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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0> 자동선(紫洞仙) <제10話>
두 사내 마음은 따로따로 가 있다. 사가정은 주선(酒仙)인 이태백(李太白:701~762)을 떠올렸을 것이며 영천군은 시와 노래, 그리고 춤까지 능했던 중국의 설도(薛濤:768~832) 같은 여인을 상상했을 것이다. 중국의 풍류를 즐기는 사내들이 자동선을 한나라 무제(武帝)의 악사 이언년의 누이동생 이부인(李夫人)을 능가했다고 토로하였다.
이 부인은 한무제의 세 번째 부인이다. ‘북쪽에 아름다운 미인이 있어 / 세상에서 다시 없이 홀로 섰다네 / 눈길 한 번에 성이 기울고 / 눈길 두 번이면 나라가 기운다네 / 성이 기울고 나라...
2018-12-1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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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9> 자동선(紫洞仙) <제9話>
넓은 정원엔 봄빛이 쏟아지고 있다. 모란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화사하게 되었다. 효령대군의 다섯째 아들 영천군(永川君)이 이맛살을 찡그리며 정원으로 나왔다. 일필휘지로 그림이 잘되지 않아서다. 평소 같았으면 마음만 먹으면 생각대로 후딱 그림이 그려졌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엊저녁의 꿈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죽마고우와 같은 서거정과 평양에 갔다. 풍류에 능한 서거정이 앞장서 평양의 주류천하를 즐기려는 속내로 갔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생각했었던 여인들은 모두 중국 사신 영접에 동원되었던 것이...
2018-12-0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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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8> 자동선(紫洞仙) <제8話>
청교방 거리에 낙엽이 떨어지자 겨울이 성큼 왔다. 거리 이곳저곳엔 가을꽃들이 아직도 제 세상인 냥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을 드러내고 팔랑이는데 이따금씩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개성의 늦가을은 초겨울과 맞물려있다. 이런 계절이 화화는 제일 싫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그런 계절을 좋아하여 조선에 왔을지도 모른다.
사계절이 뚜렷한 삼천리금수강산이 마음에 맞춤처럼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장녕을 떠나보낸 지 어느새 보름이 지났다. 그의 넓은 품으로 돌아가 알뜰히 사랑을 해주었던 노모와 “새엄마, 새엄마...”...
2018-11-2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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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7> 자동선(紫洞仙) <제7話>
개성의 가을은 선계(仙界)로 느낄 정도다. 특히 청교방 거리는 자칫 정신을 잃을 정도다. 골목골목마다 각기 다른 가을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 한번 길을 들면 자칫 넋을 잃어 방향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화화가 똬리를 틀고 있는 월궁(月宮) 찾기는 밤하늘에 달 찾기만큼이나 쉽다.
장녕은 청교방 거리에서 쉽게 월궁을 찾았다. “화화 여사를 뵈러 왔소이다.” 정원을 서성이던 동기(童妓)에게 용건을 말하자 대뜸 “어디서 오신 누구신지요?”라고 물었다. “우리 화화 여사님은 아무 때나 뵐 분이 아닌데요. 어디서 오신 누...
2018-11-2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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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6> 자동선(紫洞仙) <제6話>
개성의 청교방 거리는 기녀들의 집단 거주지다. 조선의 사대부들이 주 고객이지만 중국을 오가는 사신들이 큰 손님들이다. 중국을 오가는 조선의 사신단 에는 역관(통역)이 반드시 동행하였다. 그들이 사신무역의 주역이다.
조선에선 인삼과 종이 등이 주력상품이고 중국에 가선 비단·도자기·서책 등을 들여왔다. 그들은 떼돈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청교방 거리에선 그들이 들어오는 날엔 밤낮없이 노랫가락이 거리를 메우고 기녀들의 분향이 진동하였다. 흡사 잔치 날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선역관들이 몰리...
2018-11-14 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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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5> 자동선(紫洞仙) <제5話>
아침 동정호는 상쾌한 아침을 알렸다. 악앙루에서 하룻밤을 잔 장녕은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났다. “서방님, 잘 주무셨어요?” 옥빈의 깍듯한 아침인사다. 화촉동방을 치른 새색시 모습이다.
온 세상을 얻은 듯한 즐겁고 신나는 표정이다. “옥빈여사가 어떻게 여기 있소이까?” 장녕은 어젯밤의 뜨거운 방사를 까맣게 잊고 있다. “어젯밤에 장녕 대인이 이 옥빈을 여자로 만들어 주셨어요!”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알아듣게 말해 보시오...” “옥빈이가 말한 대로예요. 장녕 대인께선 어젯밤에 술이 너무 취하셔서 기억이...
2018-11-0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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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4> 자동선(紫洞仙) <제4話>
개성 유수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귀국한 장녕은 날마다 즐겁다. 친구들에게 자동선과 질펀한 방사 얘기부터 대동강 뱃놀이에서 흥미진진한 무용담을 털어 놓는 것이다.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한림학사다. 날마다 바쁜 일이 없으니 동정호(洞庭湖) 나들이가 일과다.
오늘은 장녕이 친구 서무(徐武·가명)·왕부(王傅·가명)·장문(張文·가명)·옥빈(玉嬪·가명)을 초청하여 조선 사신으로 가서 개성의 무용담을 털어 놓으려는 속내다.
제일 연장자인 왕부가 일찌감치 왔다. 장녕보다 두 살이 위다. “형님이 제일 먼저 오셨군요. ...
2018-10-3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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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3> 자동선(紫洞仙) <제3話>
오후가 되자 장녕의 행동이 바빠졌다. 귀국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압록강을 건너도록 되어 있어서다. 그런데 속으론 어떻게든 자동선과 방사를 한 번 더 하고 가려는 속내다. 대동강 뱃놀이를 한 번 더 하고 가려고 배를 큰 것으로 빌려 칸을 막았다.
술상을 준비하는 제일청은 별도 칸에 있어 보이지는 않으나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다. 척하면 천리라고 자동선은 사내들의 심리 읽는데 신기에 가깝다. 숨소리·눈동자·손동작 등에서 마음의 행로를 읽는다.
지금 장녕은 자동선을 자빠뜨려 방사를 하고...
2018-10-2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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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2> 자동선(紫洞仙) <제2話>
새벽 닭 울음소리에 장녕은 눈을 떴다. 상쾌한 기분이다. 잠자리에 들면서 거침없이 자동선을 끌어안고 욕심을 채운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어른거린다. 하도 힘을 넣어 욕심을 채워 아직도 아랫도리가 얼얼하고 화끈화끈하기까지 하다. 그때였다. 자동선이 머리 맡에 앉아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며 술국을 권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더 예쁘다. 방금 선계(仙界)에서 내려온 선녀 모습이다. 장녕은 청순한 자동선을 보자 문득 전설의 서왕모(西王母)를 떠올렸다. 지금 장녕은 자동선의 수청을 받은 줄 알고 있다.
싱글벙글...
2018-10-1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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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1> 자동선(紫洞仙) <제1話>
명(明)나라 사신 장녕(張寧)이 자동선(紫洞仙)을 보자 짐짓 놀란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눈치다. 자동선의 아름다움에 놀란 자신의 눈이 뭣을 잘못 봤나 의심이 났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미인으로 생각한 여인은 양귀비·초선·왕소군·서시 등 4대 미인을 말하는데 조선에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한 자동선을 보고는 그만 생각이 바뀌었다.
동이족(東夷族)은 노래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미인까지 있어 그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장녕은 명의 황제(英宗)의 명을 받고 조선에 왔다 임무를 마치고 송도(松都·현 개성)에 들...
2018-10-1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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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0> 송덕봉(宋德峰) <제12話>
청자 빛 하늘에 오곡이 무르익은 목릉성세(穆陵盛世)다. 때는 선조(宣祖·1567~1608)대로 허난설헌(1563~1589), 이매창(1573~1610)ㅏ 황진이(1520~1560), 그리고 송덕봉을 일컬어 조선의 4대 여류시인이라 한다. 송덕봉과 허난설헌은 사대부집 딸이며 이매창과 황진이는 기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시문(詩文)에 뛰어난 재원이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장원급제하여 북촌에 거주하며 육조거리를 휘젓고 다닐 사대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자였다. 황진이는 소세양·벽계수 등이 기녀인 그녀를 신주 모시듯 사랑했으나 정작 ...
2018-09-27 1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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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9> 송덕봉(宋德峰) <제11話>
부부관계란 빛과 그림자 같아 오래 살다 보면 권태기도 있다. 젊었을 땐 여자가 고분고분 그림자로 있다 이립(而立·30)이 지나 불혹(不惑·40)이 가까이 오면 남성화 되는 경향이 있다. 이때 권태기도 생길수도 있으며 부부간에 크고 작은 갈등도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암과 덕봉에겐 권태기란 없다. 낙향 후 하루하루가 뜨거운 사랑이 더 뜨겁고 깊어져 갔다. 밤마다 그들의 방에선 박장대소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암이 귀양살이로 비록 몸은 떨어져 있으나 마음은 늘 덕봉의 곁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8-09-1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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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8> 송덕봉(宋德峰) <제10話>
동창이 밝았는데도 미암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어젯밤의 방사가 힘에 붙였던 것 같다. 덕봉은 콩나물국을 끓였다. 숙취에 좋다고 하여 미암이 깨어나면 먹이려 하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먼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독서나 산책을 할 시간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지금도 미암은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 이따금씩 잠꼬대까지 한다.
한양 육조거리에서 꿈같았던 생활이었는지 간간이 깔깔대는 웃음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다가도 땅이 꺼지는 한숨소리도 이따금씩 터졌다. 길고 길었던 유배생활이 교차하는 ...
2018-09-1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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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7> 송덕봉(宋德峰) <제9話>
길지 않은 서울생활을 덕봉은 지난봄에 접었다. 정들자 이별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예(技藝)를 동네(北村) 정인들에게 마음껏 베풀고 떠나 마음이 후련하다. 미암이 고향으로 내려가자 했을 때 부랴부랴 낙향했으면 아쉬운 마음이 컸을 터인데 겨울 한철을 더 지내고 떠나 섭섭한 마음을 덜게 되었다.
덕봉은 노후를 철저히 준비하였다. 생활비를 쪼개고 또 쪼개어 모았던 돈으로 논과 밭을 사들였다. 담양으로 낙향한 덕봉 부부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 생활은 별반 달라진게 없다. 덕봉의 치밀한 노후계획의 소산이다.
그들...
2018-09-0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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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6> 송덕봉(宋德峰) <제8話>
죽매와 옥매가 정도전(鄭道傳·1345~1398)의 《진신도팔경시》(進新都八景詩)에 맞춰 노래와 춤을 저녁이면 연습에 열중이다.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에 정이들은 이웃들과 연회를 베풀려는 속내다. 죽매는 노래하고 옥매는 춤을 출 때 덕봉은 시를 낭송하려는 계획에서 벌써 보름이 지났다.
오늘도 미암은 자정이 다 되어 귀가하였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왔다. 사람 좋기로 육조거리에서 소문이 난 미암이 고향으로 내려간다니 그동안 사귀었던 친구들의 이별주가 줄을 섰다. 더욱이 긴긴 유배생활에서...
2018-08-29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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