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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0> 김부용(金芙蓉) <제13話>
세월은 유수와 같다. 연천은 부용을 위해 새로 마련한 집(녹천정)에 도착하자 구조 설명에 정신이 없다. “먼데서 오느라 수고가 많았느니라! 이 방은 내실이고 이 방은 서재니라! 후원 뒤엔 녹천정이란 초당을 별도로 지었느니라... 나는 그곳에 시우(詩友)들과 퇴근 후에 너와 함께 수창(酬唱)을 즐길 것이다. 이립(而立·30세)을 향해 가고 있는 너도 조용히 시도 쓰고 고전도 읽으면서 내 보필에 신경 쓰느라 못했던 공부도 더 하렴... 중국 고전도 내가 사신으로 갔던 친구한테 부탁하여 구했느니라.” 서재엔 지금껏 보지 ...
2018-05-0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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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9> 김부용(金芙蓉) <제12話>
하루를 여삼추로 보낸 세월 끝에 연천의 ‘상경하라’는 서찰을 받았다. 부용은 봉황의 날개를 얻은 듯 기뻤다. 하지만 겁도 났다. 성천에선 자신이 재색이 뛰어났다고 하지만 한양에 가서는 그러하리란 보장이 없어서다. 한양엔 팔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인들이 장악원(掌樂院)에 즐비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제 약관을 살짝 벗어난 난숙한 여인에게 팔십 줄에 접어든 노인의 정력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그러나 부용은 어느새 연천의 호의호식의 포로가 되었다. 연천도 나날이 달라지는 체력에 풋풋한 부용의 아름다움...
2018-04-2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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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8> 김부용(金芙蓉) <제11話>
이틀이란 시간이 남녀 간의 방사 순간처럼 지나갔다. 정무 마무리와 짐을 챙기느라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운우지락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동창이 밝았다. “부용은 성천 네 집에 잠시 가 있거라! 내 한양에 올라가 네 거처부터 마련할 것이니라...” 부용에게 기다려 줄 것을 신신 당부하고 연천은 뻐꾸기 비둘기 둥지 떠나가듯 떠나갔다.
헛헛하고 상쾌하다. 부용이 호의호식이 짐스럽기도 했던 것이다. 노류장화가 어느 날 갑자기 지체 높은 사대부 부실이 되어 둥지 안의 새가 되었다. 노류장화가 비록 신분은 낮고 사회...
2018-04-1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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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7> 김부용(金芙蓉) <제10話>
세월은 덧없이 흘렀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했듯이 연천의 평양감사 생활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훌쩍 2년이 지났다. 초여름 어느 날이다. 일상화 된 부용과 연천의 수창(酬唱:시를 주고받음)을 즐기고 있을 때다. 한양에서 영전 소식이 날아들었다.
호조판서(戶曹判書)다. 평양감사 임기가 꿈길 같이 지나갔다. 부용의 풋풋한 사랑에 한 달이 하루 같이, 일 년이 한 달처럼 훌쩍 흘러갔다. 영전 해 가는 연천은 가슴이 부풀었으나 부용은 걱정이 태산이다. 연천 역시 영전의 기쁨이 없지 않으나 마음에 썩 드는...
2018-04-1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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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6> 김부용(金芙蓉) <제9話>
봄의 평양은 색향(色香)이기도 하지만 자연풍광이 조선팔도에서 으뜸이다. 송(宋)나라 사신 서긍(徐兢·1091~1153)은 평양을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마치 무릉도원 같다’ 서술하였다.
고려는 고구려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고구려에서 ‘구’자만 빼서 국호로 정했다. 대륙으로 뻗어 나아가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려는 정복욕과 고려청자를 만들어 내는 세련미에 서긍은 넋을 빼앗겼다.
부용은 서화담과 황진이 관계를 자신과 연천의 관계로 비유하기도 한다. 황진이는 서화담을 사랑하려 했으나 끝내 ...
2018-04-0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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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5> 김부용(金芙蓉) <제8話>
동창이 밝고 햇살이 방안 가득한데도 방안은 고요하다. 동창이 밝기 전에 정원에 나와 산책이 일상이었는데 오늘은 인기척조차 없다. 부용과 연천의 방 분위기다. 연천이 꽃다운 부용과 운우지락을 만끽했을 것이다. 부용이 연천의 소실로 들어온 후 연천은 아침 산책을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늘이 그런 아침이다. 연천의 가슴에서 부용이 깊은 잠에 빠졌다. 연천의 손은 부용의 사타구니에 가 있다. 부용의 거웃엔 아직 사내 애액이 뒤엉킨 채 그대로다. 운우지락 후 뒷물을 하지 않아서다. 부용의 잦은 모습이다. 20대 여...
2018-03-28 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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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4> 김부용(金芙蓉) <제7話>
성천에서 평양은 하루해 거리가 아니다. 부용과 유관준은 꼬박 이틀 걸려 평양에 도착했다. 사또는 말을 탔으나 부용은 판교(板橋·기생이 타는 가마)를 타고 와 더욱 시간이 걸렸다. 초겨울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유관준이 서두르는 바람에 부용이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였다.
자기를 알아준다는 유사또의 말에 감동되어 속곳조차 제대로 입지 못하고 서둘러 따라나섰다. 부용이 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하였다. 기침까지 간간히 터져 나왔다. 성천과 평양 사이는 거리가 꽤있는데 속옷을 단단히 챙겨 입지 않는 것이 화근이 ...
2018-03-2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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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3> 김부용(金芙蓉) <제6話>
초겨울의 강선루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강선루 밑으론 비류강이 이슬 같은 물이 흐르고 홀골산 열두 봉이 손에 잡힐 듯 병풍처럼 버티고 있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한 후 한바탕 춤을 추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눈에 보이는 듯한 꿈속 같은 곳이다.
그 아름다운 풍광을 두 손을 꼭 잡고 구경하는 한 쌍의 남녀가 있다. 부용과 유관준이다. 목민관과 기생의 사이가 아닌 다정한 연인처럼 보인다. “어젯밤엔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았느냐? 내 숙소가 워낙 협소하고 구차하여 여자들이 편히 쉴 곳은 못되느니라.” “아니옵니다. 조용...
2018-03-1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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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2> 김부용(金芙蓉) <제5話>
연인 같은 남녀가 연당 앞을 거닐고 있다. 코스모스 등 가을꽃들이 퇴장하자 아침저녁으론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러기 가족들이 활모양으로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춥지 않느냐? 옷이 여전히 여름옷이 아니더냐? 내가 한 벌 해주마! 마침 내가 한양에서 중국 사신한테 선물로 받은 비단 한필을 필요할 때 쓰려고 가지고 온 것이 있느니라...” “아니옵니다. 소녀 열이 많아 옷을 가볍게 입는 버릇이 있사오니 걱정을 거두어 주시길 바라옵니다.” “아니다. 나도 사내인데 한번 한 말을 거두어들일 수는 없지 않겠느냐! 오늘 ...
2018-03-0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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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1> 김부용(金芙蓉) <제4話>
신임 사또(유관준 劉寬埈)가 부임한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부용을 불러들이지 않는다. 전임 사또들은 부임하자마자 기생 점고(點考·기생이름 열거)를 하며 그녀들을 총동원하여 성대하게 환영회를 여는 것이 관례로 되었으나 이번 사또는 사뭇 다르다.
신임 사또 유관준은 부임하자마자 육방 관속을 동원으로 불러 정사(政事)파악에만 열중이다. 그러길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이다. 그동안 설매의 성화에 밀려 부용은 매일 목욕재계하고 꽃단장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부임 일주일 만에 사또의 부름을 받았다. 부용은 자존심이 ...
2018-02-2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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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90> 김부용(金芙蓉) <제3話>
해가 홀골산에 걸리자 설매가 부산을 떨기 시작하였다. “부용아 아마 곧 연락이 오겠지! 너는 준비가 다 되었느냐?” “예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저는 목민관을 모실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요!” 부용이 벌써 다섯 번째 사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용을 거쳐 간 네 명의 목민관은 지천명(知天命·50)을 살짝 넘긴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마음만 앞서 배위에서 헐떡이다 제 풀에 지쳐 떨어지기가 일수다. 그런데 이번에 올 사또는 젊고 헌헌장부라 부용이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되었다. 젊은이 혈기왕성하여 밤...
2018-02-2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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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9> 김부용(金芙蓉) <제2話>
어젯밤에도 부용은 잠을 설쳤다. 새로 부임하는 사또에 대한 소문이 날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헌헌장부에서부터 계집에 사족을 못 쓰는 색골에까지 무성한 얘기가 날아들어 부용은 잠이 오지 않는다. 부용은 성천 목민관의 단골 수청 기생으로 되었다. 성천엔 3~40명의 기생이 있으나 부용과 견줄만한 기생은 없다. 과연 군계일학이다.
부용은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강선루(降仙樓)에 올랐다. 강선루 아래로는 대동강이 지루인 비류강이 흐르고 있어 관서(평남)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절경이다. 비류강에 비친 강선...
2018-02-1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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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8> 김부용(金芙蓉) <제1話>
녹두꽃 빛깔의 하늘엔 새털구름이 몇 가닥 떠 있을 뿐 화창한 날씨다. 늦여름이지만 새벽공기는 달콤할 정도로 신선하다. 그런데 부용(金芙蓉·기명秋水·호雲楚·1820~1869)은 잠을 설쳤다. 신임사또가 열흘 후에 부임한다더니 모레 온다는 전갈이다.
환영을 준비하라는 전갈이 왔다. “부용아 새 사또가 모레 오신단다. 너도 준비를 해야겠다.” 수양모 설매(雪梅)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부용은 엊저녁에 잠을 설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강선루로 나가 머리를 식히려고 채비를 서두르는 찰나였다. “어디 나가려느냐?” “예 ...
2018-02-0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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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7> 김금원(金錦園) <제12話>
여인들의 삶은 고려 때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신라에 세 여왕(선덕·진덕·진성여왕)이 탄생된 것만 봐도 여성의 삶이 조선조와는 확연히 달랐다. 고려 때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왕건의 부인이 29명이나 되었으니 치맛바람이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 뻔하다.
이같은 여인의 삶은 1392년 조선이 건국 된 뒤 여권신장이 아닌 퇴보의 역사였다. 아내는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여필종부 사회다. 이 시대에 금원이 출생하였다. 금원은 여자로 태어났으나 여자이길 거부 하였다. 하지만 여자였다.
여자이길 거부하며 남자도 감...
2018-01-3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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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6> 김금원(金錦園) <제11話>
오늘따라 삼호정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봄이 되었는데도 봄 같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지난 모임 때 금원이 이곳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 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모이면 떠날 줄 모른다. 조만간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들은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분위기다.
삼호정 회원들은 어느 땐 밤을 꼬박 새기도 한다. 지금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해가 서산에 걸렸는데도 누구 한 사람도 갈 채비를 하지 않는다. 전 같으면 점심을 먹고 늦은 오후가 되면 영감이 올 때가 됐...
2018-01-2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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