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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새로운 도전은 환자로부터 온다
김수신 박사 (성형외과 전문의 / 의학박사)
입력 2011-12-21 09: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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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성형외과 김수신 박사 (성형외과 전문의 / 의학박사)▲ 레알성형외과 김수신 박사 (성형외과 전문의 / 의학박사)
성형외과 의사는 익숙한 쌍꺼풀 수술을 한다고 해서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얼굴에 실수를 하면 환자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짧은 시간이라도 긴장을 한다. 그러나 수술이 어려울수록 도전의식이 생기는 건 맞다. 심한 얼굴 기형 환자를 고칠 때도 그렇고, 잘려나간 열 손가락을 이어 붙일 때도 그렇다. 전에 해보지 못한 색다른 케이스를 맡으면 관련 서적을 뒤적여보기도 하고 해외 학회 자료를 살펴보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마다 모든 다른 얼굴,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책이나 자료는 어디까지나 참고 일뿐, 선택은 의사의 몫이며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늘 도전하는 기분이다.

나를 도전하게 만든 한 여성 환자는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코끝이 잘려 나간 것처럼 콧구멍이 완전히 노출된, 말 그대로 돼지코를 가진 젊은 여성이었다. 날 때부터 그런 모양이었던 것은 아니고 원래는 콧대가 죽어있는 납작코였다. 그게 늘 못마땅해 성형을 했더니 복스러운 코로 다듬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 첫 수술이 성공하자 이번에는 탤런트처럼 뾰쪽한 코를 가지고 싶어졌다. 다시 칼을 댔으나 두 번째는 실패. 잘못된 모양을 바로잡기 위해 한 세 번째, 네 번째 시도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게다가 연이은 수술로 코뼈가 내려앉고 세균 감염까지 되어 치료를 위한 수술까지, 도합 여섯 번이나 코를 건드려 급기야 그런 모양이 되고 말았다.

코가 그 모양이니 대인관계도 원만할 리 없었다. 심한 우울증에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녀 같은 환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경우다. 코 모양을 복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몇 년 동안이나 시달려 심신이 완전히 지쳐있는 환자를 다독거리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미 몇몇 병원에서 더 이상 손쓰기 어렵다고 수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앉아있는 그녀를 보니 선뜻 맡기도 망설여졌지만 그렇다고 평생 그 모습인 채로 살 수 밖에 없다고 돌려보내기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코는 이미 여러 번 건드려 상처 부위에 유착이 심하게 생긴 상태라서 기존의 방법대로 수술하기는 어려웠다. 코 수술은 대개 흉터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코 속을 절개하는데 이 환자에게는 콧구멍 아래 부분, 즉 코와 인중이 만나는 선을 따라 밖에서 절개하는 방법을 썼다. 마침 당시 해외 학회에 가서 본 수술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응용해보았다. 백인들은 동양인들에 비해 흉터에 덜 민감하고 수술 부위를 봉합할 때 생기는 흰 자국이 피부 특성상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밖에서 째는 수술도 곧잘 하는 편이다.

다행히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엉겨 붙은 상처부위를 정리하고 보형물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생체조직을 이식한 후 코 모양을 다시 잡아주자 정상적인 모습이 되었다. 코가 제 모습을 찾게 되자 그녀와 그 가족들 이상으로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금도 다른 의사들이 그녀의 수술 전후 사진을 비교하고 탄성을 지를 때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하지만 만약 잘못됐더라면 하는 상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사실 수술을 여러 번 한다고 해서 모두 그녀처럼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 십여 차례 수술해도 전혀 표가 나지 않을 정도다. 처음 수술이 만족스러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수술을 겁낼 필요는 없다. 성형은 단칼에 완성되는 문제가 아니고, 또, 한번 수술했다고 다시 손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한 번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때는 몇 차례 수술할 것을 고려해서 성형 계획을 짜기도 하고 세월이 흘러 모양이 바뀌면 적절할 때 다시 재수술을 받기도 한다. 단, 과유불급이니 적당할 때 만족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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