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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매일 소금물을 마셔야 할까?
편집부
입력 2025-10-20 09:42 수정 최종수정 2025-10-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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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소금물을 마시는 것이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트위터 CEO 잭 도시(Jack Dorsey)가 공개한 소금 주스 루틴이 출발점이다. 그는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주말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고, 매일 걸어서 출근하며 아침마다 물에 히말라야 소금과 레몬을 타 마시는 루틴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한때 이 음료는 트위터 전 세계 사무실에서도 제공될 정도였다.

아침에 물에 히말라야 소금과 레몬을 넣은 음료를 마시는 것은 과연 우리 몸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또 다른 건강 미신에 불과할까?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은 소금물이 단순한 물보다 수분 보충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냥 맹물만 마신다면 제대로 수분 보충이 되는 게 아니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소금물이 수분 보충뿐만 아니라 소화 개선, 몸의 해독에도 도움을 준다며 새로운 아침 루틴으로 홍보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 소금물을 조금 마신다고 해서 크게 해롭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일부 인플루언서가 권하는 소금의 양은 지나치게 많다. 물 한 잔에 소금 두 숟가락을 넣는 정도인데 이렇게 되면 나트륨 3,360mg으로 하루 권장량을 1,000mg 이상 초과하는 양이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이렇게 소금물을 마시는 것은 아무런 이점이 없다. 물만으로도 충분히 수분 보충이 가능하며, 이런 식으로 소금을 더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일반적인 식생활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권장 섭취량 상한선인 5g의 소금(나트륨 2,000mg)을 충분히 섭취한다. 운동선수나 저혈압 환자, 영양 결핍 상태가 아닌 한 일반인에게는 특별한 소금 음료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단기간 나트륨 과잉 섭취만으로도 부기, 복부 팽만, 체중 증가가 발생할 수 있고 수면에도 방해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혈압 상승으로 인한 뇌졸중과 심장마비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환자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 소금물 유행의 근원에는 과도한 전해질 집착이 있다.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같은 전해질이 몸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왜곡되고 과장되어 전달되면서, 마치 추가로 섭취해야 할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전해질은 일반적인 음식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섭취하는 식품에 이미 나트륨은 충분하다. 햄, 소시지, 치즈, 감자칩, 빵, 시판 소스류, 냉동식품 등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들에는 이미 상당량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 과일, 채소, 우유를 통해서도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추가 전해질 보충이 필요한 경우는 마라톤이나 장거리 사이클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경우, 혹은 약물로 인해 저나트륨혈증이 생긴 경우에 국한된다. 굳이 소금물로 보충할 필요가 없다.

소금물이 몸을 해독한다는 주장 역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우리 몸에서 해독은 간과 신장이 하는 일이다. 소금물이 해독을 도와줄 수 있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유행했던 해독주스에 해독 효과가 없는 것처럼 소금물 역시 해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금물이 소화를 돕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인체가 하루에 내뿜는 소화액이 7리터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역시 불필요하다. 분비된 소화액을 대부분 재흡수하여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소화를 위해 물을 마셔야 하거나 반대로 소화액이 희석될까봐 식사 중에 물을 마시면 안 될 이유가 없다. 소금물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삶을 위해 복잡한 루틴이나 특별한 음료가 필요하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하지만 건강 문제에 관한 한 대개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답이다. 만약 정말 물에 소금을 넣고 싶다면 자신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고려하여 소량으로 제한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냥 깨끗한 물 한 잔이면 충분하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필요한 영양소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유행하는 화려한 건강 트렌드를 따르는 것은 건강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지루해보일지라도 적절한 식사,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운동 정도면 충분하다. 건강한 삶의 비결은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 아닌 일상의 균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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