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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5> 황진이(黃眞伊) <제26話>
집으로 내려온 진이는 계절이 바뀐 어느 여름날 다시 지족암으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직성이 풀리지 않아 어젯밤을 꼬박 뜬 눈으로 샜다. “중놈 주제에 내가 제자로 들어가겠다는데 거절을 해?”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졌다. “천천히 가자! 나는 너의 발걸음을 따라 갈 수가 없구나...” 사실 진이도 숨이 턱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하지만 지난봄에 지족선사에 당한 모욕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은 더 관능적으로 춤을 추려한다. 마침 연못엔 연꽃이 절정이다. 연꽃이 만발한 연못에 진이가 풍덩 빠졌다. 고혹적 춤...
2017-06-0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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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4> 황진이(黃眞伊) <제25話>
초하루에 시작된 고려미인의 화장은 보름이 되는 날에 절정을 이룬다. 벽계수와 헤어진 후 송도팔경을 유람하고 진이는 고려미인 화장에 열중이다. 그동안 소세양·이사종·이생 등과 뜨거운 살을 섞으면서 몸이 다양하게 속물화 된 것을 정화하려는 속내다.
기생의 몸이 돈이 되는 사내라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음이나 진이는 여느 기생과는 다르다. 몸은 청루가 즐비한 청교방 거리에 있으나 영혼은 선계(仙界)에 있다. 진이가 기생이 된 것은 사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신분이 바뀌면서 출발되었다.
아버지 황진사 집에서 호...
2017-05-3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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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3> 황진이(黃眞伊) <제24話>
자유인이 된 진이는 마음에 없는 사내와는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 화대로만 몸을 팔 때에는 영혼이 통곡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해 옥섬이모가 꼭 접대해야할 한양손님이라 하여 하룻밤을 잤는데 그 후 보름을 앓았다. 그런 경우가 더러 있었다.
송도가 고려의 수도에서 한양이 조선의 서울이 된 이후 진이의 명성은 절대에서 상대적으로 바뀌었다. 한양엔 물 좋은 미녀들이 많다. 당시 한양에서 송도 진이와 겨뤄 볼 명기(名妓)는 성산월(星山月)과 관홍장(冠紅粧) 등에 불과하다.
그들은 장악원에서 노래와 춤 등을 배워 한...
2017-05-2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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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2> 황진이(黃眞伊) <제23話>
아침밥을 먹고 그들은 상원암(上元庵)을 향하였다. 지리산은 장엄하나 수려하지 못하고 금강산은 계절마다 산명이 바뀌면서 아름답고 수려하지만 장엄하지 못하다. 하지만 묘향산은 수려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갖추었다.
진이와 벽계수는 발길을 재촉한다. 상원암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오려는 계획이다. 장관인 만폭동 폭포도 구경하고 바위 위에 절묘하게 건립된 상원암에서 하룻밤의 꿈을 꾸고 정자 인호대(引虎臺)에서 장엄 수려한 묘향산의 절경을 만끽 하려는 속내다.
벽계수는 따뜻한 진이의 손에서 무한한 행복감을 느...
2017-05-17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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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1> 황진이(黃眞伊) <제22話>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곱게 갈아입은 묘향산은 단아한 한복으로 차려입은 미인도(美人圖)같다. 묘향산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향나무와 측백나무가 많아 싱그러운 향기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어 묘향산이라 했다는 산명(山名)의 유례다.
향기가 아침 안개처럼 피어나는 묘향산으로 가는 진이는 마음이 들떠 있다. 보현사에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금강산 등 팔도유람을 떠나기 전에 이곳에 들려 어머니를 모셔놓고 떠났다. 어느새 5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묘향산엔 비운의 황태자 양녕대군의 얘기도 숨겨져...
2017-05-1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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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0> 황진이(黃眞伊) <제21話>
벽계수의 첫날밤 욕망은 진이의 잦은 화장실의 드나듦으로 끝내 불발되었다. 하지만 벽계수는 불만 보다는 만족한 표정이다. 청사초롱의 불빛에 천하미색 진이의 알몸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고서야 즐길 수 없는 장관이 아닐까?
그러나 진이의 생각은 다르다. 감정이 고조되어 비몽사몽 상태에 생사를 알 수 없는 어머니가 나타나 기생의 자손은 너(진이)로 족하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화장실에 드나들면서 벽계수의 욕정을 냉각시켰던 것이다.
배란기엔 방사(房事)를 피하라는 경고다. 여자...
2017-04-26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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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9> 황진이(黃眞伊) <제20話>
봄의 송도가 아름답고 수줍은 소녀 모습이라면 만추의 송도는 칠보단장한 설중매 같다. 꽃과 벌 나비가 아울리듯 명월관은 진이가 없어도 옥섬이모의 장사수완이 뛰어나 한량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명월관은 송도 장안에서도 빼어난 경치를 뽐내는 자남산을 낀 자남동에 자리 잡았다. 자남산(子南山)은 남산·용수산(龍首山)이라고도 불리는데 서편에 영웅호걸을 키운다는 젖을 머금은 바위가 있어 붙여진 산명(山名)이다.
송도엔 자남산의 정기를 받아 유명인이 많다. 왕건·서경덕·정몽주·최충헌·함유일·이성계·정도전 등...
2017-04-1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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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8> 황진이(黃眞伊) <제19話>
봄의 금강산에서 한 계절이 훌쩍 지나 가을이 되었다. 유점사에서 시작된 금강산 유람은 시계사와 표훈사를 거치는 동안 장안사(長安寺)에서 풍악의 계절 가을을 맞았다. 졸기한 진이의 역마살이 절정에 이르렀다. 숱한 사내들의 뜨거운 가슴을 드나들었던 석녀(石女)의 태도에서 팔도유람을 통해 본래 여심(女心)을 찾았다.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지나가는 바람에 낙화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어느 날이다. 장안사에서 점심을 먹고 오수를 즐기고 있을 때다. 이생이 저잣거리에 나갔다 들어오더니 닭똥 같은 눈...
2017-04-12 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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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7> 황진이(黃眞伊) <제18話>
봄의 금강산은 그림 같다. 아침을 먹지 않았어도 진이는 신이 났다. 진이는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사찰마다 어머니 극락왕생 기도를 올릴 생각이다. 금강산의 4대 사찰(장안사·유점사·신계사·표훈사) 중에 이번엔 표훈사(表訓寺)로 가는 발길이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머무르고 있는 보살들의 우두머리 법기보살을 주존으로 모신 사찰이다.
진이는 이 사찰에 어머니를 모셔드리고 싶다. 금강산의 4대 사찰에 모두 어머니를 모셔 극락왕생이 되도록 본인이 생존해 있는 동안 사월초파일에 예불을 올릴 생각이다. 그리고 표...
2017-04-0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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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6> 황진이(黃眞伊) <제17話>
지리산에서 금강산으로 오는 사이에 겨울이 훌쩍 지났다. 이사종과 삼년이나 한양에 살았으나 자유의 몸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엔 가보지 못해 이번엔 관심 있는 곳을 둘러보려 하는 것이다.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 장악원(掌樂院:현 국립국악원)이다. 소세양과 계약결혼을 했을 때 자기 소실로 들어와 장악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더 하여 이론은 더 배워 후세에 남기면 어떠냐고 제의했을 때가 떠올라서다.
이제 진이는 기생이 아니다. 떳떳한 자유인이다. 하지만 한량들은 진이가 여전히 기생으로 알고 돈으로 사려한다. 진...
2017-03-22 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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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5> 황진이(黃眞伊) <제16話>
불덩이 같은 아침 해가 불끈 솟아오를 때 진이와 이생은 다정한 부부모양 두 손을 꼭 잡고 천왕봉(天王峯)에 올랐다. 곱게 물든 단풍에 천지사방이 불속처럼 뜨겁게 아름답다. 진이는 천왕봉에 오르자 태양을 향해 삼배하며 역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어머니가 진이를 황진사에게 맡기고 송도를 떠나 지리산으로 들어갔다는 풍문을 들었을 뿐 그 후 종적을 몰라 늘 염두에 두고 극락왕생을 기도하였다.
엄수(嚴守) 거문고 스승한테 지리산에서 거문고를 타며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어언 십 수 년이 지났다. 예성...
2017-03-15 0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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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4> 황진이(黃眞伊) <제15話>
보현사를 떠날 때 진이는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다시 한 번 관음전에서 빌었다. 팔도를 두루 다닐 발길이 보현사를 다시 찾을 길이 없을 것 같았다. 두류산(頭流山:지리산의 별칭)으로 가려는 발길이다.
두류산은 산 이름부터 진이와 예사롭지 않은 산이다. 신선들이 금강산으로 가려다 두류산이 너무 아름다워 그만 주저앉은 이들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아름답고 수려한 산에 명월리(明月里)가 있다.
진이는 어젯밤 꿈에 중국 진(晉)나라 죽림칠현들을 만났다. 고려의 강좌칠현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원조(元祖)...
2017-03-08 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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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3> 황진이(黃眞伊) <제14話>
밤새도록 사랑놀이를 하고도 진이와 이생은 피곤한 기색 없이 말에 올랐다. 말 등엔 거문고와 점심에 먹을 간단한 음식이 실렸을 뿐이다. 어차피 얻어먹으며 유람생활을 할 것을 이것저것 가지고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묘향산을 출발하여 지리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들어 갈 생각이다. 그래도 진이의 속주머니엔 외숙부가 건넨 비상금이 있다.
진이는 자신의 몸뚱이를 여행의 무기로 생각하고 있다. 돈이 떨어지면 이 절 저 암자를 찾아 구걸을 하고 그것이 안 되면 몸을 달라면 주려는 속내도 가졌다. 그런 생각까지 하니 무서울...
2017-02-28 1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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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2> 황진이(黃眞伊) <제13話>
가을에 한양으로 떠났다 가을에 송도로 돌아왔다. 3년 사이에 송도는 많이 변해 있었다. 진이는 문득 이제현의 송도팔경 중 《용산추만》(龍山秋晩)을 떠올렸다. ‘지난해 용산에 국화꽃 피었을 때/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한줄기 솔바람 부니 모자가 떨어지고/ 붉게 물든 단풍잎 옷에 가득한 채/ 술에 취해서 부축 받으며 돌아왔네.’ 시를 다 읊은 진이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늦가을의 보름달이 두둥실 떴다.
명월(明月)이다. 진이의 두 눈에서 구슬 같은 눈물이 소나기가 쏟아지듯 떨어졌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
2017-02-2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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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1> 황진이(黃眞伊) <제12話>
이별의 날을 세어 나가는 이사종의 마음은 촌각이 아까웠다. 그는 아침저녁 잠시 진이를 볼때도 표정을 유심히 살폈으며 열흘에 한번은 나들이를 꼭 나섰다. 송도도 아름답지만 한양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육조거리와 사대문 안팎의 풍광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봄에는 성 밖 북둔(성북동)으로 함께 말을 타고 복사꽃 장관 속을 거닐었고 홍인문 밖 낙산아래 휘늘어진 봄버들 길도 구경시켜주었다. “어떻소? 한양 풍광 영미가 마음에 드오?” 진이는 묵묵부답이다.
진이의 몸은 한양에 와 있어도 마음은 송도에 가 있었다. 한...
2017-02-1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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