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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말 들어주기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5-05-06 09:40 수정 최종수정 2016-03-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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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평생 독신으로 사는 신부님들이 의외로 부부갈등이나 고부갈등, 자녀 교육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교인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그들의 가정 이야기를 신부님께 털어 놓기 때문이다.

고해성사는 자신의 죄를 하느님께 고백하는 자리지만 많은 신자들은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신부님께 고백함으로써 죄사함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신부님이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신자들의 영혼은 치유되는 것이다.

미세스 힐러리가 한 동안 원인 모를 감염으로 고생했다. 거의 두 달이 넘게 미세스 힐러리가 복용한 항생제만 해도 Cipro, Flagyl, Z-pak, Cephalexin, Augmentin 등 퀴놀론 항생제를 비롯하여 세파계, 마크롤라이드 항생제 등등, 총 다섯 종류였다. 스테로이드 Prednisone도 20mg 하루 세 번 으로 20일을 복용하다 차츰 용량을 줄여 마지막에는 5mg을 이틀에 한 번 먹는 것으로 가져갔다.

미세스 힐러리는 약을 타러 올 때마다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사실 심한 증상은 아니라서 병원에 입원하고 하는 것은 아닌데 잔기침이 오래 가고 피곤하면서 마일드한 감염증상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내 영역이 아니지만 난 미세스 힐러리가 오면 시간이 되는한 오늘은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안 아프다는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병은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러는 사이에 미세스 힐러리의 미스테리한 감염은 다 나았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의 치료방법 중 첫번째는 들어 주는 것이라 한다. 환자 마음속의 고통, 불안, 상처 등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의사는 치료의 실마리를 잡기도 하지만 환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자기의 상처를 씻어내는 효과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들어주는 것, 그건 당신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있다는 의사 표시이다.

세월호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엄마 두 분이 워싱턴에 왔었다. 그 분들의 억울한 이야기는 익히 다 알고 있었지만 그 분들의 말을 들어주고 내가 그 억울함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그 자리에 갔었다. 잃어버린 아이들과 또래의 아이를 가진 부모로써 그분들께 진정한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그 분들이 쓴 책을 사 주고 안아드리고 같이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랬다.

미스터 존슨은 뇌암 Brain tumor로 고생하고 있다. 벌써 2번이나 뇌수술을 했다. 수술과 암에 따른 피치 못할 뇌손상 때문에 고용량의 항경련제 Oxtellar를 복용하면서 예기치 못한 발작을 막고 있고 손 떨림 증상을 막기 위해 파킨슨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울증약, 수면제 등도 과량복용하고 있다.

미스터 존슨은 약국만 오면 자신 이마의 수술자리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투병을 해 왔고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는지 모든 스토리를 자세히 나에게 이야기 한다. 약 이야기밖에 할 게 없는 난 그냥 가만히 들어만 준다. 그러면 병 때문에 많이 우울했던 미스터 존슨은 그렇게 한바탕 털어내곤 기분이 많이 좋아져서 돌아가곤 한다.

의사, 간호사, 심리치료사, 약사 등 Health Care Provider중에서 환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약사다. 더구나 상담에 대한 비용이 전혀 없다. 대부분의 약사들이 바쁘지만 모든 약사들에게 상담은 의무이다. 그만큼 약사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미세스 힐러리에게 훌륭한 약사가 될 수 있었다.

*본 칼럼 ' 워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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