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그 후 이 곳 워싱턴 지역에서 약국을 경영하시면서 특히 한인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하는데 앞장섰다. 연세에 비해 아직도 건강하셔서 얼마 전엔 손수 운전을 하시고 볼티모어까지 다녀오기도 하였는데 약대 동창회가 있는 날이면 꼭 참석하셔서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시곤 한다.
이 분의 말씀 중에 하나가 최근의 일들은 정말 기억이 안 나는데 오래된 어릴 때 일들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달 전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려 80년 전 한국에서 학교 다니던 일들은 기억이 잘 난다고 한다.
또 1주일 전에 만난 사람은 얼굴, 사연 등이 기억나지 않는데도 70년 전에 만난 사람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고 한다. 사실 방선생님은 얼마 전 70년 전에 헤어진 배재학당 선배와 미국에서 해후했다. 만남이 70년만인데도 방선생님은 첫 눈에 그를 알아 보았다고 한다.
나도 50 중반이 돼가면서 기억력의 감퇴가 급격하게 오고 있다. 사람 이름은 물론이고 얼굴, 특히 숫자는 방금 들었는데도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처방전을 접수하면서 얼굴을 보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컴퓨터에 입력하고선 그 환자가 약을 픽업할 때는 누구신가? 하다가 어김없이 이름을 다시 묻는 것이 다반사이다.
생년월일 등은 너무 자꾸 물어봐 환자를 짜증나게 하는 일도 꽤 많다. 전에 없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며 모든 일을 기록하게 된 것도 요즘 내 기억력을 전혀 믿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피치 못할 습관이다.
사람들의 기억은 컴퓨터와 너무 닮았다. 자판에 글을 쓰고 저장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고 금방 사라진다(초단기 기억). 램(RAM)에 저장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기간은 기억하는데(단기 기억), 하드에 저장하면 더욱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장기 기억).
어렸을 땐 자판에 글을 쓰면 바로 자동으로 뇌에 저장이 되었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램이건 하드건간에 저장이 안되고 바로 날아가 버린다. 초단기 기억은 커녕 초단기 망각증상만 남아 있다.
하지만 방선생님 말씀대로 나도 아주 오래된 일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 기억의 저편에 '동진약국'이 있다. 난 초등학교 때 서울 마포에 살았었는데 집에 가는 길 초입에 동진약국이 있었다. 지금이야 달라졌겠지만 옛날엔 약국이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방이었다.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약국에 들르면 꼭 엄마가 거기 아줌마들과 같이 수다 떨고 계셨다.
그러면 약사 아줌마가 "우리 똑똑한 덕근이 왔니?" 하고 반겨주셨다. 거의 매일 약국에 들를 때마다 많은 아줌마들 앞에서 같은 말씀을 하시니 어린 마음에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 약사 아줌마의 칭찬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후에 난 약대에 진학했다.
그 좋은 동진 약국 기억이 있어 난 약국에 엄마랑 같이 오는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한다. Sweet, Smart, Pretty 등의 미사여구를 마구 써가며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려고 한다. 사실 미국애들, 특히 여자애들은 인형같이 너무 예뻐서 일부러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때가 많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중에 애들의 기억의 저편에 내가 한자락이라도 스며있기를 기대한다. 그 옛날 동진약국 약사님이 내 기억의 한편을 슬며시 차지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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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그 후 이 곳 워싱턴 지역에서 약국을 경영하시면서 특히 한인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하는데 앞장섰다. 연세에 비해 아직도 건강하셔서 얼마 전엔 손수 운전을 하시고 볼티모어까지 다녀오기도 하였는데 약대 동창회가 있는 날이면 꼭 참석하셔서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시곤 한다.
이 분의 말씀 중에 하나가 최근의 일들은 정말 기억이 안 나는데 오래된 어릴 때 일들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달 전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려 80년 전 한국에서 학교 다니던 일들은 기억이 잘 난다고 한다.
또 1주일 전에 만난 사람은 얼굴, 사연 등이 기억나지 않는데도 70년 전에 만난 사람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고 한다. 사실 방선생님은 얼마 전 70년 전에 헤어진 배재학당 선배와 미국에서 해후했다. 만남이 70년만인데도 방선생님은 첫 눈에 그를 알아 보았다고 한다.
나도 50 중반이 돼가면서 기억력의 감퇴가 급격하게 오고 있다. 사람 이름은 물론이고 얼굴, 특히 숫자는 방금 들었는데도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처방전을 접수하면서 얼굴을 보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컴퓨터에 입력하고선 그 환자가 약을 픽업할 때는 누구신가? 하다가 어김없이 이름을 다시 묻는 것이 다반사이다.
생년월일 등은 너무 자꾸 물어봐 환자를 짜증나게 하는 일도 꽤 많다. 전에 없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며 모든 일을 기록하게 된 것도 요즘 내 기억력을 전혀 믿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피치 못할 습관이다.
사람들의 기억은 컴퓨터와 너무 닮았다. 자판에 글을 쓰고 저장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고 금방 사라진다(초단기 기억). 램(RAM)에 저장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기간은 기억하는데(단기 기억), 하드에 저장하면 더욱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장기 기억).
어렸을 땐 자판에 글을 쓰면 바로 자동으로 뇌에 저장이 되었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램이건 하드건간에 저장이 안되고 바로 날아가 버린다. 초단기 기억은 커녕 초단기 망각증상만 남아 있다.
하지만 방선생님 말씀대로 나도 아주 오래된 일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 기억의 저편에 '동진약국'이 있다. 난 초등학교 때 서울 마포에 살았었는데 집에 가는 길 초입에 동진약국이 있었다. 지금이야 달라졌겠지만 옛날엔 약국이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방이었다.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약국에 들르면 꼭 엄마가 거기 아줌마들과 같이 수다 떨고 계셨다.
그러면 약사 아줌마가 "우리 똑똑한 덕근이 왔니?" 하고 반겨주셨다. 거의 매일 약국에 들를 때마다 많은 아줌마들 앞에서 같은 말씀을 하시니 어린 마음에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 약사 아줌마의 칭찬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후에 난 약대에 진학했다.
그 좋은 동진 약국 기억이 있어 난 약국에 엄마랑 같이 오는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한다. Sweet, Smart, Pretty 등의 미사여구를 마구 써가며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려고 한다. 사실 미국애들, 특히 여자애들은 인형같이 너무 예뻐서 일부러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때가 많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중에 애들의 기억의 저편에 내가 한자락이라도 스며있기를 기대한다. 그 옛날 동진약국 약사님이 내 기억의 한편을 슬며시 차지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