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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0> 황진이(黃眞伊) <제11話>
한양은 송도와 달랐다. 송도는 색향(色香)으로만 떠들썩하게 알려졌지 실속은 없어보였다. 진이는 번개처럼 시상(詩想)이 떠올랐다. ‘옛절은 쓸쓸히 어구 곁에 있고/ 해질 무렵 교목에 사람들 시름겹도다./ 연기와 놀은 쓸쓸히 스님의 꿈결을 휘감고/ 세월만 첩첩이 깨어진 탑머리에 어렸다./ 누런 봉황새 날아간 뒤 참새 날아들고/ 철죽 꽃 핀 곳에서 소와 양을 치는데/ 송도의 번화했던 날을 추억하니/ 어찌 지금처럼 봄이 가을 같을 줄 생각이나 했으랴...’ 《만월대를 생각하며》다.
한양은 생기가 있다. 고려...
2017-02-08 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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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9> 황진이(黃眞伊) <제10話>
송도팔경 구경 채비에 부산하다. 한양으로 올라가기 전에 팔경을 모두 보지는 못해도 몇몇 곳은 보고 가려는 속내다. 진이는 신이 났는데 옥섬은 시무룩하다. 며칠 전부터는 식사도 거를 때도 있다. 진이가 송도팔경을 구경하고 한양으로 올라가면 옥섬은 다시 퇴기신세로 돌아갈 우려 때문이다.
옥섬은 퇴기생활이 무섭다. 진이가 황진사 딸로 어느 사대부 집 며느리로 들어갔으면 오늘의 고대광실의 명월관에서 살기는커녕 구경도 못할 신세인데 후원을 오가며 행복을 누리는 삶이 깨질까 벌써부터 겁이 나서다.
진이는 ...
2017-02-0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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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8> 황진이(黃眞伊) <제9話>
진이가 마련한 집은 그림 같은 풍광이다. 자삼동 동쪽 선죽동 선죽교 이웃에 자리 잡았다. 행랑방이 두 개씩 붙은 솟을대문과 사랑채로 드나드는 샛문을 따로 갖추고 사랑채와 안채와 별채 사이에 담과 중문을 두었으며 사랑채 뒤쪽으론 대숲을 경계로 사당이 모셔졌다. 지체 높은 사대부 집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진이는 이곳에서 손님을 맞는다.
이사종(李士宗)과 계약결혼을 하여 여자노릇을 제대로 해보려는 속내다. 마음에 쏙 드는 사내이니 영혼까지 받쳐 사랑을 불태우려는 것이다. 화대를 받고 몸을 내줄 때는 돈값을 ...
2017-01-25 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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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7> 황진이(黃眞伊) <제8話>
주지스님의 정성어린 보살핌과 간곡한 기도로 진이는 기적적으로 다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실상암에 들어온 지 보름이 지난 깊은 밤이었다. 그날도 주지스님은 대웅전에서 진이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산사는 바람 한 점 없는 물속처럼 조용하다.
이때다. 조용했던 산사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갑작스런 바람에 나무 위에서 눈꽃을 피웠던 눈들이 바람에 떨어지면서 눈바람이 산사를 삼켜 버릴 듯 요란하다. 여명이 보이려면 한참은 더 있어야 할 즈음이다. 대웅전에 있던 주지스님이 마당으로 나와 기도를 하고 있...
2017-01-1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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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6> 황진이(黃眞伊) <제7話>
추풍낙엽처럼 진이의 신분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대부집 딸에서 서녀(庶女)가 되었다. “너는 다리 밑에서 주어온 계집애야!”로 놀려대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기생의 어미에서 태어나 그동안 사대부집에 들어와 호의호식하며 컸으니 이제 제자리인 서녀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발단은 이러하다. 지체 높은 사대부집에서 청혼이 들어왔는데 그 자리를 동생인 난이한테 양보하라며 출생의 비밀을 털어놨다. 서녀가 어떻게 사대부집 옥골선풍의 총각의 신부가 될 수 있느냔 것이다. 그때서야 진이도 자신의 출생 비밀을...
2017-01-1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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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5> 황진이(黃眞伊) <제6話>
천재는 세상에 쉽게 나오려하지 않았다. 임신 소식을 우서(羽書·서찰)로 황진사에게 알리자 얼굴이 백짓장 같이 질려왔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장님 기생을 건드려 임신 시켰다는 소문이 퍼지면 아직 출사도 제대로 못하였는데 출세 길이 영영 막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황진사는 오자마자 낙태를 권하였다. 하지만 현학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황진사는 겁쟁이에다 철부지였다. 현학금은 황진사가 돌아간 후부터 초승달이 뜨면 추렴을 걷고 섬돌에 내려앉아 그리운 님을 생각하며 깊은 상념에 빠지고는 하였다.
그녀...
2017-01-0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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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4> 황진이(黃眞伊) <제5話>
동쪽 동인문 밖 물가에서 거문고를 타면 아득히 먼 중국의 장강(長江·揚子江의 본명) 이남에서 흑학들이 떼 지어 날아와 거문고 소리에 맞추어 춤을 주었다. 현악금(玄鶴琴)이 거문고를 타면 학들이 날아와 춤을 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진이의 모친인 진(陳) 현학금의 이름에 대한 유례다.
현학금은 열한 살에 기적(妓籍)에 올라 비파와 가야금을 거쳐 거문고에 빼어난 기량을 보여 열다섯 살에 악사(樂士) 기생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학금은 이때부터 어디를 가든 자신보다 훨씬 큰 거문고를 가로로 메고 다녔다.
현학금의...
2016-12-2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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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3> 황진이(黃眞伊) <제4話>
양곡은 젊은 시절에 여색에 빠진 자는 남자가 아니다. 명월이 시재(詩才)와 미모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약속을 하였다. “내가 그 여자와 30일을 동숙(同宿)하고 이별을 못하고 하루라도 더 머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약속을 했으나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 했는데 사대부의 나라에서 친구들에게 한 약속을 선비가 지키지 않았다. 그것도 천재지변이나 연로한 부모의 갑작스런 병고나 몸담고 있는 벼슬길에서 왕명도 아닌 한낱 노류장화(路柳墻花)인 기생으로 사내대장부가 친구...
2016-12-2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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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2> 황진이(黃眞伊) <제3話>
양곡과 명월의 말이 나란히 걷는다. 풍악산(금강산의 가을 山名) 유람 길에 올랐다. 잠자리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 양곡은 말 위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어젯밤의 서너 번의 방사로 기진맥진한 상태다. 명월도 사타구니가 얼얼하여 걷기조차 거북하지만 추호만치도 내색이 없다. 사내에게 지기 싫어서다.
또한 그녀는 사내를 맞을 때마다 우리나라 최초 여왕 선덕여왕(善德女王)의 여근속(女根谷)에서 백제군을 섬멸한 역사를 상기시켰다.
양곡이 ‘30일 동거’ 후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
2016-12-1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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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1> 황진이 <제2話>
아침을 명월과 겸상하여 그윽하게 마친 양곡은 개성 유람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눈엔 선녀(仙女)같은 명월의 모습이 앞을 가려 아름다운 개성 가을 풍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때도 넘기지 못하고 허둥지둥 명월관으로 돌아왔다.
명월은 양곡이 말을 타고 명월관을 나갈 때부터 개성의 절경을 절반도 못보고 말고삐를 되돌릴 것을 생각하고 일찌감치 몸치장을 서둘렀다. 엊저녁엔 선비체면에 소극적으로 명월의 독특한 선향(仙香)이 아침안개처럼 풍기는 몸을 문만 열었을 뿐 오늘은 들소모양 덤벼들 것이 뻔해서...
2016-12-0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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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0> 황진이 <제1話>
올해(1535년)로 명월(明月:황진이 妓名)이 스무 살이 되었다.
기생 된지 만5년이 되는 해다. 명월은 어느새 송도(松都·현 개성)를 넘어 한양의 사대부와 한량들에게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회자 되었다.
상림춘(上林春)·관홍장(冠紅粧)·소춘풍(笑春風)등과 명월이 당대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명실상부한 명기(名妓) 반열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명월이 단연 빼어난 미모와 경국지색의 아우라(Aura·고고한 분위기)에 시·서·화·노래·춤·시조 등에 뛰어났으며 고려의 맥을 잇는 거문고의 명인으로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나...
2016-11-3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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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9> 허난설헌(許蘭雪軒) <제16話>
살아서 보다 사후에 더 문명(文名)을 날리는 이가 있다. 여성으론 단연 난설헌이 꼽힌다. 단군 이래 여류문인으로 난설헌 만큼 회자 된 여성은 없는 듯하다. 근·현대에 와 걸출한 여류문인들이 배출됐지만 시대와 사회 환경을 감안해 보면 역시 난설헌의 문학세계는 깊고 광대하다고 하겠다.
스승 손곡 이달(李達·1539~1618)의 문학세계가 고스란히 문화유산이 DNA화 되어 만리장성(萬里長城)과 태산(泰山) 같으며 황하(黃河)처럼 장엄하다. 손곡은 후배 비평가들에 의해 고죽 최경창(孤竹 崔慶昌·1539~1583)과 옥봉 백광훈(玉峯 白...
2016-11-2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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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8> 허난설헌(許蘭雪軒) <제15話>
그토록 소중하게 다루었던 물건들을 난설헌은 며칠 전부터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중국 설화집 ≪태평광기≫(太平廣記)와 ≪수호전≫(水滸傳)등 어느 책 보다 소중하게 아꼈던 책을 경탁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책갈피엔 쪽지도 하나씩 잊지 않았다. 자신이 이승을 떠난 후에 누구에게 주라는 내용이다.
난설헌에겐 거울과 빗이 여럿 있다. 오라버니 허봉이 중국에 갔을 때 사온 상아 얼레빗과 쇠뿔로 만들어진 참빗, 큰 오빠 허성이 일본 수신사로 다녀오면서 사다 준 매화 문향 장미목 거울, 아버지 허엽이 명나라 진하사(進賀使...
2016-11-1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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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7> 허난설헌(許蘭雪軒) <제14話>
중국에서 난설헌의 문명은 가히 폭풍적인 인기다. “천재 여류 시인이다.”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을 아끼지 않았으며 짝퉁 난설헌이 나타나기까지 하였다. 16세기 중기 때 동아시아 문학세계의 흐름이다. 한자 문화권의 패러다임의 독특한 문예 향기다.
그 주역은 여인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황진이(黃眞伊)·이옥봉(李玉峰)·이매창(李梅窓)·허난설헌 등이 주역이다. 가깝고도 먼 일본에선 《겐지이야기》(源氏物語)의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978~1016)와 ≪이즈미 시키부 일기≫(和泉式部日記) 작가 이즈미 시키부(978~?) 그...
2016-11-0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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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6>허난설헌(許蘭雪軒) <제13話>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벼루와 비단 한 폭을 방바닥에 꺼내 펴 놓았다. 그리고 칠색의 금침을 방 한쪽으로 밀어놓고 난설헌은 먹을 갈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붓이 움직이었다.
‘치마폭에 눈물은 떨어지지만/ 모두가 임 때문이 아니었던가/ 막힌 속은 거문고로 풀면 되지만/ ᄄᅠᆯ어지는 저꽃들은 어이하랴, <<무제>>다. 시 한수를 가을 무우 밭에서 무우 뽑듯 쓰고난 난설헌은 머리뒤에 손을 가져가 비녀를 뽑았다. “너 급히 옥봉이 한테 갔다 오너라!,,라고 몸종 옥비(가명)를 향해 시를 쓴 칠색 비단을 둘둘 ...
2016-11-0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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