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새로 다니는 약국 어떠세요?”
“좋지 않아.”
80대인 할머니는 지난 3년동안 고혈압 치료로 내 클리닉을 방문해오고 있다. 할머니는 그동안 집 근처에 있는 미국의 대형 체인 약국의 하나인 월그린스 (Walgreens) 약국을 이용해 오셨다. 그런데 지난 2월 그 약국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곳에 있는 월그린스 약국을 다니게 되었다.
할머니는 나를 만나기 2주전에 할머니의 1차의료제공자를 만나 새로 다니는 약국에 대해 여러가지 불만을 토로하셨던 것 같다. 할머니는 고령에 영어를 잘 못하시기 때문에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 임상인이 직접 약국에 전화해서 알아보고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것이 가장 좋다. 비록 미국 의사의 진료시간이 우리나라보다 길다고 할 지라도 의사 본인이 약국에 직접 전화할 수 있을 정도 진료시간이 충분하지는 않다. 그래서 할머니가 약사인 나와 곧 재진이 있다는 것을 안 1차의료제공자는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약국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어떤 점이 안 좋으세요?”
“멀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해. 그런데 우리는 차가 없어. 약을 배달시켜야 하는데 배송료가 비싸.”
“얼마나 해요?”
“난 잘 몰라. 남편이 다 해 주거든. 하지만 남편이 비싸대.”
할머니는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공보험인 메디케어 (Medicare)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제공하는 공보험인 메디케이드 (Medicaid)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보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중 적격자(dual eligible) 또는 ‘메디-메디(medi-medi)’라고 부르는데 처방약에 대해 이 분들이 내야하는 본인부담금은 처방당 제너릭 약은 $1.55 (우리돈으로 약 2200원), 브랜드명 약은 $4.60 (약 64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약에 대한 배달료는 두 보험 모두 지불해 주지 않는다.
“새 약국은 멀고 배송료가 비싸군요. 또, 다른 문제는 없으신가요?”
“어떨 때는 약이 없어서 며칠 지나서 약을 줄 때도 있어.”
“알겠습니다. 제가 약국에 전화해서 알아 볼께요.”
약국에 전화해 보니 배송료는 처방 당일 배송이면 $4.99(약 7000원), 처방일이 지나 배송시켜면 $3.99(약 5600원)이었다. 배송료는 배송건당이므로 여러 처방을 각각 다른 날에 배송시키면 그만큼 배송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
또,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약국은 월그린스의 지역 창고에 연락하여 약을 입고시켜야 하기 때문에 처방약 교부가 며칠 지연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같이 처방약 교부가 지연되더라도 배송료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약을 늦게 받게 되더라도 배달은 배달이라 배송료를 다 내야 한단다.
월그린스가 많은 지점들의 문을 닫고 배송료를 비싸게 받는 것은 이 약국체인이 처한 현재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월그린스는 2016년만 해도 순이익이 5조원이 넘었고 2018년에서 2020년사이에는 미국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Dow index)에 포함될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였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주가가 약 70% 떨어지고 2024년에는 적자가 12조원이 넘었으며 2025년에는 주인이 바뀌게 될 정도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운영비 절감을 위해 미국 전역에 있던 전체 8600개의 약국의 약 3.5%에 해당하는 500개의 약국을 지난 1년동안 순차적으로 닫고 있는 중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그 영향을 많이 받아 시내 전체 53개의 월그린스 약국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2개의 약국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할머니의 약국이었던 것이다.
약국을 닫을 때에는 환자들이 계속 약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약국에 있던 환자들의 처방을 다른 약국으로 옮겨야 한다. 월그린스는 남아 있는 41개의 약국 중 문을 닫는 약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약국을 지정하여 환자들의 처방을 자동으로 옮겨 주었다. 물론 환자가 요청하면 월그린스가 지정한 약국이 아닌,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을 옮겨 준다. 월그린스는 12개의 약국들이 문을 닫기 수개월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등 시내 처방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문을 닫을 예정인 약국으로 새로운 처방을 보내지 않도록 하고 환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등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줄어든 약국 수로 인해 환자들은 교통편, 재고부족, 배송료 등 여러가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불편은 위의 할머니처럼 교통수단이 부족하거나 늦게까지 일하느라 멀리 떨어진 약국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 더 심하다.
“할머니, 시내에 배송료를 받지 않고 배달해 주는 약국도 있어요. 그 곳으로 처방을 옮겨 드릴까요?”
“그 약국은 우리집에서 가까와?”
“그렇지는 않아요. 지금 다니시는 월그린스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요. 하지만, 배달을 해 주니까 할아버지께서 직접 가시지 않으셔도 돼요.”
“남편한테 물어봐야 해. 배달이 제때 안 오면 가봐야 할지도 모르잖아?”
“그럼, 할아버지께 한 번 여쭤 보시고 다음 재진 때 알려주세요.”
“그럴께.”
다음 재진까지 할머니가 약국에서 약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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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재규 교수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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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새로 다니는 약국 어떠세요?”
“좋지 않아.”
80대인 할머니는 지난 3년동안 고혈압 치료로 내 클리닉을 방문해오고 있다. 할머니는 그동안 집 근처에 있는 미국의 대형 체인 약국의 하나인 월그린스 (Walgreens) 약국을 이용해 오셨다. 그런데 지난 2월 그 약국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곳에 있는 월그린스 약국을 다니게 되었다.
할머니는 나를 만나기 2주전에 할머니의 1차의료제공자를 만나 새로 다니는 약국에 대해 여러가지 불만을 토로하셨던 것 같다. 할머니는 고령에 영어를 잘 못하시기 때문에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 임상인이 직접 약국에 전화해서 알아보고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것이 가장 좋다. 비록 미국 의사의 진료시간이 우리나라보다 길다고 할 지라도 의사 본인이 약국에 직접 전화할 수 있을 정도 진료시간이 충분하지는 않다. 그래서 할머니가 약사인 나와 곧 재진이 있다는 것을 안 1차의료제공자는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약국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어떤 점이 안 좋으세요?”
“멀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해. 그런데 우리는 차가 없어. 약을 배달시켜야 하는데 배송료가 비싸.”
“얼마나 해요?”
“난 잘 몰라. 남편이 다 해 주거든. 하지만 남편이 비싸대.”
할머니는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공보험인 메디케어 (Medicare)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제공하는 공보험인 메디케이드 (Medicaid)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보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중 적격자(dual eligible) 또는 ‘메디-메디(medi-medi)’라고 부르는데 처방약에 대해 이 분들이 내야하는 본인부담금은 처방당 제너릭 약은 $1.55 (우리돈으로 약 2200원), 브랜드명 약은 $4.60 (약 64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약에 대한 배달료는 두 보험 모두 지불해 주지 않는다.
“새 약국은 멀고 배송료가 비싸군요. 또, 다른 문제는 없으신가요?”
“어떨 때는 약이 없어서 며칠 지나서 약을 줄 때도 있어.”
“알겠습니다. 제가 약국에 전화해서 알아 볼께요.”
약국에 전화해 보니 배송료는 처방 당일 배송이면 $4.99(약 7000원), 처방일이 지나 배송시켜면 $3.99(약 5600원)이었다. 배송료는 배송건당이므로 여러 처방을 각각 다른 날에 배송시키면 그만큼 배송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
또,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약국은 월그린스의 지역 창고에 연락하여 약을 입고시켜야 하기 때문에 처방약 교부가 며칠 지연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같이 처방약 교부가 지연되더라도 배송료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약을 늦게 받게 되더라도 배달은 배달이라 배송료를 다 내야 한단다.
월그린스가 많은 지점들의 문을 닫고 배송료를 비싸게 받는 것은 이 약국체인이 처한 현재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월그린스는 2016년만 해도 순이익이 5조원이 넘었고 2018년에서 2020년사이에는 미국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Dow index)에 포함될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였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주가가 약 70% 떨어지고 2024년에는 적자가 12조원이 넘었으며 2025년에는 주인이 바뀌게 될 정도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운영비 절감을 위해 미국 전역에 있던 전체 8600개의 약국의 약 3.5%에 해당하는 500개의 약국을 지난 1년동안 순차적으로 닫고 있는 중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그 영향을 많이 받아 시내 전체 53개의 월그린스 약국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2개의 약국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할머니의 약국이었던 것이다.
약국을 닫을 때에는 환자들이 계속 약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약국에 있던 환자들의 처방을 다른 약국으로 옮겨야 한다. 월그린스는 남아 있는 41개의 약국 중 문을 닫는 약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약국을 지정하여 환자들의 처방을 자동으로 옮겨 주었다. 물론 환자가 요청하면 월그린스가 지정한 약국이 아닌,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을 옮겨 준다. 월그린스는 12개의 약국들이 문을 닫기 수개월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등 시내 처방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문을 닫을 예정인 약국으로 새로운 처방을 보내지 않도록 하고 환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등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줄어든 약국 수로 인해 환자들은 교통편, 재고부족, 배송료 등 여러가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불편은 위의 할머니처럼 교통수단이 부족하거나 늦게까지 일하느라 멀리 떨어진 약국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 더 심하다.
“할머니, 시내에 배송료를 받지 않고 배달해 주는 약국도 있어요. 그 곳으로 처방을 옮겨 드릴까요?”
“그 약국은 우리집에서 가까와?”
“그렇지는 않아요. 지금 다니시는 월그린스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요. 하지만, 배달을 해 주니까 할아버지께서 직접 가시지 않으셔도 돼요.”
“남편한테 물어봐야 해. 배달이 제때 안 오면 가봐야 할지도 모르잖아?”
“그럼, 할아버지께 한 번 여쭤 보시고 다음 재진 때 알려주세요.”
“그럴께.”
다음 재진까지 할머니가 약국에서 약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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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재규 교수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