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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5> 송덕봉(宋德峰) <제7話>
툇돌에서 귀뚜라미 노래 소리가 요란하다. 한두 마리 노래 소리가 아니다. 합창이다.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대가족이 다 모여 합창을 하는 노랫소리 같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엔 더욱 노랫소리가 요란하다.
덕봉이 며칠 전부터 잠을 설치고 있다. “나 하직하고 내려가고 싶소...” 말이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 파는 것 같아서다. 이제 겨우 서울 생활에 적응하여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고향으로 내려가잔 말은 마른하늘에서 벼락을 맞는 심정이다.
고향에 있을 땐 손수 농사를 짓고 살림살이 전반을 건사해야 했지만 서울 생...
2018-08-2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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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4> 송덕봉(宋德峰) <제6話>
밤이 이슥해서 미암이 귀가하였다. 얼근하게 취한 상태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허허 부인이 오늘따라 더 고와 보이오... 오늘 내 전하께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말씀을 올렸소! 그러나 윤허(允許)를 얻어 내지 못했소이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후학을 가르치며 부인과 조용히 살고 싶소! 부인 뜻은 어떠하오?” 미암의 입에서 술 향이 덕봉의 얼굴을 덮었다.
미암이 문 여는 소리에 덕봉이 행복한 꿈에서 깨어났다. 덕봉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져 있고 입엔 침까지 흘린 자국이 선명하다. 속곳이 반쯤은 내려졌다. 무슨 일이 벌어...
2018-08-14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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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3> 송덕봉(宋德峰) <제5話>
북촌(北村)에서 육조(六曹)는 단숨에 달려갈 거리다. 맨 처음에 갈 때는 남편인 미암의 안내로 구경을 했으나 길을 알게 된 후론 틈 날 때마다 덕봉은 육조거리를 살폈다. 조선을 통치하는 관공서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 보려는 속내다. 직접 벼슬을 하여 당당한 사대부로 남성사회에 일원이 될 수 없으나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라도 뜨겁게 느껴 보려는 열정이다.
오늘도 덕봉은 누룽지를 끓여 점심을 먹고 북촌에서 나와 피맛골로 향했다. 역관(譯官·통역관)들의 집단 거주지인 청계천을 거쳐 육조거리로 와서 이조·호조·...
2018-08-0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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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2> 송덕봉(宋德峰) <제4話>
조선 여인들의 삶은 남자의 운명에 좌우되었다. 남편이 높은 벼슬에 나가면 부인도 덩달아 신분이 높아졌다. 여자들은 대부인, 정경부인, 숙인, 영인, 유인(孺人) 등으로 나뉘었다. 자신이 만드는 신분이 아닌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신분이다.
남편의 그림자다. 그림자는 상대가 없어지면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나타나면 그림자로 다시 모습을 보인다. 덕봉도 미암의 그림자다. 덕봉은 자신이 그림자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여 꿈에서 임금을 만났다. 그런데 요즘엔 임금이 부쩍 자주 꿈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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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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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1> 송덕봉(宋德峰) <제3話>
1569년 8월 8일 청명한 여름 오후다. 임금(宣祖:재위 1567~1608)이 덕봉 집으로 찾아왔다. 덕봉의 문재(文才)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궁궐까지 소문이 들어가 임금이 직접 보고 싶다고 찾아온 것이다. 미복(微服:신분이 높은 사람이 신분을 숨김)차림으로 불쑥 찾아 와 덕봉의 시(詩)를 보자는 행차다.
덕봉의 꿈이다. 덕봉은 임금의 꿈을 이번 처음 꾼 것이 아니다. 사모한 애인을 만나듯 꿈에서 임금을 수시로 자주 만난다.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씩 칠월칠석의 만남이 아니다. 그녀는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비몽사몽에...
2018-07-1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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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0> 송덕봉(宋德峰) <제2話>
남편의 편지가 왔다. 그런데 냉큼 뜯어보려 하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도착하자마자 하던 일도 제쳐놓고 뜯어봤는데 지금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왠지 편지를 오늘은 뜯어보고 싶지 않는 눈치다.
덕봉은 가슴이 답답하면 집안 안팎을 뱅글뱅글 도는 버릇이 있다. 사립문을 나와 야산이 멀리 보이는 울타리 뒤에까지 벌써 서너 번은 돌았다. 하녀인 죽매(竹梅)와 옥매(玉梅·가명)도 쫄랑쫄랑 따라 다녔다. 초여름이라고는 하지만 한낮의 햇볕은 따갑다. 이마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입에선 가쁜 숨이 터져 나왔...
2018-07-1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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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9> 송덕봉(宋德峰) <제1話>
깜빡 낮잠을 잤다. 아무리 신간이 고단해도 덕봉이 낮잠을 자는 일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깜빡 낮잠을 잤다. 깜빡하는 사이에 꿈을 꿨다. 송덕봉(宋 德峰·자成仲·아명鍾介·1521~1578)이 서왕모(西王母)를 만나고 왔다. 시어머니 49제를 치운지 이제 이틀이 지난 후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최악의 상태다.
그런데 곤륜산(崑崙山)에 가서 서왕모를 만났다. 곤륜산 반도원에 가서 서왕모 안내로 삼천육백 그루의 복숭아를 일일이 먹어보고 왔다. 그 찰나 같은 시간이었지만 서왕모와 주목왕(朱穆王:BC1001~BC947 주나라 제5대왕)...
2018-07-0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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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8> 김부용(金芙蓉) <제21話>
밤낮 없는 극진한 간병에도 연천의 병세는 별 효험이 없다. 순조대왕과 사돈관계로 조선팔도의 명의가 조제한 명약을 복용해도 뚜렷한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부용은 촉각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연천의 건강이 회복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정원의 오동나무는 바람이 불때마다 어느새 낙엽을 후드득후드득 떨어뜨리고 있다. 부용은 연천의 그림자 같이 머리맡에 앉아 수족처럼 움직였다. 그러길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 절기다. 늦더위가 맹위...
2018-06-2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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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7> 김부용(金芙蓉) <제20話>
홍주(洪州)·결성(結城)·천안(天安) 등지 선조들 성묘 준비에 초당은 부산하다. 부용과 연천의 동반 외출은 처음이다. 선조들의 성묘 길에 부용을 동반 한다는 것은 파격적 예우다. 그것도 정식 부인 자격으로 선조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아닌가...
부용은 며칠 전부터 들떠있다. 잠도 설치고 있다. 연천의 정식 아내면 정경부인(貞敬夫人)의 봉작이 붙는다.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격일지 몰라도 연천과 같이 외출을 한다는 것이 부용에겐 얼마나 큰 사건이란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1844...
2018-06-2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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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6> 김부용(金芙蓉) <제19話>
초당은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모양 을씨년스런 분위기다. 부용이 뻐꾸기 모양 훌쩍 떠난 뒤로 시우들마저 발길이 뚝 끊어져 연천은 즐기던 아침 산책도 중단하였다. 부용이 있을 때는 쌩쌩 돌아가던 집안이 삐걱거리다 아예 멈춰버린 상태다. 화단엔 여름 꽃들이 일찍 내린 서리에 축축 쳐졌으며 연못의 금붕어들도 몇몇 마리는 시체로 둥둥 떠 있다.
연천은 평양감사를 통해 부용의 동태를 손금 보듯 보고 있다. 부용이 대문을 나서자 나귀가 기다리고 있었다. 문칠이는 내다보지도 않는다. 밤새 술을 마시고도 꼿꼿...
2018-06-1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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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5> 김부용(金芙蓉) <제18話>
산사의 가을이 여느 해보다 일찍 왔다. 여름의 끝자락이려니 할 때 어느새 가을은 화단을 점령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다. 산봉우리에 있으려니 하면 골짜기에 와 있고 서둘러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는 산사의 정원에까지 이미 와 있었다.
여름에 온 부용도 신사를 떠날 채비를 끝냈다. 묘허스님에겐 말을 하지 않았으나 그녀도 행동으로 봐 짐작은 했으리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심전심이다. 묘허스님도 부용의 행동에서 한양의 연천대감 품으로 돌아갈 마음을 눈치 채고 말을 아끼고 있다. 본인이 말할 때까지 ...
2018-06-0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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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4> 김부용(金芙蓉) < 제17話>
새벽 종소리에 묘허가 놀란 고양이처럼 발딱 일어났다. 부용의 손을 잡은 채였다. “언니 나는 좀 더 있다 일어날게.” “그렇게 하려무나. 오느라 피곤 할텐데 오늘은 아무 말 말고 푹 쉬어라...” 네 심정 뻔하지 하는 말투다. 부용은 잠이 덜 깬 상태다. 속내를 다 드러내고 속 시원하게 말을 하고 싶어 한양에서 허위단심 달려왔는데 믿거라 한 묘허의 표정에 숯검정같이 부용의 마음이 타들어갔다.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뒤 부용이 묘허와 마주 앉았다. “언니~ 나 언니 곁에 있고 싶은데...” 말끝을 잇지 못한 부용이 묘허의 표정...
2018-05-3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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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3> 김부용(金芙蓉) < 제16話>
화단엔 봄꽃들이 만개하였다. 연천이 육조로 출근 할 때는 부용이 직접 꽃들을 가꾸었으나 퇴임 후론 손을 놓았다. 연천의 정성어린 가꿈에 화단은 어느 해보다 화려한 봄을 맞았다. 흰목련·연분홍자목련·노란유채·흰영산홍 등의 자태가 눈부시다. 그 중에서도 흰 영산홍이 화단을 더욱 빛내고 있다.
부용은 초당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 아버지의 딸에서 뭇 사내들의 노리개인 기생의 길에서 연천의 회춘 마중물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싹터온 생각이었으나 막상...
2018-05-2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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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2> 김부용(金芙蓉) <제15話>
북촌(北村) 본가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다. 연천의 맏손자 현근(賢根)이 순조의 부마(駙馬:임금 사위)로 간택 되어서다. 연천의 집안에 연이은 행운이다. “대감어른 감축 드립니다. 이제 대감 위엔 임금이 있을 뿐입니다.” 부용은 술잔에 감로주를 가득 따르며 연천을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나도 사내대장부로 태어났으면 너(연천)와 같은 사회적 지위를 누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고맙다! 이 같은 홍복이 다 네 덕이로다... 네가 나에게 오지 않았던들 이처럼 큰 홍복은 없었을 것이니라.” 부창부수다....
2018-05-1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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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1> 김부용(金芙蓉) < 제14話>
출근하여 자리에 앉을 때마다 연천은 부용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 퇴임 하셔서 여생을 즐기세요!” 조선 팔도에서 어느 누구도 못할 말을 부용은 서슴없이 했다. 괘씸하기도 하고 신통하기도 하였다. 귀엽고 귀엽다. 하지만 팔십 평생을 지켜온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아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천번만번 옳은 얘기다. 연천 자신을 위한 애정 어린 충언이다. 연천도 생각이 조석으로 바뀐다. 일찍이 벼슬길에서 나온 강대감·최판서·김대사헌 등이 초당에 와서 부용과 여유롭게 수창을 즐기는 것을 볼 때마다 사임을...
2018-05-0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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