
화담의 아침은 일찍 찾아왔다. 어제의 비로 삼라만상은 세수와 목욕을 한 듯 깨끗하여 아침 해에 흐릿하게 보이는 샛별(金星)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진이는 뻑뻑한 눈을 부비고 일어났다. 집을 떠나 화담으로 올 때 맞은 비로 흠뻑 젖었던 옷이 말끔히 말랐다.
화담에 도착하여 화담스승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비가 계...
2017-07-0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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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8> 황진이(黃眞伊) <제29話>
마음이 답답하고 세상의 갈피가 보이지 않을 때면 진이는 박연폭포를 찾았다. 폭포수 앞에서 노래가 아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가슴이 조금은 열려지기 때문이다. 한양 살이 3년 동안에 생기가 넘치는 세상을 보고 송도에 들어서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유몽인(柳夢寅·1559~1623)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서 ’진이는 여자들 중에서 뜻이 높고 협기가 있는 자’ 로 평했으며 허균(許筠·1569~1618)은 《성옹지소록》(惺翁識小錄)에서 ‘성품이 활달하여 남자와 같으며 거문고를 잘 타고 노래를 잘 불렀다’고 높이 평가 하였다....
2017-06-2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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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7> 황진이(黃眞伊) <제28話>
몇 년 만에 극적 해우로 정염을 불태운 진이와 이생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제 정신을 찾았다. 동창으로 새벽달이 들어와 알몸뚱이 남녀를 감싸고 있다. 접동새 울음이 멀리서 들려오고 있다. 밤새 풀무질을 하고도 성이 안찼는지 이생의 손이 진이의 사타구니로 뱀처럼 기어온다.
진이도 싫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사내의 살 내음을 맡은 지 얼마만인가? 한양에도 송도에서도 진이가 마음만 먹으면 사내는 굴비를 꿰듯 꿸 수 있으나 그녀는 화담 서경덕 같은 사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제2 화담(서경덕 호)은 영원히 찾지 못할 ...
2017-06-2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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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6> 황진이(黃眞伊) <제27話>
한양 손님을 통해 진이는 남사당(男寺党)에 대해 오래전부터 정보를 모아왔다. 남색사회(男色社會)에 대한 관심이 발동하였다. 진이가 이제 조선사회에서 더 이하 신분은 없는 남사당에 뛰어들 태세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소리만 들어도 돈 나온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치마만 들어도 돈 나온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바람을 날리며 떠나들 가네...’ 그랬다. 민요로까지 나돌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바우덕이(金巖德:1848~1870)를 지칭한다. 그런데 340년 전에 진이...
2017-06-1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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