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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5> 허난설헌(許蘭雪軒) <제12話>
극적인 해후다. 초희와 매곡이 만났다. 한양이 아닌 멀고 먼 임영에서 해후한 것이다. 매곡은 장가를 들어 헌헌장부가 여인의 보살핌으로 옥골선풍(玉骨仙風) 바로 그 모습이 눈이 부시다. “아씨의 옥안(玉顔)이 많이 상하셨네요...” 매곡의 걱정스런 목소리다.
사실 지금 초희의 모습은 태양에 가린 초승달 모습이다. 매곡의 옥골선풍에 초희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하지만 초희의 태도는 초라하지 않고 더욱 빛났다. 사람다운 삶, 빛나는 문장, 그리움 그 모든 것들을 가슴속에 보듬고 살았다.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눈 ...
2016-10-2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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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4> 허난설헌(許蘭雪軒) <제11話>
한강 뱃놀이를 나갔다가 우연히 봉의 모습을 보았다. 수옥(가명)은 첫눈에 반했다. 가슴이 뛰고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어느새 사타구니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마음 같아선 와락 달려가 활활 타오르는 속마음을 폭포수처럼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어느 첩실의 소생으로 한강놀이에 나갔다 헌헌장부 허봉을 보고 넋을 빼앗겼다.
그 후 그녀는 허봉을 마음속 낭군으로 섬겼다. 눈을 감으면 실제 낭군으로 다가갔고 눈을 뜨면 마음속의 낭군으로 정성껏 받들었다.
수옥이 오늘 임영(현 강릉)에 왔다. 혼자 올 용기가 ...
2016-10-1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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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3> 허난설헌(許蘭雪軒) <제10話>
남편과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더 멀어져 갔다. 초희는 그럴 때마다 함 받던 날의 광경이 새록새록 몸서리쳐지도록 그리워졌다. 그때 사랑채에는 둘째 오빠 허봉과 최순치도 함께 있었다. 매곡 최순치도 손곡 이달과 같이 서출(庶出)이다.
매곡이 서출이 아니었으면 아마 허엽이 금지옥엽 초희의 배필로 염두에 두었을 게다. 준수하면서도 칼날처럼 번뜩이는 눈빛, 일자로 다문 입과 오뚝한 코, 분질러지듯 격하지만 반듯한 논조가 사대부의 맞춤처럼 품위가 곱다. 초희도 오빠 허봉과 어울려 수창하는 매곡을 이따금 먼발치에서 봐...
2016-10-1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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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2>허난설헌(許蘭雪軒) <제9話>
오빠 허봉이 금강산에서 유람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초희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배다른 큰오빠 허성(許荿·1548~1612)이 있으나 나이가 워낙 차이가 많아 서먹서먹하였다. 하지만 같은 어머니의 오빠 허봉(許葑·1551~1588)과는 오누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다정한 모습니다.
또한 초희는 허봉으로 인해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2)과 매곡 최순치를 알게 되었다. 손곡은 동생 허균(許筠·1569~1618)의 스승이었으나 초희도 함께 배웠다. 최순치는 이달의 친구이자 허봉과도 막역한 관계다. 허...
2016-10-0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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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1> 허난설헌(許蘭雪軒) <제8話>
결혼을 했어도 남편 김성립 보기가 하늘의 별을 따기만큼 어려웠다. 시어머니 송씨 벽이 두꺼워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도 시어머니의 고집스런 성깔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초희는 자신이 변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비몽사몽에서 본 초나라 장왕과 번희의 관계에서 번희가 되려는 것이다.
하지만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싶은데 높은 벽이 하나둘이 아니다. 시어머니 송씨의 고집스런 성깔을 꺾을 사람은 아들 김성립 뿐인데 어머니 말이라면 껌뻑하고 죽는다.
그런 모자지간 사이에 초희가 끼어들 틈새는 사실상 없었...
2016-09-2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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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 허난설헌(許蘭雪軒) <제7話>
남편 김성립이 바람처럼 들어와 번개같이 사내구실을 하고 나갔다. 마침 치맛바람이여서 사내는 거침없이 욕심만 채우고 쓰다달다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평소엔 속속곳과 단속곳까지 입고 있었으나 바람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오늘따라 치맛바람으로 있었다. 별당이 특이한 위치여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더 추웠다. 높은 담과 웃자란 오동나무가 더욱 무거운 분위기를 부추겼다.
아랫도리가 축축하고 뻐근하다. 평소 같지 않게 남편의 몸놀림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초희도 성욕이 아침안개처럼 살아나려 할 때 남편은 자기 욕...
2016-09-2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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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9> 허난설헌(許蘭雪軒) <제6話>
오늘따라 단아하게 화장한 초희가 신선세계 광상산(廣桑山)에 초대되었다. 광상산은 초희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세상이다. 1582년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초여름 어느 날 오후다. 밤새 시를 써 피곤함이 전신을 감싸 돌고 있을 때다. 눈이 감기고 스르르 잠이 들자 초희는 난새(봉황 같은 상상의 새)를 타고 단숨에 광상산에 다다랐다.
천귀남·천상일·지하선이 이승세계의 생활을 궁금해 한다. 특히 난설헌의 결혼생활에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 지하선은 방년 꿈 많은 20세다. 결혼날짜를 잡아 놓은 상태로 부부관계 등 궁금...
2016-09-1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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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8> 허난설헌(許蘭雪軒) <제5話>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던가? 허오문장(許五文章)도 허엽(許曄·1517~1580)의 객사로 서서히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대들보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사랑채에 구름처럼 몰려왔던 사대부들이 하나둘 발길이 끊겼다. 사람이 저승으로 간 것도 서러운데 측근들마저 발그림자가 사라지자 건천동 초희의 친정집은 더욱 어둡다. 적막강산이다.
초희는 친정에 가고 싶으나 시어머니 송씨 벽에 번번이 걸렸다. 그럴때마다 초희는 광상산(廣桑山) 선계(仙界)로 갔다. 그곳엔 초희를 반갑게 맞는 천귀남(千貴南·가명)과 천상일(千相...
2016-09-0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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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7> 허난설헌(許蘭雪軒) <제4話>
임금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말하는 작은오빠 허봉을 그미는 피붙이를 넘어 존경하였다. 거침이 없는 말수와 논리 정연한 사물에 대한 사고도 매력적이었으나 헌헌장부 같은 모습에 자신의 마음을 빼앗겼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빠 허봉은 12살 위로 때로는 학문에 대해 열띤 토론까지 벌이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문득문득 ‘오빠가 남이었으면...’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남이면 헌헌장부에게 연심을 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을 찰나적이지만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속내를 ...
2016-08-3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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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6> 허난설헌(許蘭雪軒) <제3話>
고부간이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딸 같은 며느리는 없다고 하였다. 너를 딸처럼 사랑하겠다는 시어머니의 말은 달콤한 입발림이라고 세상 여론은 말한다. 그랬다. 16세기 안동김씨 안방마님 송씨(宋氏)와 허난설헌 사이는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다.
한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면 안 되는 관계가 어떻게 얽혀 고부간의 인연을 맺었다. 고부간의 인연은 고추보다 맵고 시지프스처럼 고단한 삶이었다.
부부의 연을 맺은 허난설헌과 김성립과의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름뿐인 부부다. 그들은 사랑이 강물처럼 넘치는 금실 좋은 원앙부...
2016-08-2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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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5> 허난설헌(許蘭雪軒) <제2話>
옷을 갈아입기 전에 머리단장이 먼저다. 초희는 장미목으로 만든 경대를 앞으로 끌어당긴다. 접이식으로 된 경대 아래 칸엔 촘촘한 참빗과 성근 얼레빗이 있고 위 칸에는 둘째 오라버니 허봉(許篈·1551~1588)이 명(明)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사가지고 온 상아 얼레빗과 쇠뿔로 만든 참빗도 보였다. 또한 박달나무로 제작된 얼레빗 여러 개가 기름먹은 한지에 쌓여 있다.
함 받을 준비로 건천동 그미네 집은 들뜬 분위기다. 가장인 허엽은 동이 트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 일어나 담뱃대에 불을 연이어 붙이며 사랑방을 아래위로 오가...
2016-08-1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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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4> 허난설헌(許蘭雪軒) <제1話>
여자에게도 과거제로 국가인재를 등용시켰다면 허난설헌(본명 초희楚姬· 호 난설헌蘭雪軒· 자 경번景樊)이 여자 율곡이라고 불리었을 것이다. 그녀의 천재성으로 보아 과거에 참여했었다면 장원은 따 놓은 당상이 뻔해서다.
율곡 이이(栗谷 李珥·1536~1584)는 9번 과거에서 모두 장원으로 호조좌랑의 첫 벼슬길에 올랐다. 1558년(명종13년) 8월 명경과에 역수책(易數策)으로 장원급제하여 순수사림에서 세상살이로 나왔다. 율곡을 두고 문과 모두에서 장원을 했다하여 구장(九 場)장원, 또는 구도(九度)장원이라고 하여 세상에 회자...
2016-08-1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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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3> 이매창(李梅窓) <제8話>
세월이 흘러갈수록 매창의 이름은 곱고 화려하게 부활한다. 육신은 비록 이승을 떠났어도 영혼은 문화예술계를 더욱 아름답고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살아있을 때는 인향만리(人香萬里), 아닌 재색만리(才色萬里)로 풍류계에 여풍을 일으켰었는데 죽어선 문화예술계를 무지갯빛으로 감싸 안는다. 매창의 신드롬이 거세다.
부안의 풍치 좋고 많은 사람들의 발길 닿는 곳에 매창의 시비(詩碑)가 세워졌다. 대표적인 곳이 매창공원과 성황산(城皇山) 서림공원이다. 그곳엔 여러 개의 시비가 아름다운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
화려한 꽃의...
2016-07-2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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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2> 이매창(李梅窓) <제7話>
유희경은 매창이 이승을 떠난 후에도 26년이나 풍류를 더 즐겼다. 매창이 그토록 한양으로 오고 싶어 했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일설엔 어느 사대부집의 첩살이를 한양에서 했었다는 애기도 있으나 신빙성이 낮다.
한양엔 유희경이 상경을 하면 매창을 살뜰히 보호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한양에서 어느 사대부 첩살이를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당시 매창의 삶의 태도로 봐서도 어울리지 않는 풍문에 지나지 않는다.
매창은 당시 부안을 나비가 꽃을 훌쩍 떠날 수 없는 특별한 신분이었을 것이...
2016-07-2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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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 이매창(李梅窓) <제6話>
유희경은 한성부윤에까지 승진하였다. 임진왜란 때 눈부신 공적을 세워 천민의 멍에를 벗겨주었다. 엄격한 계급사회에서 천민은 사람으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천민 출신 촌은 유희경은 정2품인 한성부윤까지 올라갔다. 경이로운 신분상승이다. 조선사회에서 신분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졌다.
오늘날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그리고 흙수저를 조선시대에 사농공상(士農工商)과 대비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황에도 어쩔 수 없이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 영역에서 본인의 노력...
2016-07-1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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