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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구제불능 조카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1-05-25 10:25 수정 최종수정 2021-08-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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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나이 50살이 넘은듯한 흑인 아줌마가 자기 이모의 마약 진통제 Percocet (Oxycodone /Acetaminophen) 처방전을 들고 왔다. 목소리가 매우 커서 의아해했더니 귀가 먹었다 한다.

안타깝게도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단다. 이모의 처방전을 들고 왔는데 이모의 이름이 Susan Smith, 아주 흔한 이름이다. 우선 환자의 프로필을 찾으려고 이모의 생년월일을 알려 달라니 모른단다. 사실 이모 생년월일을 알고 있긴 힘들지. 나도 이모들 생년월일 모르니까. 하지만 이모의 처방전을 들고 왔으면 기본 사항은 알아 갖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모는 지금 암에 걸려 병원에 왔다 갔다 한단다. 전화번호라도 달래니 주긴 주는데 걸어 보니 맞는 번호가 아니다. 젠장, 방법이 없다. 억지로 기억했다며 생년월일을 주는데 안 맞는 것 같다. 컴퓨터에서 Susan Smith가 나온긴 하는데 동네가 메릴랜드가 아니다. 본인도 아니란다. 

그러더니 자기가 나에게 준 생년월일은 자기 남편 거란다. 오 마이 갓! 이상의 대화는 모두 귀가 먹은 여자와 필담으로 한 거다. 물론 나는 필담이지만 그녀는 자기 귀가 안 들리니까 화통 삶아 먹은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나는 그 화통소리를 들으며 말도 못 하고 대화하려면 그냥 적어야 한다. 으 못 말려..

체인 약국이라 다 연결되어 있다면서 왜 환자 프로필을 못 찾느냐고 소리 지른다. 참 나 정확한 생년월일을 줘야 찾지. 더구나 이름이 그 흔한Susan Smith 니 더 어렵지. 그래서 환자가 어디 사냐 했더니 Olney라고 메릴랜드 몽고메리카운티의 동북쪽에 있는 시티에 산단다. 그래서 Olney에 있는 store에 전화를 넣어 봤다. 

거기 약사에게Susan Smith 를 찾아 달라 했더니Susan Smith 가 4명이 있는데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냐고 되물어 온다. That’s what I want to know! 어쨋든 4 명 정보를 다 달라고 했다. 4명을 하나하나 인쇄해서 보여 주니 한 명을 결국 찾아냈다. 그런데 보험 정보가 없다. 

암에 걸리고 흑인이니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환자일 듯 한데 메디케이드 정보도 없고 그래서 그냥 추측으로 때려 봤는데 잘 안 맞는다. 다른 보험이 있다고 컴퓨터에 뜨는데 이 조카가 이모의 그 보험 카드를 갖고 있을 리가 없다. 보험 정보가 없다고 하니 또 그럴리가 없다고 우긴다. 자기 이모가 Olney store에서 노상 약을 타 갔는데 무슨 소리냐고 한다. 글쎄 암환자면 그럴 법도 한데 그 쪽 약사랑 통화도 해봤지만 이상하게도 약을 타간 기록이 별로 없다. 

왜 Olney의 기록을 못 가져오냐고 계속 깽깽 된다. 그럼 그쪽으로 가시라 했더니 자기는 차가 없단다. 아이 씨, 뭐야, 횡설수설. 이게 모두 난 화통에다 대고 필담으로 한 거다. 흐 못말려.그래서 오늘은 비보험가로 내시고 14일 안에 보험 카드를 갖고 오시면 환불해 드린다고 했더니 또 다시 막무가내다. 

자기는 돈이 없댄다. 비보험가로 39불이 나왔는데 24불 밖에 없단다. 이모가 그것 밖에 안 줬다 한다. 그럼 24 불에 해당하는 12알만 가져가시라 했더니 다시 주머니를 뒤지더니 11불 밖에 없단다. 혹시 가짜 같은 의심도 들어 결국 6알만 줘서 보냈다. 11불 어치.  

이 약물은 마약성 진통제라 나머지 24알을 받으려면 3일 안에 다시 와서 받아 가야 하는데 다시 올 것 같진 않다. 필요하면 의사한테 다시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약 45분간 정신을 쏙 빼놨다. 돌려보내고 나니 미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야 차림새 갖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도 행색이 아무래도 좀 남루하고 조카는 청각장애인에다가 유방암에 걸렸다하고 차도 없다고 하고, 좀 많이 시달렸지만 그만큼 많이 불쌍하다. 그냥 내 돈으로 그냥 줘 버릴 것 하는 후회도 들었다. 암환자니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사실 그래서 마약진통제를 찾는건데… 만일 3일안에 남은 약 받으러 다시 오면 내 돈으로라도 약을 드릴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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