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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약사의 굴욕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5-10-21 09:40 수정 최종수정 2015-10-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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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미스터 히긴스가 고혈압약 Lisinopril 처방전을 들고 왔는데 한 달치 처방에, 두 달 리필로 총 세 달치 처방전이었다. 그런데 보험은 한 달치씩 세 번은 안 되고  한 번에 90일치로만 커버가 된단다.

그게 그건데 우습게도 이 정도 사안도 의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나중에 보험회사로부터 감사를 받을 때 커버된 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사무실에 전화하니 간호사도 아닌 비서가 뭐 그런 것 가지고 전화하냐는 말투다. 'Ok, Go ahead.' 약사의 굴욕이다.

미스 로버트가 피부병약 OVACE(Sodium Sulfacetamide) 처방전을 쿠폰과 같이 들고 왔다. 당연히 제조사 쿠폰과 같이 보냈으니 Brand name을 dispense 하라는 건데 처방전엔 그 말이 빠져있다.

보험은 당연히 DAW(Drug AS Written)란 말이 없다고 Brand 제품을 커버 안 해 준단다. 이럴 때 난 그냥 처방전에 내가 DAW라고 쓰고 그냥 넘어가는데 이 곳에서 공부한 약사들은 그렇게 교육 받았다며 꼭 의사 사무실에 전화해서 비서에게 허락 받는다. 약사의 굴욕이다.

미스 가르시아는 임신 초기부터 임신부 비타민(prenatal vitamin) 'Prenate Mini' 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조사가 기술적인 문제로 수많은 비타민 성분 중 하나가 1mg정도 바뀌었다. 그래서 약 고유번호인 NDC(National Drug Code)도 바뀌었는데 문제는 이럴 경우 새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나도 처음엔 꼭 전화해서 새 처방전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냥 NDC만 바꿔 조제한다. 전화해 봐야 '뭐 그런 걸로 전화를' 하는 소리를 또 듣기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은 처방전을 다시 받는 거다. 굴욕이다.

미스터 홉킨스가 항진균제 Nystatin 연고 처방을 가져왔는데 Cream인지 Ointment인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의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약국에 있는 걸 알아서 환자에게 주라는 거였는데 굳이 전화까지 했냐고 굴욕을 준다. 헐, 그래도 이 사안은 정도가 앞에 것 보단 훨씬 덜 굴욕적이다.

약국의 수입 대부분이 보험회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약사는 굴욕적이지만 보험회사가 하라는 대로 안 할 수가 없다. 약사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안 하면 돈을 못 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험은 민간 보험이라 회사의 이익 창출을 위해 어떻게든 처방전 커버를 안할려고 노력한다. 그게 약사건, 의사건, 환자건 귀찮게 하여 되도록 늦게 돈을 지불하려 하거나, 더 나아가서 이들이 그 약을 포기하게도 만든다.

약국에서도 굳이 약사가 아니라 Lead technician이 의사에게 전화해서 리필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약국은 항상 바쁘게 돌아가서 Lead technician의 업무량이 과다하기도 하고 또 약사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 약사와 의사 비서와의 통화는 일상화가 되었다. 약사의 원초적 굴욕이다.

물론 약사가 굴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약사는 응급처방권도 갖고 있어 의사와 연락이 여의치 못하면 의사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환자가 리필이 없을 경우 3-4일치를 약사의 판단으로 처방전 없이 줄 수 있는 것도 주말이면 쉽게 볼 수 있는 약사의 특권이다.

하지만 약사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약사의 직업만족도는 점점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말이나 야간에 일하는 것은 그 전부터 있어 왔지만 그에 더해 체인 약국들이 경쟁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과도한 마케팅을 약사들은 별수없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약사 공급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던 내 약사 초기에는 절대 볼 수 없던 풍경이지만 지금은 컨베이어 벨트가 쉴새 없이 돌아가는 작업환경에서도 약사들이 꼭 해야 하는 약사의 진정한 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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