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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45> 자동선(紫洞仙) <제25話>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했다. 영천군과 자동선의 사랑 얘기도 송도를 넘어 한양에까지 봄바람에 꽃향기 날아들 듯 장악원에도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송악산 유람 때 등산객들에 눈에 띄어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송도(현 개성)는 중국으로 사신들이 오고가는 길목이어서 늘 왕래하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발 없는 말이 어느새 영천군의 본가에 영천군과 자동선의 연리지(連理枝) 얘기가 소문이 아닌 사실로 알려졌다. 안국방(현 안국동) 영천군댁에선 자동선이 올 것을 대비하여 사랑채 옆에 방을 더 꾸몄다. 자동선의...
2019-03-2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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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44> 자동선(紫洞仙) <제24話>
예성강 저녁노을에 사가정은 넋을 잃었다. 조선팔도에 그의 발길이 안 닿은 곳이 별로 없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에 송도 매력에 빠졌다. 백악(白岳)에 걸려있는 구름과 북산에 서리는 연기와 비는 한 폭의 산수화다. 또한 장단의 절벽과 박연폭포는 웅장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 바로 그 자체다.
사가정은 제일청의 곁에 그냥 이곳에 주저앉고 싶다. ‘작은 내 깊숙한데 버들가지 날리고 / 가랑비 맑게 개니 풀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네 / 손님이 가든 머무르든 상관하지 않고 술동이 하나 놓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마주하네’ 이제현...
2019-03-2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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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43> 자동선(紫洞仙) <제23話>
동기(童妓) 자하(紫霞)가 며칠 전부터 시장을 오가며 각종 혼숫감을 사들인다. 자동선은 일가친척이 없다. 수양어미 제일청과 동기 자하가 가장 가까운 관계다. 자동선은 영천군과 부부가 될 것을 대비하여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호박 관자를 받고 마음을 굳혔다. 비록 양가 부모와 친척들을 모셔 놓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조촐히 결혼식을 올린 뒤 초야를 치르려는 속내다. 그렇게라도 해야 18년 동안을 고이 간직했던 정조를 아낌없이 줄 수 있어서다.
숱한 사내들이 금은보화로 회유했으나 지금껏 어렵사리 지켜온 정조를...
2019-03-1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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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42> 자동선(紫洞仙) <제22話>
얼떨결에 내실로 떠밀려 들어온 영천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내를 먼저 들여보내고 뒷물을 하고 여자는 들어오리라 생각해서다. 영천군은 피곤하다. 요 며칠사이에 송악산을 두 번이나 오르내렸으며 자동선을 품으려고 온갖 묘수를 다 써 봤으나 번번이 헛수고만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동선의 내실에 들어왔다. 여자의 방에 남자 혼자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남자는 온갖 상념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영천군은 그러하지 않다. 자동선의 내실은 의외로 단조롭다. 네 벽이 모두 하얀 백합처럼 흰 종이로 되...
2019-03-0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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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41> 자동선(紫洞仙) <제21話>
세상의 아름다움은 미녀로 귀결된다. 여인의 아름다움에서 세상은 시작되어 여인의 아름다움으로 끝이 난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아름다움을 표시(상징)하는 방식(디자인, 패션)이 다를 뿐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을 대중화한다.
지금 자동선의 의식주(衣食住)는 당시 조선사회가 최고로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것은 신윤복(申潤福·1758~1813)의 《미인도》가 잘 나타내고 있다. ‘가슴에 그득 서린 일만 가지 봄 운을 담아 / 붓 끝으로 능히 인물의 참 모습을 나타내었다.’ 얼마나 ...
2019-02-2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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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40> 자동선(紫洞仙) <제20話>
그들은 말 대신 손을 잡았다. “밤공기가 차옵니다.” 독수리가 병아리를 채가듯 제일청이 사가정을 품어 내실로 들어갔다. 사가정은 제 내실인 냥 들어가자마자 벌러덩 자빠진다. “사가정 나으리, 잠이 드시면 아니 되옵니다. 소첩이 준비한 해장국을 드시고 자동선 집으로 가셔야 되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이제 한숨 자야지... 너도 이리 오너라! 또 자동선 집으로 간다는 말이냐?” 천하의 사가정이 술을 더 마시지 않고 잠을 자겠단다.
지금쯤 영천군과 자동선은 화촉동방을 치르고 있을 것으로 사가정은 생각하고 있다. “...
2019-02-2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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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9> 자동선(紫洞仙) <제19話>
삼현육각(三絃六角)의 풍악소리와 휘황찬란하게 켜진 등불에 자동선은 잠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푸른 녹음에 젖었던 싱그러움이 삽시간에 적응이 쉽지 않았으며 영천군과 사가정의 넉넉한 풍류 분위기가 아직도 몸에서 떠나지 않은 상태다. “자동선이 납시었습니다.” 이방의 보고에 흥청대던 분위기가 갑자기 멈추는 듯하였다.
명나라 사신 김식(金湜)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자동선을 맞았다. “네가 자동선이냐?” 명나라 사신은 대국의 체면도 잊은 듯 자동선의 손을 덥석 잡으며 기쁨에 넘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네 소녀 ...
2019-02-1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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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8> 자동선(紫洞仙) <제18話>
문밖에서 갑자기 나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자동선이 끌고 온 나귀다. 자동선은 벌써 송악산 유람을 위해 나귀를 끌고 객사로 영천군과 사가정을 모시러 온 것이다. 아직 어둠이 덜 걷힌 상태다. 술국을 끓여 두 사내에게 대접하려는 속내다. “나으리들 일어나셨는지요?” 제일청의 목소리다. “게 누구요? 이렇게 새벽 일찍이?” 사가정은 제일청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하지만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이다. “예. 나으리 청교월에 제일청입니다. 자동선이 술국을 끓여 놓고 나으리들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자동선이란 말에 영천군...
2019-02-0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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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7> 자동선(紫洞仙) <제17話>
거문고 선율에 맞춰 자동선의 춤은 선녀 같다. 두 사내는 술잔을 든 채 입을 딱 벌리고 자동선의 춤사위에 넋을 잃었다. 제일청의 거문고 솜씨도 뛰어났다. 지금은 제일청이 퇴기로 청교방 거리 뒷전에 물러나 있으나 10년여 전만 해도 송도 한량들이 줄을 섰다.
미색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거문고면 거문고 못하는 것이 없는데다 잠자리와 인심까지 박절하지 않아 한량들이 부나비처럼 꼬였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엔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다.
지금은 자동선의 심부름과 손님들의 길라잡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
2019-01-30 0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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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6> 자동선(紫洞仙) <제16話>
송악산은 아름답고 웅장하기까지 하다. 개성(옛 송도)을 내려다봄은 장관이다. 쌍쌍이 앉았다. 몇 백 년은 됨직한 소나무 밑에 두 사내 두 여인이 술잔을 나눈다. 신선이 따로 없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이따금씩 쪽빛 하늘에서 뱃놀이를 하듯 오락가락하며 지루한 여름 한낮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고 있다. “영천군 나리, 저 아름다운 개성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리면 어떠하신지요?” 술잔이 두어 순배 돌자 사가정이 영천군을 바라보며 정적을 깼다. 소나무 그늘에서 술잔을 기우리며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남자는 남자대로...
2019-01-2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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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5> 자동선(紫洞仙) <제15話>
두 사내와 한 여자는 송도유람에 나섰다. 사가정의 제의로 성사되었다. 자동선은 술과 안주를 챙겼다. 그리고 자동선은 나귀에 올랐다. 사가정은 영천군에게 나귀 탈 것을 권하고 싶었으나 아직 효령대군의 자제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건장한 사내에게 나귀를 타라고 여자인 자동선에게 양보를 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송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송악산으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자동선이 길라잡이다. 나귀 위의 자동선은 더 예쁘다. 사가정이 고삐를 잡고 영천군이 뒤따랐다. 제일청도 자동선이 불러 동행을 ...
2019-01-1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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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4> 자동선(紫洞仙) <제14話>
객사(客舍)로 돌아온 두 사내는 새벽녘이 되어도 잠을 못 이룬다. 영천군이 더 심하다. 사가정은 먼 산사에서 새벽종이 울리자 코를 골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영천군은 아직도 뜬눈인 채다. 자동선이 눈앞에서 어른거려서다. 마음 같아서는 팔을 뻗어 와락 껴안아 내 여자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으나 사나이 체면 때문에 참고 또 참았던 것이다.
그것이 아쉬웠다. 참기는 왜 참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밤을 꼬박 새면서 후회할 것을 하는 생각에 이젠 눈이 뻑뻑하고 자신이 미워졌다. 천하의 영천군이 송도에 와서 한양에...
2019-01-0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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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3> 자동선(紫洞仙) <제13話>
영천군과 사가정의 걸음이 빠르다. 사가정이 앞장을 섰다. 조선팔도를 제집 정원처럼 드나들었던 사가정의 발길에 영천군은 벅차다. “이 사람아, 천천히 가시게! 내가 숨이 차서 따라갈 수가 없네...” “자동선을 한시라도 빨리 보시려면 더 빨리 걸으셔야 하지요...” “아 참! 우리가 타고 왔던 말은 어찌하였소?” “네 나으리, 목단춘에게 맡기어 며칠 잘 먹이라 했나이다.” “그거 참 잘했소이다. 그런데 제일청한테 안내하라 했으면 좋을 뻔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아니 될 말씀입니다. 사내 둘이 가서 아무렴 조선제일의 미녀라 ...
2019-01-0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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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2> 자동선(紫洞仙) <제12話>
청교방 거리 이웃엔 노기(老妓)들이 많다. 색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사가정엔 노기가 경영하는 청루가 더 좋다. 사가정은 노기 제일청(第一靑)이 있다는 청루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천하의 풍류객답다.
조선 천지 어디를 가도 그는 기가 죽는 법이 없다. “누구세요?” 솜털이 아직 보송보송한 동기다. “사가정이 왔다 일러라!” 사가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가정 나리!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 오셨습니까?” 몇 년 만에 남편과 재회하는 부인같이 맨발의 반색이다.
청루 춘망(春望)의 제일...
2018-12-2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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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1> 자동선(紫洞仙) <제11話>
오늘따라 달이 휘영청 밝다. 숲속의 오두막집의 달밤은 마치 선계(仙界)같다. 목단춘은 잠이 안와 다시 부엌으로 나가 술상을 차려 들어왔다. 사가정은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 “사람도... 내 비록 철지난 꽃이지만 여자 방까지 들어와서 잠에 빠지다니...”목단춘은 자신을 석녀(石女)취급하는 사가정이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다.
목단춘은 감정이 몹시 상한 듯 술상을 팽개치듯 사가정 머리맡에 놓고 “그냥 주무실 거예요?” 건넛방에 듣지는 못하지만 노모가 있어 소곤대듯 말했으나 울림이 있고 항의조 목소리다. 사가정은 거짓...
2018-12-1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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